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교 대학원 응용언어문화학협동과정 선정규(인문대 중국학부) 주임교수는 학문융합에 대해 "르네상스 이후 세분화된 학문의 분류로 생긴 틈새를 보완하는 작업의 일환"이라고 설명한다.

본교도 학문융합 추세에 동참하고 있다. 지난 2004년 본교는 학부 교육과정 개편을 통해 연계전공을 실시했으며, 학생설계전공 시행을 준비중이다.

연계전공은 두 개 이상의 전공이 모여 새로운 전공을 만들어낸 것이다. 수학과와 정보보호대학원이 융합한 ‘암호학 연계전공’이 그 사례다. 한편, 학생설계전공은 학생이 개별적으로 원하는 전공분야가 있는 경우 학과에 상관없이 스스로 커리큘럼을 계획해 이를 이수하는 제도다. 학교 측은 지난 2006년부터 학생설계전공을 시행하려 했지만 현재 보류 중이다.

학부에 비해 심도 있는 학문연구가 이뤄지는 대학원은 한 발 먼저 학문융합의 추세에 합류했다. 본교 대학원은 지난 1987년부터 학과 간의 벽을 허물어 두 개 이상의 전공이 모인 ‘학과 간 협동과정(이하 협동과정)’을 시행하고 있다. 금융공학협동과정의 경우 △경영학과 △수학과 △경제학과 △통계학과 △산업시스템정보공학과가 통합된 것이다. 하지만 학부의 연계전공 및 대학원의 협동과정에 학생들의 관심이 적어 제대로 운영되는 학과가 많지 않다.

▲학생들의 관심 부족으로 운영 ‘삐걱’
현재(9월 13일) 안암 ? 서창 캠퍼스를 합쳐 이중전공을 이수 중인 학생은 5860명이지만 연계전공은 527명 뿐이다.

특정 학과에 학생들이 몰리는 것도 문제. 2007년 1학기 연계전공 지원 ? 합격 현황을 보면 전체 지원자 211명 가운데 166명이 합격해 79%의 합격률을 보였다. 하지만 △환경디자인학(5명) △산업디자인공학(6명) △사회복지학(14명) 등 대부분의 학과는 지원자 전원이 합격했다.

이번 학기 신설된 나노바이오정보기술학전공의 경우 지원자가 한 명도 없었으며, 지난 2005년 2학기 개설된 환경생물자원공학의 경우 지난 학기까지 지원자가 없어 폐지됐다. 대학원 역시 2007년 2학기 현재 석사, 박사 및 석 ? 박사통합과정 재학생 5035명 중 협동과정을 전공하는 대학원생은 273명뿐이다.

▲다양성 부족한 전공수업
연계전공과 협동과정의 전공과목 수 또한 부족한 실정이다. 본지는 협동과정 대학원생 30명을 대상으로 만족도 및 개선사항 조사를 실시했다. 학생들은 ‘다양한 전공 간의 교류를 통해 폭넓은 공부를 할 수 있다’는 점을 들며 본교 협동과정의 만족도에 보통 이상의 점수를 매겼다. 하지만 '개설과목이 적어 선택의 폭이 좁다'는 점을 지적한 학생들이 다수 있었다.

실제로 이번 학기 16개 협동과정의 개설 전공과목 수를 살펴보면 △마이크로/나노시스템 △통신시스템기술 △메카트로닉스 협동과정은 한 과목 뿐 이었고 기전융합신기술협동과정은 개설과목이 없었다. 이는 협동과정을 전공하는 학생 수가 적기 때문이다. 대학원 수업의 경우 학생 수 3명이 폐강 기준인데 이번 학기 기전융합신기술협동과정의 재적생은 3명이다.

학부 역시 14개의 연계전공 중 7개 전공에 해당 전공만을 위한 과목이 개설됐다. 이마저도 한 과목씩 뿐이다. 연계전공을 이수하는 학생들은 단순히 연계된 단일전공들의 과목을 들어야 한다. 패션디자인 및 머천다이징을 전공하는 한 학생은 “각 학과의 전공과목들이 모였을 뿐 학문융합이 됐다는 느낌은 들지 않는다”고 말했다.

△식품과학 △생명공학 △의과대가 모인 식품생의학안전학 김경헌(생명대 식품공학부)주임교수는 “만들어 놓은 과목이 있지만 운용이 잘 안된다”며 “교수들이 해당 전공을 맡기도 바쁘다 보니 과목 개발에 어려움이 있다”고 말했다.

설문조사에 응한 30명의 협동과정 대학원생 중 11명의 학생들이 ‘전임교수의 부재’를 문제점으로 꼽았다. 여러 전공의 교수들이 있지만 협동과정만을 담당할 전임교수가 없다는 것이다.

또한 ‘체계가 덜 잡혀있다’는 점을 지적하기도 했다. 금융공학협동과정을 전공하는 한 대학원생은 “협동과정을 '학과'로 전환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응용언어문화학협동과정의 한 학생은 “독자적인 건물이나 연구실도 없고 협동과정의 이름도 계속 바뀌니 붕 뜬 기분이다”라고 협동과정의 모호함을 표현했다.

과학기술학협동과정 과학관리학전공의 한 학생은 “기존의 단일 학과만으론 풀기 어려운 문제들을 다양한 학문간의 배움을 통해 해결할 수 있어 만족한다”고 했지만 “좋은 가능성에도 불구하고 학과간 협동과정에 대한 학교의 지원이 부족해 여러 도약의 기회를 살리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시행초기인 협동과정의 시스템은 오랜 시간 독자적으로 성장해온 단일전공에 비해 아직 갈 길이 멀다.

▲보다 발전적인 학문융합을 위해선
비교문학비교문화협동과정의 정우봉(문과대 국어국문학과)교수는 "학문융합이 필요한 시기이며 추세지만 일시적인 유행이 돼선 곤란하다"고 경고한다. 이어 정 교수는 “발전적인 학문융합을 위해선 각각 독자적인 학문의 연구가 선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아직까지 한국 학계는 학문간 경계를 넘어서는 것에 대해 경계를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문화재학협동과정의 이홍종(인문대 고고미술사학과) 교수 역시 “모든 사회조직이 결국 총체적이고 유기적이 듯 학문도 이제는 독자적인 연구를 벗어나 이를 융합해야할 시점”이라며 “하지만 아직까지 학과 중심체제가 강하다”고 말했다.

점점 무너지는 학문의 경계에서 간학문적 접근의 필요성은 가속화되고 있다. 낯선 것에 대한 경계의 눈초리를 거두고 보다 열린 태도가 학문하는 사람들에게 필요한 시점이다.



저작권자 © 고대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