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이상 학교 소식은 학보사만의 전유물이 아니다. 학교에서 어떤 일이 있었는지 구구절절 줄글로 늘어놔도 읽히지 않는 시대라는 말이다. 학보사 학내보도부에 몸담으면서 고민이 많았던 지점이다. 고대신문은 그 해결책을 ‘간편하게’로 찾은 듯하다. 학교 소식은 짧게, 핵심 정보만 전달하는 식이다. 독자들이 학내 보도에 원하는 것을 어쩌면 가장 잘 잡아냈다고 할 수 있겠다. 글이 짧고 제목이 명확하니 정보를 파악하기 손쉽고, 판도 지루하지 않다. 보도 면은 제목만 쓱 훑어도 학교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알 수 있다. 문화와 기획은 ‘재미있게’
지나간 계절에는 새 다짐에 봉숭아물을 들여야 했다. 갈바람에 말려 단단하고 붉은 빛이 되도록. 매미도 뚝- 애기구름도 비눈물 그쳐 당신 더 이상 울지 않으리. 끝의 시작은 눈물자국. 그래도 노을이 웃는 모양대로 가을을 살겠다. 이다연 기자 idayeoni@
얼마 전, 5살 된 딸아이와 공주 캐릭터 색칠 놀이를 하다가 아직 ‘살색’이란 단어를 사용하는 딸을 보고 문득 인종에 대해 알려줘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공주 캐릭터의 피부를 어두운색으로 칠하자 아이는 왜 이 공주는 피부가 까맣냐고 물어봤고, 나는 버락 오바마를 비롯해 유명인들의 사진을 보여주며 피부가 까만 사람들도 있다고 알려주었다. 실제 생활에서도 만화에서도 흑인을 전혀 본 적 없는 아이가 사진 한 번 보여준다고 이해할 수 있을 리 만무했다. 작년 디즈니에서 실사 영화 주인공 역에 흑인 배우를 캐스팅한 것을 두고 논
필자가 대학에 입학한 3월 초였다. 신학기 시작한 지 얼마 안 되었으니 수업 하나 듣고 나면 새내기가 그렇듯이 배낭 메고 교정을 여기저기 구경 다니던 때였다. 최루탄 냄새가 배어있는 민주광장을 걷던 나에게 선배님이었을 고대 영자신문사 기자가 나를 불러세웠다. 나에게 언제쯤 대학생이 된 것을 느꼈나 하는 질문을 던지는 것이었다. 19살 젊은 남자가 “대학생이구나”하고 느낀 때는 안국역 출구에서 가방을 열어보라는 말에 싫다고 했다가 마치 건달들에게 잡혀가듯 전경들의 뒷골목으로 끌려갔던 경험이었다. 딱히 잘못한 건 없었지만, 이유도 없이
지난 한 주간 언론에서 가장 많이 회자된 고대생은 ‘박성민’일 것이다. 176석을 차지한 거대 여당의 최고위원으로 지명됐기 때문이다. 그 이후로 박성민 씨의 일거수일투족이 주목받았다. 발언 하나, 심지어 직책당비를 얼마 내야 하는지도 뉴스사이트 메인을 장식했다. 2018년 6월 더불어민주당에 들어가 작년 9월부터 청년대변인으로 활동했지만, 지명 직전까지도 그는 무명이었다. 지명 소식이 처음 전해졌을 때, 사람들의 머릿속에서 물음표가 달린 이유다. ‘박성민이 누구야?’ 여의도의 중심에서 청년과 여성의 목소리를 내겠다는 96년생의 젊은
장정윤 전문기자
안 그런 척, 마치 영화는 예술적인 것만 봐야 하는 척 하는 영화평론가들조차 은근히 어서 ‘올라 오기(공개되기)’를 기대했던 넷플릭스 영화 는 일단 그 모든 것이 샬리즈 테론때문인 작품이다. 그녀는 이 영화 때문에 온 몸을 근육질로 만들었는데 그 덕인지, 혹은 그 탓인지 얼굴 살도 엄청 빠지게 됐다. 그래서 다소 나이를 먹어 보이고(1975년생이니까 한국 나이로 마흔여섯이다.) 비교적 큰 선글래스가 너무나 어울리는 얼굴이 됐다. 마치 젊은 시절의 톰 크루즈가 에서 세상에서
코로나19의 세계적, 지속적 확산에 여행 업계는 냉혹한 불황을 겪었다.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4월 국내 출국자 수는 전년 동월 대비 98%이상 줄어들어 약 3만 명에 그쳤다. 중소규모의 관광기업인 승우여행사 이원근 대표는 “코로나19 이후 2월 중순부터 5월 중순까지 3개월 간 실제 예약이 0건이었다”며 “여행 문의 전화조차 한 통도 오지 않았다”고 전했다. 하지만 무료한 일상 속 떠나고 싶은 욕구는 여전하다. 여행업계가 오도 가도 못하는 상황 속 방책을 내놨다. 온라인을 통해 실시간 체험 위주의 여행상품을 제공하는 일명 ‘랜선투
필자는 2009년 미국 고등교육학회(Association for the Study of Higher Education)에서 고려대 영어강의(이하 영강) 정책을 주제로 쓴 ‘Englishmedium teaching in Korean higher education: policy debates and reality’란 논문을 발표한 바 있다. 당시 이 논문에 대한 토론을 맡았던 William & Mary 대학의 Virginia McLaughlin 교수는 고려대의 영강 정책에 대해 “so weird!”란 말로 당혹감을 표출한 바 있다. 과
우리가 내는 등록금은 어떤 의미를 가질까? 누군가에게는 정해진 길을 따라 걷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지출되는 비용일 것이고, 누군가에게는 자신의 가치를 끌어올리기 위해서 지불하는 비용일 것이고, 누군가에게는 단순히 이력서에 “고려대학교”라는 다섯 글자를 새기기 위해서 지불하는 비용일 수도 있다. 대학은 어디까지나 학생들에게 교육이라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공급자다. 철저하게 자본주의 논리로 바라본다면 학생은 학교라는 영리집단의 고객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다. 등록금은 학교가 제공하는 서비스에 학생이 지불하는 대가일 뿐이다. 항상 기본이
매우 구태의연한 감상이겠지만 그가 창작한 모든 종류의 문학에서, 그는 그 자체로 어딘가 아파 보인다. 이는 일상적인 독해의 난해함과는 다른 종류의 결손이었다. 특히 그의 시는 의도적인 분절과 회복을 거부하는 듯한 완고함이 어려 있다. 이는 어떻게 보아도 불운했던 그의 생애와 이른 나이에 생을 마감한 그의 운명이 필연적으로 자신의 작품에 찾아가 스스로 스며들게 하는 강한 인력을 가지는 듯하다. 그만큼 이상은 어딘가 망가져 있었다. 그의 작품을 어떻게 읽어야 하는가. 시작부터 난항에 봉착하는 듯하다. 첫 번째 시부터 알아보자. 가역반응
내가 가장 듣고 싶지 않은 질문은 “네 생각은 어때?”이다. 왜냐하면 나는 아무 생각이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비극적이게도 내가 두 번째로 듣고 싶지 않은 질문은 “너 왜 이렇게 생각이 없니?”다. 자고로 ‘나의 생각=나’를 의미하기에 내 생각을 이야기하는 것은 결국 내가 어떤 사람인지를 보여주는 일이라 첫 번째 질문을 받으면 머리끝이 쭈뼛 서며 긴장이 된다. 그리곤 생각이 없는 아이로 비춰지지 않기 위해 질문을 받기 직전까진 없던 생각과 나의 의사를 급조하여 대답하곤 한다. 아주 예전부터 스스로 생각하는 힘이 중요하다는 말을 들었
필자는 지난 3월 22일 자 이 지면에서 후대 역사가가 코로나 이전과 이후 시대로 현대사를 구분할지 모르겠다고 이야기한 바 있다. 불과 두 달이 지난 지금, 이를 아니라고 할 사람은 많지 않아 보인다. 많은 사람들이 ‘코로나 때문에’와 ‘코로나 덕분에’를 이야기한다. 모두 코로나가 만들어낸 일상의 위기와 또 다른 기회에 대한 이야기들이다. 코로나가 야기한 우리 경제와 사회 제반 분야의 변화와 예측에 대한 담론도 무성하다. 코로나라는 블랙홀이 우리 일상을 통째 삼켜 버리는 엄청난 변화의 추이는 앞으로도 당분간 계속될 것 같다. 이즈음
홍콩보안법은 송환법 반대와 행정장관 직선제 등을 요구하며 홍콩 역사상 최대 규모로 전개된 2019년 홍콩시위의 연장선 상에 있다. 1997년 홍콩 반환 후 홍콩의 자치와 민주주의 보장을 요구하는 일련의 정치적 저항에 직면해 왔던 중국 정부는 2020년 5월 홍콩 내 반정부 활동을 처벌할 수 있는 보안법의 도입을 전국인민대표대회에서 통과시킴으로써 홍콩에 대한 지배력 강화를 추진하고 있다. 중국정부의 입장에서 홍콩문제는 중국 내 다른 소수민족의 자치와 독립 문제, 대만과의 일국양제에 기반한 통일 문제 등 중국이 직면한 정치적 통합성의
5월 31일 스페이스X가 세계 최초의 민간 유인 우주선 ‘크루 드래곤’을 하늘로 쏘아 올렸을 때, 인류는 희망도 함께 봤다. 바이러스가 꿈까지 앗아가진 않았다. 21세기 이래 가장 어려운 시기에도 인류는 미지의 영토로 한 발자국 내디뎠다. 2002년 스페이스X는 항공우주산업계의 웃음거리였다. 몽상가, 거짓 희망, 허세. 일론 머스크를 묘사하던 단어들이었다. 스페이스X는 전례 없는 일들을 해내기 시작했다. 2012년 사람들은 일론 머스크를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이제 그를 수식하는 단어는 꿈, 비전, 그리고 자신감이다. 크루 드래곤은
청춘의 기습 이병률그런 적 있을 것입니다버스에서 누군가 귤 하나를 막 깠을 때이내 사방이 가득 채워지고 마는 누군가에게라도 벅찬 아침은 있었을 것입니다열자마자 쏟아져서 마치 바닥에 부어놓은 것처럼마음이라 부를 수 없는 것들이 이해할 수 없는 것들은이해할 수 없는 것들이어서 버릴 수 없습니다 무언가를 잃었다면주머니를 가졌기 때문입니다인생을 계산하는 밤은 고역이에요인생의 심줄은 몇몇의 추운 새벽으로 단단해집니다 넘어야겠다는 마음은 있습니까저절로 익어 떨어뜨려야겠다는 질문이 하나쯤은 있습니까 돌아볼 것이 있을 것입니다자신을 부리로 쪼아서
1902호 고대신문은 칼럼의 스타일이 명확히 나뉘는 신문이었다. 10면 ‘종단횡단-학교 정문 앞 작은 소녀상’과 ‘수레바퀴-진정한 공정을 말하기 위해선’은 같은 지면에 같은 고대신문 기자들이라고 하지만 칼럼 스타일이 전혀 다르게 게재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칼럼의 주제와 구성을 떠나 접근방식에서 종단횡단이 보다 뛰어났다. 기자들의 칼럼은 현장성이 생명이다. 뜬구름 잡는 식의 접근은 독자로 하여금 실소를 띄게 만든다. 독자들을 가르치려 덤벼서도 안 된다. 표면적으로밖에 알 수 없는 독자들을 향해 기자가 있었던
(1944)을 살펴보려면, 먼저 이 작품을 쓴 브레히트의 말을 참조할 필요가 있다. 1954년에 그는 이 작품을 이렇게 설명했다. “은 비유극은 아니다. 외형적으로 보면 전체 이야기가 서막의 계곡을 둘러싼 소유권 문제를 해결하는 쪽으로 전개되기 때문에 그런 오해를 할 수는 있겠다. 하지만 좀 더 자세히 관찰해보면 하얀 동그라미 이야기의 핵심이 지혜로운 어떤 방법을 제시함을 알 수 있다. 눈앞에 일어나는 논쟁에 하나의 본보기가 될 수 있는 어떤 태도 말이다.”(이재진,
몇 해 전 인기리에 방송되었던 ‘응답하라’ 시리즈를 보면서 과거의 추억과 선택, 그리고 그 결과인 지금의 나를 바라봤다. 여러 생각과 감정이 스쳐 지나가는 것을 느꼈다. 92학번으로 처음 캠퍼스 생활을 시작했을 당시에 사회는 많은 격변을 거치고 있었다. 민주화가 시작되며 대학 내의 문제와 학생복지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동시에 소위 ‘공부하자!’라는 학구적인 분위기도 시작되던 시기였다. 선진국을 빠르게 따라가야 한다는 사회적 분위기 속에 창의력보다는 주입식 공부가 많았던 중·고등학교의 시절을 거치고 동경의 대상이 되었던 대학의 문
식당 주인을 부를 때 ‘어머니’, 건물 미화원을 부를 때도 ‘어머니’다. 우리 주위 일터에 아버지는 없어도 어머니는 있다. 중년의 나이, 왠지 모르게 ‘나도 너만 한 아이가 있는데’라고 말을 걸 것만 같은. 우리 사회 중년 여성 노동자를 설명하는 하나의 키워드는 ‘M자 곡선’이다. 20대에 출산·육아·돌봄으로 경제활동을 중단하고, 40대에 가까워서야 조심스레 재취업에 도전하는 그들의 경제활동참여율을 보여주는 그래프다. 네 명의 어머니, 아니 재취업자를 만나 그들의 곡선을 따라가 봤다. 일보단 아이가 먼저니까 박정심(여·52) 씨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