곡동 네거리에서
몇 개의 촉촉한 눈빛을 본 적이 있다
말머거리 아이들 눈짓언어를 손으로 모으는
늦은 봄 저녁,
그들은 하얀 십자로(十字路)에서 갈팡질팡
오가지도 못하고 차량에 갇혀버렸다

햇빛에 바람이 잘린 탓일까,
황급히 나누는 수화는
붉은 신호등에서 묵시록 1장 말씀의 홰를 치고

매 맞으며 늘 혼절하는 얄팍한 성냥개비처럼
저 아이들의 징징, 징소리 기인 울음-

언젠가 무심히 바라본
할아버지 헐어버린 손등의 작은 반점같은 슬픔이
반득,

빛이 하나의 기호로 눈부신 생채기를 남긴다
지금
남모를 빛의 홀씨들은 모두 어디로 갔는지

화곡동 작은 네거리에서
몇 개의 붉게 젖은 눈매를 본 적이 있다

(*말머거리―농아, ‘귀머거리’에서 따옴)

 
신호등에 걸려 차량에 갇혀 네거리에서 갈팡질팡하는 장애인들의 당황감을 서술한 시이다. 그들에 대한 연민의 시각을 통해 화자의 인간에 대한 따뜻한 정감이 느껴진다. “작은 반점같은 슬픔”이라는 표현은 예리하지만, “묵시록 1장 말씀”과 같은 표현은 보다 객관적 접근이 필요하다. 끝마무리 또한 아쉬움이 있다. 분발하기 바란다.
최동호 (문과대 국어국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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