“어휴, 그럼 뭐해. 달라지는 게 없는데.” 민중총궐기가 있고 며칠 후였나, 버스를 타고 가다가 어르신들이 하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날 지하철에 사람이 너무 많아서 발 디딜 틈이 없었다거나 버스가 노선을 바꾸는 바람에 헛고생을 했다던가 하는 이야기도 잇따랐다. 그리고 ‘그런 방법’으로는 아무 것도 달라지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그런 방법. 어르신들께서 말씀하시는 그런 방법은 사람들이 떼로 몰려가 아우성치는 것이었다. 그래봤자 청와대에 계신 분이 눈 하나 깜빡 하겠느냐는 것이 요지라면 요지였다. 100만 명이었다. 대학로에서 시작한
소설 『삼대』, 『자유부인』, 『별들의 고향』, 『겨울나그네』, 『아리랑』, 『상도』, 『한강』. 제목만 들어도 ‘아∼ 그 소설??構?고개를 끄덕이게 되는 이 작품들은 바로 신문에 연재됐던 대표적인 소설이다.신문 연재소설은 19세기 초 프랑스에서 처음 유행했던 형식이다. 우리나라에서는 「한성신보」에 연재됐던 『신진사문답기(申進士問答記)』(1896.7.12∼
사각 얼음 위아래로 전기톱이 굉음을 내며 지나간 자리에는 펭귄들이 하나씩 늘어났다. 붉게 젖은 바닥을 작은 발로 딛고 있는 얼음 펭귄 무리는 피로 물들어 가는 지구를 밟고 서 있는 민중들의 모습이 아닐까. 지난 21일(목) 광화문갤러리(세종문화회관 별관)에서 열린 「21세기와 아시아의 민중展」 개막식에 맞춰 선보인 얼음 조각 퍼포먼스는 녹아서 자취도 없이
조규찬은 1989년, 「제1회 유재하 음악 경연대회」를 통해 데뷔했다. 10년 이상 한국 대중음악의 메이저 필드와 그 뒤안길에서 활동하면서 솔직히 실력과 지명도에 어울리지 않는 위치를 차지하고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그는 뛰어난 가창력에 비해 ‘달변??遮?이미지로 일반 대중들에게 소개되었고, 만능 엔터테이너라는 사실에 비해 ‘뛰어난 가창 지도사이자 코러스
일본에서는 북한에 의해 납치되었다가 귀국한 5명의 일본인에 둘러싼 문제가 여전히 매스컴의 주요한 이슈로 다루어지고 있다. 최초에는 5인의 일본인을 북한으로 돌려보낼 것인가, 일본에 계속 머물게 할 것인가가 초점이었다면, 현재는 북한에 남아 있는 5인의 일본인의 가족들의 행보가 새로운 초점으로 부상하고 있다. 현재 일본의 매스컴은 북한에 남아있는 가족들의 일
동네는 지금도 여기도 북경인가 싶을 만큼 열악하다. 경제적 차이에 대한 표현으로는 열악하다고 하지만, 나는 이 남쪽이 참 좋다. 우리 학교는 북쪽에 있어서, 차를 사러 차시장에 갈 때 외에는(북경에서 가장 큰 차시장이 남쪽에 있기 때문에) 남쪽에 갈 기회가 별로 없었으나, 이번 학기에 그쪽으로 원정수업을 가게되면서 매일 다니다보니, 지금까지 북경에서 느끼지
브라질 노동자당의 대통령 후보였던 룰라(Louis Inacio Lula da Silva)의 승리로 우남뿐 아니라 라틴 아메리카 전체의 지식인 사회는 크게 고무된 분위기다. 이 지역은 한 때 모든 사회 이론의 실험장이라고도 불리었고, 그런 만큼 독자적인 이론에 대한 자긍심이 높았다. 하지만 1980년대 이후에는 이론의 공백기라고 한탄하는 소리가 나올 정도였는
알마타 시내를 자동차를 타고 가다 보면 중앙선을 침범하여 앞차를 추월하는 폭주 차량들을 쉽게 볼 수 있는가 하면 길거리 주차로 인해 주행 차선이 사라져버린 구간들을 자주 접하게 된다. 그런데 재미있는 현상은 거리 주차로 인해 도로의 일부가 주차장으로 변한 곳이 오피스 빌딩이 밀집한 상업지역이 아니라 관공서 또는 대학교 앞이라는 점이다. 서울처럼 오피스타운이
영화 『박하사탕』은 무엇을 말하고자 하는가? 많은 평자들이 본 것처럼, 아름다웠던 젊은 시절에서 세태를 거치며 망가져 가는 주인공 김영호의 20년(1979년부터 1999년까지) 인생을 ‘거슬러 올라가기’ 기법으로 보여주면서, 한 남자의 일생에 대한 사실주의적 보고서를 제시하고 있는가? 영화 전개로는 도입부이지만 영화 속 이야기들의 시간적 전개로는 마지막이
요즘 인터넷 상에서 심심찮게 ‘블로그’라는 형태의 사이트를 볼 수 있다. ‘블로그’는 이전의 개인 홈페이지와 다르게, 자기만의 생각의 방을 가짐과 동시에 타인과 나누고 싶어하는 네티즌들의 관심을 받고 있다. ‘블로그(blog)’란 ‘Web Log’의 줄임말로, 1999년부터 미국에서 확산되기 시작한 웹페이지의 한 형태이다. 블로그의 콘텐츠들은 다분히 개인적
지난달 2일 오후 5시20분 몽고메리 카운티 아스펜힐 지역의 한 상점 유리창에 총격이 가해졌다. 다행히 사상자는 없었지만 오후 6시04분, 같은 카운티 실버스프링에 거주하는 제임스 D. 마틴이 휘튼의 한 식료품점 주차장 앞에서 피격, 사망했다. 이 사건을 시작으로 22일까지 연쇄 피격 사건이 이어졌다. 밤낮 없이, 아무 이유도 없이 아무나 죽이는 이 연쇄
10월 23일 21시 05분. 인기 뮤지컬 『노르드-오스뜨』가 공연되고 있는 모스끄바 시내 문화 궁전 콘서트 홀 안으로 바라예프 지휘하에 50명의 체첸인들이 잠입했다. 이들은 공연을 보러 온 시민들을 인질로 잡고 폭탄과 총기로 그들을 위협하며, 러시아 정부를 상대로 체첸전쟁의 종결을 요구했다. 10월 26일 새벽 5시 32분. 사상 유례없는 진압 작전(작전
프랑스에서는 대학의 주요 역할인 교육과 연구 가운데 학부는 교육, 대학원은 연구에 보다 중점을 둔다. 대학원에서 연구 활동을 시작하는 것은 개인의 지적 의지와 욕망에서 비롯되지만, 연구 성과들은 개인의 지적 충족을 넘어 학문 발전과 사회에 기여하는 공공성을 갖는다. 프랑스 대학의 대학원 과정은 교육부의 조례들을 통해 마련된 여러 제도를 통해 대학원생 연구
중국의 대학들은 일부를 제외하고는 기숙사 입주가 원칙이다. 물론 북경에서는 원칙이 아니더라도 만만치 않은 주거비와 다른 여러 가지 이유로 대부분이 기숙사 입주를 원하겠지만(기숙사비는 1년에 1500위안(元), 식비 포함), 개혁·개방이 된지 20년이 넘었고 자본주의로 하여 개인간 경제적 차이가 현격한 지금, 몇 십년 전 시설에서 크게 개선되지 않은 기숙사집
지난 월드컵의 개막식을 비롯해 큰 규모의 국제행사에는 한국의 전통을 세계에 알린다라는 취지를 담은 공연들이 으레 행해진다. 그러나 그 때 표현되는 전통은 이미 예로부터 전해내려 오는 그대로의 전통이 아니라 현재의 감각에 의해 상당히 변형된 전통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전통악기로 표현되는 음악을 비롯해 무용수들의 의상, 그들의 몸짓 그리고 그것을 표현하는
휠체어가 지나갈 수 없는 계단, 시각장애인들을 위한 점자 안내와 청각장애인을 위한 배려가 전혀 없는 극장시설 등의 다수를 위한 현실은 장애인들에게 극장을 찾는 즐거움을 앗아갔다. 이런 현실에 대한 작은 경종이 울린다. 그들의 또 다른 눈과 귀가 되고자 ‘소리를 보고 그림을 듣고’라는 주제로 「제3회 장애인 영화제」가 오는 10일(목)부터 13일(일)까지 4
사랑이라는 것과 그것을 둘러싼 인간 삶의 모습은 언제나 뻔하면서도 항상 흥미롭다. 그래서 남녀의 사랑 이야기는 인간 삶의 모든 이야기 중에서 가장 보편적인 것일지 모른다. 그런데 사랑 이야기들은 그들이 어떤 ‘방향성’을 갖는지에 따라 크게 두 가지로 구분될 수 있다. 그 방향성이란 이런 것이다. 사랑이 이야기를 만들어 가는 쪽으로 삶이 진행하느냐, 아니면
누군가가 오늘날 독일의 ‘전형적’인 대학생이 어떻게 살아가고 있는가 라는 질문을 던진다면, 나는 지난 7월 발표된 독일 대학 후생복지회(das deutsche Studentenwerk)의 연구결과를 읽어보라고 대답할 것 같다. 독일 대학생들의 사회·경제적 상태 및 생활방식을 조사한 이 연구보고를 통해 독일 대학생들의 평균적인 모습을 조금 더 구체적으로 그려
프랑스에서 미국의 이미지는 무엇인가? 프랑스는 미국독립전쟁의 가장 큰 후원자였고, 미국은 양차세계대전 당시 프랑스의 승리에 결정적 기여를 했다. 하지만 이런 좋은 관계와 함께 외교적 영향력 행사, 사회적 가치체계나 문화적 전통 수호에 있어서 프랑스는 늘 미국과 대립해왔다. 사실 미국과 프랑스는 미국의 독립이래 지금까지 매순간 애증의 균형을 유지했다. 그런데
우리의 98학번에 해당되는 바우르잔(23·알마티국립대 국제법학 5년)은 현재 한 외국계 회사의 개인 기사로 일한다. 유학비를 마련하기 위해서다. 잘 빠진(?) 자동차만 보면 가슴이 뛴다고 하는 바우르잔은 특히 한국산 자동차인 무쏘를 좋아한다. 운전 중에 무쏘가 지나가면 거의 넋을 놓고 쳐다보느라 고용주에게 몇 번이나 주의를 받았을 정도다. 그래서 돈을 벌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