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실에서 온라인 강의와 사투를 벌이던 때, 오후의 나른함을 잊게 해줄 반가운 이메일이 도착했다. 고대신문 기자가 ‘교수님은 스무 살’이라는 코너에 글을 한 편 써달라고 청탁하는 내용이었다. 사실 어쩌면 그때 나는 코로나 사태로 인해 봄을 잊고 살아야 하는 억울함 때문에 은근히 마음속으로 온라인 강의 준비보다 더 신나는 일을 찾고 있었던 것인지도 모르겠다. 왜냐하면, 이메일을 열어본 순간부터 조금의 망설임 없이 내 마음속은 대학 시절의 기억으로 가득 들어차 버렸기 때문이다. 사실, 30년 전 대부분의 고대생이 그러했던 것처럼, 나
사실은 그랬다. 나는 나의 상위 평가자에게 언제나 관심받고 싶고, 인정받고 싶은 마음을 간직하며 소소하게 노력하는 소심한 관종이다. 이것은 나의 초, 중, 고등학교 시절부터 이어진 일종의 생활 습관이다. 일단 대외적으로 나에 대한 좋은 평판을 만들어 두면 그들의 편견 속에서 학교생활이 나름 편안하게 흘러갔던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일찍이 이 달콤함을 깨달은 나는 직장에서 근무하는 지금도 ‘어떻게 하면 회사 관리자의 마음에 들게 일할 수 있을까? 어떻게 하면 그들의 신임을 받을 수 있을까?’를 고민하고 있다. 이것은 소위 짝사랑 중인
이른 아침 출근길에 대학의 문 닫힌 건물 앞에서 학생 두 명을 만났다. 학부 20학번 신입생이란다. 대학 건물이 출입통제라는 얘기는 들었지만, 이것저것 궁금해서 그냥 한 번 와 봤다고 한다. 대학에 입학은 했는데 입학식도 취소되고 교실 강의도 계속 늦춰지니 오죽 답답했을까. 바라보는 내 마음도 애잔했다. 코로나19가 우리 사회에 불러온 파장은 이미 엄청나다. 앞으로도 상당한 후폭풍이 예상된다. 후대 역사가가 코로나19 이전과 이후의 시대를 구분할지도 모르겠다. 정치·경제·사회는 물론이고 일상의 사회적 관계와 개인 정체성에도 큰 변화
생각만 해도 아찔하다. 인천 앞바다에 쓰러진 펭귄에게 누군가 손 내밀지 않았다면 어떻게 됐을까. 오늘날 구독자 211만 유튜버 펭수를 만든 힘은 EBS 면접날 펭현숙 씨가 차려준 순댓국과 편견 없는 이들의 응원이었다. 펭수는 남극의 소수자였다. 2m 넘는 키는 넘지 못 할 관계의 벽이 되었다. “특별하면 외로운 별이 된다”는 꼬마 펭귄의 혼잣말은 이제 ‘자이언트 펭TV’의 가사로 쓰인다. 이제 외로운 별의 얼굴은 잠옷과 다이어리, 스티커를 채우고 있다. 늦은 개강을 맞은 대학가 어딘가에도 스티커 자국 같은 그림자가 아른거린다. 불가
예고에서 본격적으로 작곡을 전공하기 시작했을 때였던 듯하다. 사회적으로 치열한 1980년대 후반 학번이던 언니와 오빠가 내게 충고를 했던 게. ‘현실을 모르는 온실 속의 화초이기만 하면 음·미대 깡통이란 소리를 면할 수 없다’라고 했던가? 당시엔 그 이야기가 꽤 고깝게 들렸지만, 그 충고가 마음에 담겼는지 대학교를 입학한 1991년 입학식을 마치자마자 곧장 철학동아리를 찾아갔다. 나름 야무지게 동아리 가입 의사를 밝혔던 나는 그날 ‘여름’이라는 새로운 이름을 얻었다. ‘곶 됴코 여름하나니’의 구절처럼 결실을 보는 사람이 되라는 뜻으
지난 겨우내 가수 Y 씨가 화제였다. 90년대 초반, 음악적 표현과 무대 매너가 당시 사회정서와 너무 다르다는 이유로 연예계를 떠나야 했던 그가 30여 년 만에 소환되면서 그 과정에서 겪었던 이런저런 이야기들도 재조명되었다. 이 상황의 한편에는 지난 세대의 획일성, 경직성에 대한 지금 세대의 야유가 들어있다. 이런 정서를 상업적으로 이용하려는 주변의 의도도 조금은 엿보인다. 그래서 이 일을 바라보는 마음은 조금 복잡하다. Y를 소환하여 도닥이며 과거를 나무라는 지금의 우리는 과연 얼마나 유연하고 포용력있는 생각을 하며 살아가고 있는
조은결전문기자
제21대 국회의원 선거가 이제 한 달도 남지 않았다. 코로나19의 폭발적인 확산세로 인해 의료진과 방역당국이 전국적으로 사투를 벌이고 있는, 이 전쟁 같은 현실에서 우리는 지금까지 경험해 본 적 없는 낯선 환경 속에서 새로운 제도로 선거를 치러야 한다. 아직까지도 바뀐 선거제도가 어떤 원리로 작동하는지 정확히 이해하기 보다는 막연한 짐작으로 투표에 임할 유권자들이 더 많아 보인다. 게임의 룰을 바꾸어 놓은 장본인들조차 예기치 못한 변수들로 인해 이 시국에도 각종 시뮬레이션을 돌려보고 있는 판이니 일반 유권자들은 더 답답할 것이다.
새봄이 깃든 캠퍼스에 웃고 떠드는 학생들이 없으니, 봄이 왔으나 봄인 것 같지 않은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이다. 문과대 서관 앞 목련이 혼자서 펴 있다. 코로나19 탓에 맞이하게 된 조용한 개강이다. 출입이 통제된 학교 건물들과 캠퍼스의 풍경은 한산해 보이나, 조금만 들여다보면 그렇지 않다. 개교 이래 처음 전면으로 시행되는 온라인 수업을 준비하려고 교직원들이 평소보다 몇 배로 애쓰고 있다. 온라인수업을 지원하는 이러닝지원팀 직원들은 근 한 달 간 야근이라고 한다. 혼란스러운 상황에 쏟아지는 교수와 학생들의 민원 상담까지 도맡으니
삶을 위협하는 수많은 변수 중 간과되는 것이 있다면 그것은 바로 불확실성이다. 당장의 미래를 예측할 수 있는 정도와 삶을 둘러싼 조건을 통제할 수 있는 정도에 따라 운신의 폭과 삶의 질이 결정된다. 지난 몇 주간 우리는 수많은 불확실성 앞에 던져졌다. 개강, 준비하던 대회와 시험 등 일상이 ‘무기한’ 연기되는 사이에, 우리 삶의 주체가 자신이 아닐 수 있다는 것을 끝없이 확인당해야 했다. 지금, 이 순간도 엇갈리는 분석과 주장들 속에서 최소한의 사실을 믿고 최대한의 소문에 불안해한다. 세상에 공평하게 내리는 것처럼 보이는 빗물이 결
연일 TV에서 코로나19 관련 보도와 인터뷰가 쏟아진다. 포털 사이트 실시간 검색어의 대부분을 코로나19 관련 검색어가 차지하게 된 것이 언제부터였는지조차 가물가물하다. 대중교통을 타거나 공공장소에 방문하면 어렵지 않게 코로나 대응 예방수칙을 볼 수 있다. 주로 우리 함께 노력한다면 코로나19를 이겨낼 수 있다는 식의 내용이다. 하지만 우리 사회는 우리가 노력할 수 있는 분위기를 제공하고 있는가? 국민들은 현재 불안과 불신 속에 살아가고 있다. 급속도로 퍼지는 전염병에 대한 불안과 더불어 서로 믿지 못하는 불신 속에 살아가고 있다.
케이팝이 세계로 뻗어 나간 지도 벌써 20여 년이 흘렀다. 처음에 그것은 ‘한류’의 한 가지에 불과했다. 로맨틱 코미디나 퓨전 사극과 같은 한류 드라마를 통해 한국 문화와 친해진 외국인들이 음악과 영화와 같은 다른 대중문화 장르로 관심을 옮겨가면서 아시아권을 중심으로 케이팝이 각광을 받기 시작했다. 탄생과 동시에 세계시장을 겨냥하기 시작한 케이팝은 그래서 본질적으로 ‘초국가성’을 그 산업의 본질로 삼았다. 그리고 그 초국가성은 지난 20년간 케이팝이라는 음악, 그리고 케이팝을 즐기는 대중들의 성격, 마침내 케이팝이라는 카테고리의 성
1891호 고대신문의 내용은 전 학기와 비교해 편집과 방향성에서 개선된 모습을 보인다. 편집의 경우 선택과 집중이 뚜렷해졌다. 과거 산만한 편집과 달리 메인 기사를 확실하게 돋보이게 하고 그 외의 기사는 메인기사를 뒷받침하는 편집으로 독자에게 안정감을 주고 있다. 신문의 방향성에서도 다양한 계층과 영역을 다루면서도 기성언론이 놓치기 쉬운 소외된 영역을 다뤘다. 예를 들어 7면 사회면의 ‘3만 원으로 친구를 사봤습니다’ 기사 같은 경우 보통 친구 대행이 일상적으로 일어난다는 사실을 알지만, 실제 대학생이 친구 대행을 어떻게 이용하는지
21일까지 진행한 사진 공모의 선정작입니다. 미래의 도전을 응원하며 여러분의 추억을 기록합니다. 입학 직후부터 6년간 동고동락하고 있는 13명의 친목모임입니다. 신입생 시절엔 서로 술도 마시고 여행도 다니며 열심히 놀았고, 대학 생활 동안엔 각자의 목표를 향해 달려가며 서로를 응원했습니다. 졸업을 앞두고 다시금 우정을 확인하고자 6년 만에 기념사진을 찍었습니다. 즐거웠던 우리들의 대학생활을 추억하고 싶어 사진을 보냅니다.- 배송호(경영대 경영14) 건축학과는 5년제이다. 남학생 기준으로는 군대 2년 더해서 졸업까지 최소 7년이 걸린
흔히들 우리가 사는 시대의 미디어를 가리켜 시청각매체라고들 한다. 실제로 우리 주변을 둘러싼 대부분의 매체는 시각과 청각을 통해 메시지를 주고받는다. 흔히 오감이라고 부르는 시각, 청각, 후각, 미각, 촉각의 다섯 가지 감각 중 본격적으로 매체 활용에 쓰이는 감각은 현재까지는 주로 시각과 청각 두 개에 머무른다. 시청각 미디어의 시대는 비단 요즘만의 이야기는 아니다. 최초의 문자나 입을 통한 음성 언어들로부터 시작된 미디어의 역사는 대부분 시청각을 중심으로 발전해 왔다. 이른바 근대 미디어라 부르는 사진이나 동영상 기술의 발전도 시
재일 교포가 많이 종사하는 도박 사업 를 제목으로 삼은 이 책은 삼대가 넘는 재일 교포 가족의 이야기를 다룬다. 노아는 자신을 ‘한국인’으로 바라보는 주변 사람들의 눈초리를 피하고자 요셉이 말해준 대로 다른 한국인들보다도 더 깔끔하게 옷을 입었고, 순종하며 좋은 시민이 되고자 했다. 조금이라도 엇나가거나 실수를 하면 바로 ‘한국인이어서~’라는 말을 들을 가능성이 컸기 때문이다. 선입견으로부터 벗어나고자 했던 노아는 대학 때 여자친구였던 아키코가 한국인에 대해 긍정적인 인식을 갖고 있던 것에 대해서도 불편해한다. ‘집단’과
외국인 학생, 학교 적응 어려워해학교 측 “지원 정책 확대 필요”학생들은 등록금 인하 요구대학원 수료생 등록금 인상될 듯 2020학년도 등록금심의위원회(등심위)가 4차에 걸친 회의 끝에 20일 마무리됐다. 회의 결과 △외국인 학생 등록금 3.8% 인상 △내국인 학부생·대학원생 등록금 동결 △대학원 연구등록생 제도 도입 등이 가결됐다. 또 △외국인 학생 장학금 신설 △등록금 부담 완화 성격의 장학금 마련 등이 합의됐다. 3년 연속 인상된 외국인 등록금 2020학년도 외국인 학생 등록금은 3.8% 인상됐다. 처음에 학교 측은 외국인 학
정말박철미국 스미스소니언박물관에서 천 년 후 열어볼 타임캡슐을 제작했다. 다양한 목소리가 미래를 향해 던져졌다.그중에서도 노숙자 맥 그레인이 던진 한마디는 이거였다. 얘들아, 너희도 사랑을 하니너희도 누군가가 그립고 마음이 아프니 지구상의 모든 인간이 가진 한 가지 감정을 꼽으라면, 나는 감히 그리움이라 말하고 싶다. 그리움은 사랑의 또 다른 이름이자 사람의 또 다른 얼굴이다. 인간의 기준은 언제나 과거에 있기에 우리의 그리움 또한 거스를 수 없는 인세의 법칙이어서, 오늘의 나 또한 이렇게 그리움을 써 내려간다. 덧없는 시간의 세례
나: A야. 기왕 양 팔에 용으로 문신했으니 어쩔 수 없네. 우리 졸업하기 전까지 색칠은 하지 말자. 나중에 너 분명 후회할거야. 학생 A: 글쎄요. 전 후회 안 해요. 이제 가볼게요. 나: 그래. 담배피지 말고 곧장 교실로 올라가. 내가 교사가 되기 전까진 학교에서 이런 대화를 하게 될 줄 몰랐다. 교육학 책에는 이런 상황을 가르쳐 주지 않았으니깐. 나는 모르는 것이 많았다. 특성화고 교사로서 매년 고등학교 입시철이 되면 중학교를 돌며 학교 홍보를 다녀야 됨을 몰랐다. 우리 학교에 학생 좀 보내주세요. 출산율 저하로 학생 수 자체
젊은 사람들은 신문을 읽지 않는다. 언제부터인가 당연하게 여겨져 왔다. 온라인 중심으로 콘텐트 이용 환경이 변화하면서 가장 먼저 관찰된 현상 중 하나는 종이신문을 읽는 사람들이 감소하고 특히 밀레니얼 이후 젊은 세대들은 뉴스를 읽거나 보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이를 증명하는 조사 자료도 많지만 강의 시간에 학생들과 이야기하면서 실제로 뉴스에 관심이 별로 없고 정기적으로 읽거나 보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고 당혹스러웠다. 미디어를 공부하는 학생들도 미디어의 주요 콘텐트 중 하나이며 세상을 알고 이해하는 데 필요한 뉴스를 가까이하지 않는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