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방’과 ‘중심’
동방으로부터…’라는 주제로의 월드컵 개막식이 성공리에 치러졌다. FIFA의 입장에서 유럽과 남미를 제외한 축구 변방 지역에서 최초로 치러지는 「2002 한·일 월드컵」의 메시지로서 ‘동방으로부터…’란 표현만큼 적절한 것은 흔치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동방으로부터…’라는 메시지는 세계 축구계의 중심이 아닌 변방에 있는 한국과 일본, 양국의 위치를 잘 드러낸다. 한국과 일본으로 상징되는 축구계의 제3세계에게 이번 「2002 FIFA 한·일 월드컵」은 단순히 첫 개최의 의미가 아닌 주인공으로서 도약의 기회이다.

유럽의 여러 국가들은 최근 아시아와 아프리카, 축구 후진 대륙에 월드컵 본선 기회가 많이 배당되는데 불만을 나타내왔다.

실력이 떨어지는 아시아 국가들이 World컵을 위한 FIFA의 대륙간 안배 덕분에 32강이 겨루는 월드컵 본선에 출전한다는 것이 그들의 주장이다.

한때 히딩크 감독이 ‘오대영’이었던 것을 생각해보면 어쩜 이번 월드컵에서 그들에게 한국이 ‘주인공’이 아닌 ‘동방’으로 비춰지는 것은 당연할지도 모른다. 심지어 트루시에 일본 국가대표팀 감독은 일본 대표팀이 8강에 진출할 수 있을 만큼 월드컵이 형편없는 대회라고 말해 일본 언론으로부터 비난을 사기도 했다.

그러나 지난달 30일 프랑스와 세네갈의 개막전은 세계 축구계에 큰 충격을 줬다. 세계1위 프랑스 대표팀이 월드컵에 첫 출전한, 그것도 프랑스의 식민지에서 독립한 세네갈에 무너지고만 것이다.

비록 ‘동방’의 쾌거는 아니었지만 제3세계가 더 이상은 축구계의 들러리가 아님을 전세계인에게 보여준 것이다.

내일(4일) 폴란드전을 시작으로 한국 국가대표팀의 경기가 시작된다. 이번 「2002 한·일 월드컵」에서 한국 대표팀이 세계인에게 더 이상 ‘동방’이 아닌 ‘주인공’으로 기억되기를 바란다.

황인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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