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작성은 논문 작성과 비슷하다. 현상을 관찰하고, 가설을 세우고, 가설을 검증한다. 학보사 기자 생활을 하며 발견한 것은 대부분의 병아리 기자들이 종종 가설과 다른 현실을 마주해 어쩔 줄 모르곤 한다는 것이다. 얼마 전, 학생 커뮤니티에서 청소 노동자들에 대한 제보가 올라왔다. 제보 속 청소 노동자는 화장실 칸에서 쉬고, 세면대 옆 콘센트에 전기포트를 연결해 커피를 마시는 모습으로 묘사됐다. 열악한 근무환경을 안타까워하는 반응이 이어졌다. 기자가 사실 여부 확인에 나섰고, 취재 과정에 “대부분의 건물에 휴식공간이 있으니 그럴 리
지난달 세종캠 학생이 서울캠 동아리연합회(동연) 회장단 선거에 부후보로 출마했으나 논란 끝에 4월 20일 선거관리위원회 회의에서 후보등록이 취소됐다. 동연 부회장은 동아리들을 대표할 뿐 아니라 전학대회 대의원으로 서울캠 학생들을 대표한다는 점을 고려했을 때 그가 후보로서 적절치 않다는 의견이 다수를 이뤘고, 맥락에 공감할 수 있었다. 다만, 국장 인준 취소에 이어 동연도 결정을 번복했다는 건 학칙과 회칙 검토에 더 주의를 기울여야 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또한 비대위 체제로 운영되고 있는 동연의 상황은 학생들이 대표자 후보에 대해 쏟
새내기 시절, 1학년 세미나를 기한 내에 수강하지 못했던 적이 있다. F를 받게 될까 걱정하다가 용기 내 지도교수님께 연락을 드렸었다. 교수님께서는 나의 부주의를 따끔하게 지적하시면서도, 관용을 베풀어 1년 동안 가장 의미 있었던 일을 적어내라는 대체과제를 주셨다. 피드백과 따뜻한 격려도 잊지 않으셨다. 돌이켜보면 소소한 해프닝이었지만, 어렵게만 느껴졌던 교수님도 학생을 아끼는 한 명의 스승이라는 사실을 깨달았던 경험이었다. 과거에는 마을 단위의 지역 공동체가 활성화돼 동네마다 ‘어른’이 계셨다. 하지만 현대에 이르러 개인주의가 팽
완연한 봄을 맞은 지난 5일. 본교는 116번째 생일을 맞았다. 고대 가족과 지역 주민들이 캠퍼스를 가득 채울 만큼 모여 왁자지껄하게 축제를 벌였던 이전 생일들과는 다르게 올해 ‘고대인의 날’ 행사는 간소하게 치러졌다. 역시 코로나19 때문이었다. 그래도 본교와 사회의 발전에 이바지한 고대인의 공적을 기리며, 고려대의 발전 방향에 대해 논의하는 자리가 마련됐다. “돌이켜보면 우리 고려대학교의 지난 백여 년 역사 속에서 단 한 번도 불확실성을 마주하지 않은 적이 없었습니다.” 이날 가장 가슴에 와 닿았던 말이다. 미증유의 전염병은 설
2주 넘게 이어졌던 기나긴 중간고사가 끝났다. 온·오프라인 병행으로 시험을 치느라 분주히 학교를 오갔던 학생들의 고생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좋지 않은 성적에 낙담한 학생들이 있을 테지만, 시험 한 번에 섣불리 한 학기를 단정 짓긴 이르다. 중간고사는 그동안 배운 것을 정리해 평가하는 ‘끝’인 동시에, 이후의 학습을 준비하는 ‘시작’이기 때문이다. 이번 시험기간엔 학생들뿐 아니라 수업도 중간점검의 대상이 됐다. 올해 처음 본교도 ‘강의 중간평가제도’를 실시하기로 결정해 4월 13일부터 19일까지 학생들에게 설문했다. 인상깊은 점과
○…4월 5일은 식목일이다. 학내 단체, 지역사회와 직접 나무를 심으며 식목일의 의미를 되새기고 싶었지만, 코로나19로 인해 올해는 행사를 진행하지 않는다는 아쉬운 답변을 받았다. 대신 도서관 옆 푸르게 피어난 잣나무의 사진을 찍었다. 본교 교목인 잣나무는 지조와 절개를 뜻한다. 아마 외부의 압력에도 굴하지 않고, 늘 정의를 추구하라는 의미일 테다. ○…기사로써 지면에 담지는 못했지만, 일련의 사건도 있었다. 만우절을 맞이해 중앙광장은 교복을 입은 학생들로 가득했고, 애기능동산도 꽃놀이를 나온 사람들로 붐볐다. 3월 말 서울캠퍼스
날씨가 풀렸다. 이따금 시간이 날 때면 캠퍼스 구석구석을 돌아다니곤 한다. 법학관 후문부터 정경대 후문까지 이어진 길을 걸어 내려오는 것도, 민주광장에 앉아 행인들을 구경하는 것도 즐겁지만, 무엇보다 가장 좋아하는 건 SK미래관 건물에서 수업을 듣거나 과제를 하는 시간이다. 건물 입구에 들어서면 넓고 쾌적한 로비가 펼쳐진다. 곳곳에 배치된 책상은 물론이고 계단이나 쇼파에서도 사람들은 한자리씩 차지하고 앉아 공부에 몰두했다. 거리를 두고 떨어져 마스크를 코끝까지 올린 이들 사이에는 고요한 적막이 흘렀다. 온라인 수업을 수강하는 학생들
2학기부터 전과제도가 시행된다. 그동안 전과제도는 학칙에만 존재하고 정해진 세부사항이 없어 실행되지 않았다. 그럼에도 총학생회 공약에 종종 등장하는 등 오랫동안 꾸준한 수요가 존재했다. 지난 1일 ‘학생들에게 다양한 전공 선택 기회를 제공한다’는 설명과 함께 탄생한 전과제도는 단번에 학생들의 관심을 끌었다. 넓어진 전공선택의 폭이 교육권에 일조할 것이라는 기대가 주류를 이루는 한편, 일각에서는 전과제도가 ‘전공세탁’의 도구로 전락하거나 인기학과 편중 현상이 나타날 것을 우려하기도 한다. 옳고 그름을 따지기 전에, 학과를 재선택하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