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여름, 미국 발(發) 서브프라임 모기지론 부실은 전 세계 금융시장을 혼란에 빠뜨렸다. 당초 미국인들은 주택 가격이 오를 것이라 예상해 모기지 은행에서 무리하게 주택마련 자금을 빌렸다. 그러나 예상과 달리 주택 가격이 하락하는 동시에 대출 금리가 대폭 올라가 이자를 갚지 못하는 채권자가 급격히 늘었다. 이후 모기지 은행에 투자한 월가의 펀드와 금융회사의 손실이 이어졌다. 이러한 연쇄현상은 미국을 넘어 유럽, 아시아의 금융 시장을 긴장시켰고 결국 세계 금융 위기로 번졌다. 금융전문가들은 “내년에는 빌린 돈을 아예 못 갚거나 연체하는 사람들이 더 많아질 것”이라며 후 폭풍을 걱정하고 있다.

서브프라임 사태는 미국인들이 모기지 은행에 이자를 갚지 못한 것에서 시작했지만 전 세계적으로 엄청난 결과를 불러일으켰다. 최근 학계에서는 위와 같은 현상을 복잡계 이론(Complex system)으로 설명하기 시작했다.

복잡계는 무수한 요소가 상호 간섭해 예상외의 성질을 나타내는 시스템을 말하며 복잡계 이론은 복잡계를 연구해 그 집단, 사건의 성격을 연구하는 것이다. 복잡계 연구는 겉으로 보기엔 무질서해도 나름의 규칙을 갖고 있다는 카오스 이론(Chaos theory)을 포함한다.

복잡계 이론은 20세기 초에 연구되기 시작해 그 역사가 매우 짧다. 하지만 1980년대부터 미국 산타페 연구소를 필두로 학문의 경계를 넘나들며 비약적인 발전을 이루게 됐다. 19세기의 과학이 복잡한 현실에서 동일성과 단순성을 찾아내는데 주력했다면, 복잡성 과학은 단순한 요소로 이뤄져 있는 현실이 어떻게 다양하고 복잡해졌는가를 밝혀내려는데 주력한다.

사람들은 서브프라임 사태가 갑자기 터진 것으로 느끼지만 그렇지 않다. 금융시장의 안정을 깨는 수많은 징조들이 있었으나 잘 드러나지 않아 알아채지 못했던 것뿐이다. 사실 금융시장의 혼란을 일으키는 금리, 환율, 주가 등의 요소는 금융시장이 불안한 상태가 되면 금안정한 상태(평형상태)에 도달하기위해 상호작용한다(공진화). 불안상태와 안정상태가 서로 견제하며 유지되는 것이다.

이러한 긴장이 계속되다보면 복잡계 내부에 나름의 질서가 만들어진다. 또한 공진화가 진행됨에 따라 금융 시스템의 구성요소 간 상호작용이 질서체계의 특정한 한계(임계치)에 도달하게 되는데 이 한계를 넘는 순간, 시스템의 새로운 변환(창발현상)인 서브 프라임이 일어난다. 시스템 내부의 곪은 상처들이 상호작용하며 순식간에 세계 금융 시스템의 붕괴를 이끌어낸 것이다.

서브프라임 사태를 비롯해 전쟁이나 대공황, 정치혼란 등의 사회현상은 몇 가지 요소만 가지고는 그 현상이 발생한 원인을 설명할 수 없으며 해결책을 제시하는 것도 쉽지 않다. 수학문제와 같이 해답이 명확한 단일계가 아니기 때문이다. 민병원(서울산업대 IT정책전문대학원) 교수는 “현실세계와 복잡계는 유사한 측면을 가진다”며 “이 때문에 복잡함으로 가득 차 있는 블랙박스를 열어젖힐 수 있는 강력한 이론으로 복잡계 이론이 떠오르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자연 과학 연구에 국한됐던 복잡계 이론은 점차 경제, 조직학 등 사회과학분야로 확장되고 있으며 최근에는 물류관리시스템 관리나 마케팅전략 등 실제 현장에도 도입되고 있다.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는 신용등급이 낮아 주택을 장만하기 어려운 저소득층에게 고금리로 주택마련 자금을 빌려 주는 것이다.
미국에서 발생한 서브프라임 사태는 유럽, 아시아 등의 금융시장에 영향을 끼쳤다. 사진은 미국의 서브프라임 사태가 영국에까지 영향을 끼쳐 사람들이 영국 모기지업체 노던 록에서 예금을 인출하려고 줄을 길게 선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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