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추는 여름, 하얀 꽃을 피워 퍼런 열매를 맺고, 8월이 되면 발갛게 익기 시작해 결국 그 바알간 속에서 노란 씨를 뿜어낸다. 지난여름에 다녀온 괴산청결고추축제는 고추의 초록, 빨강, 노랑의 색을 모두 담아내고 있었다.


매년 8월 말, 충북 괴산 동진천변에서 괴산청결고추축제가 열린다. 고추축제에 뭐 별게 있겠냐는 생각과 달리 축제는 동진천을 끼고 갖가지 프로그램으로 서울은 물론 대구, 부산에서까지 관광객들을 불러들이고 있었다. 괴산고추축제에서 고추보다 유명한 것이 민물고기 잡기대회. 폭 24m, 길이 440m의 어장을 설치해 1만 마리의 물고기를 풀어놓고 맨손으로 물고기를 잡는 대회인데 잡은 물고기는 가져갈 수 있어 인기가 대단하다.


초록 빛 동진천에서 퍼런 물고기와 한참을 씨름하다보면 장자의 꿈이라도 꾼 것처럼 내가 물고기인지 물고기가 나인지도 모를 정도. 동진천에 적신 몸을 말리고 나서 천변을 거닐며 고추로 만든 술을 한 잔 홀짝여 보고, 고추 분재 등 갖가지 전시물도 보고, 산지가격의 고추 한 포대를 놓고 흥정도 해 본다. 어린이들의 고추 따기 대회도 있었는데 거기 그만 따고, 저기 거 따라는 엄마의 코치 받으랴 고사리 손으로 질긴 고추 줄기와 씨름하랴 분주한 아이들 모습에 학부모라도 되는 마냥 절로 카메라를 들어 이리저리 사진을 찍어댔다.


이처럼 괴산고추축제는 가족단위의 관광객들이 즐길 수 있는 행사가 잘 프로그래밍 되어 있어 가족단위로 이 축제를 찾는 다면 괴산고추축제를 100% 즐길 수 있을 듯. 고추축제의 마무리는 노란 빛이었다. 마침 마지막 날에 축제를 찾아 축제가 끝날 쯤에 초대형 가마에서 쪄 낸 노란 옥수수도 맛 볼 수 있었는데 한꺼번에 쪄낸 6천개의 옥수수 중 하나라고 생각되지 않을 정도로 옥수수 알이 살아있었다. 입안에서 알알이 톡톡 터지는 쫄깃쫄깃한 옥수수 맛을 잊지 못해 내년에도 괴산을 다시 찾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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