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해 전, 나는 01학번 새내기였다. 선이의 죽음에 안타까워하며 입학식을 치뤘고, 막걸리를 마시며 토하는 법을 배웠다. 입학 첫 달에는 등록금 투쟁에 관한 전단지를 들고 집에 갔다가 운동권이 될 생각이냐며 부모님께 밤새 야단을 맞기도 했다. 4월 18일날 달렸던 수유동의 밤거리는 지금도 잊지 못한다. 고연전 날 단상 위에서 교가를 부르며 흘렸던 눈물 역시. 그리고 11월, 내 손으로 학생회장을 뽑고 그 해 마지막 학기말 시험을 치루는 것으로 새내기 시절은 끝났다.
 만약 가슴 뛰는 스무 살로 다시 돌아갈 수 있다면? 우선 매일 꾸준히 달려 마라톤에 출전해보리라. 첫 방학은 세렝게티에서 사진을 찍으며 나만의 내셔녈 지오그래피를 만들어야지.  신문은 꾸준히 읽되, 현상의 본질을 고찰하며 보리라. 굳이 <미디어 비평>을 보지 않아도 깨어있는 의식으로 사건을 해부할 줄 알아야지. 「권민정 Daily newspaper」를 만들어 직접 사설도 써보고 하루 일을 기사로 작성해 객관화시켜 봐라봐야지. 젊은 날을 기록하는 것은 역사서를 편찬하는 것과 같은 값어치를 지니고 있거든. 매체를 통해 진실에 접근하는 것으로는 성에 차지 않으니 직접 그림자에 숨어있는 사람들을 찾아다니리라. 월드컵에 사용되는 피버노바를 만들기 위해, 혹은 초콜릿 재료인 카카오를 따기 위해 희생된 아이들, 전쟁과 기아, 전염병과 극심한 노동에 노출된 아이들과의 만남을 기록해야지. 내가 찍은 사진으로 그들의 삶을 널리 알려 그 아이들이 더 많은 세상의 도움을 받을 수 있게 만들테야. 그러다 말라리아에 걸릴 지도 모르지만 그것은 나중에 생각해보자. 아, 마지막으로 연애가 빠져서는 안되겠지. 수업이 끝나면 같은 수업을 듣던 그 아이에게 가서 영화티켓을 건네리라. "이 영화를 같이 보고 싶은데, 시간 괜찮니?“ 라고 말해야지. 그 아이와 잘되지 않더라도 연애는 꼭 해보리라. 영화 한편은 찍어야하지 않을까? <색즉시공>이 아니라 <클래식>으로.
"대학에 오지 않았다면 이렇게 아름다운 세상을 만날 수 있었을까?" 잘나갔던 01학번이 잘나갈 03학번에게 물어본다. 그대, 부디 이 질문에 대한 대답은 메일로 보내주기를 진심으로 바라네.

권민정 사진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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