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高大魂을 살리자.’
 
검은색 바탕에 하얀 색 글자가 적혀있는 플래카드가 단과대마다 걸려있다. 그 플래카드들에는 ‘謹弔’만 없을 뿐 사실상 高大魂이 죽은 오늘을 애통해하고 있다. 강렬한 여름의 하얀 햇살마저도 숙연하게 가라앉게 하는 高大魂의 죽음은 지난 1985년에 이어 17여년만이다. 그러나 당시 高大魂은 정부에 의해 타살됐지만, 이번 죽음은 우리 자신에 의한 것이다.


지난 1985년 3월에는 「민족高大精氣 장례식」이 있었다. 학생들은 상복을 입고, 정부에 의해 죽임을 당한 高大魂을 상여에 넣어 민주광장을 돌았다. 그 때 그들이 高大魂을 지키지 못한 것을 부끄럽고 애통해하며, 부르짖은 구호가 다름 아닌 ‘어용재단 퇴진’, ‘총장 승인권 폐지, 문교부 장관 사퇴’, 그리고 ‘총장 사퇴 결사반대’였다.

사실 1985년 「민족高大精氣 장례식」은 김준엽 당시 총장을 정부로부터 지켜내지 못한 고대인들의 자괴감과 수치심에서 발로된 것이다. 2002년 고대를 다니고 있는 학생들에겐 ‘총장을 지켜내지 못한 학생들의 자괴감이 高大魂의 죽음으로 이어진다니’라며 고개를 갸웃할 것이다. 하지만 김준엽 총장이 국내 대학 중 가장 먼저 총학생회를 부활을 하고, 민정당사에서 농성을 하고, 정부의 뜻에 반하며 기말시험을 거부한 학생들에게 무거운 처벌을 내리라는 전두환 정부의 뜻을 거부하고, 처벌을 극소화한 일이 김준엽 총장의 사임 배경이 됐다.
2002년 고대생은 학내 구성원의 생각이 재단에 의해 묵살되고, 학내 구성원들이 원치 않은 총장이 연임된 것을 高大魂의 죽음으로 생각하고 있다. 그래서 1985년 전 선배들이 외치던 세 번째 구호인 ‘총장 사퇴 결사반대’는 ‘現 총장 퇴진’으로 바뀌었다.

새로운 총장을 맞이해야 할 시간이 이제 12일정도 남았다. 이제 남은 12일 동안 학내 구성원들은 高大魂을 살리기 위해 노력할 것이며, 본격적으로 전개될 싸움에서는 불가피하게 高大魂은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입어, 부활하지 못하게 될 수도 있다. 대립은 극한의 대결을 낳고, 싸움에선 ‘나’와 ‘너’만이 아닌 우리가 죽을 것이다.
이제 진정 高大魂을 살리는 결정을 내리기를 바란다.

김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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