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청난 비난 속에서도 취재선진화방안을 강행했던 참여정부가 물러나고 이명박 정부가 들어서며 내건 기치다. 실제로 이 대통령은 취임 열흘 만에 출입기자와 비공식 만찬을, 지역 언론사 편집국장들과는 오찬을 가졌다. 중앙일간지 구독도 재개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취임과 동시에 청와대에 들어오는 신문 248부 구독을 중단하고, 취임한지 일 년이 다 돼서야 언론사 편집국장들을 초청했던 것과 확연히 대비된다. ‘대못질’이란 겁나는 수식어를 더 이상 신문지면에서 보지 않아도 되니 후련하지만 뭔가 찜찜하다. 과연 ‘프렌들리’가 정부와 언론 사이에 어울리는 단어인가.

사람과 사람이 친해지려면 따뜻한 말 한 마디라도 오고 가는 것이 있어야하고 적잖이 시간도 걸린다. 하지만 정부와 언론은 하루아침에 친해졌다. 서로를 향해 날을 세웠던 과거의 흔적은 찾을 수 없다. 한 일간지의 전 정치부장과 전 정치부 차장은 각각 청와대 선임행정관과 방송통신위원회 대변인으로 자리를 옮기기 위해 회사에 사표를 제출했다. 최근 3개월간 기자 14명이 회사를 떠난 비상사태에서 일어난 일이라 충격을 더했다. 권력을 감시하던 정치부 기자, 게다가 수장인 사람의 행태라고 보기 어렵다. 이 외에도 많은 언론계 인사들이 청와대로 직행했다.

정부와 언론은 적당한 거리를 유지해야 한다. 하지만 정부는 그럴듯한 기치로 억압에 지친 언론을 회유하고 언론은 따라가기 일보직전이다. 언론계가 자성의 목소리를 내고 있지만 권력에 끌려가는 나약한 언론의 모습은 쉽게 잊혀 지지 않을 것이다. 물론 언론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보다 전폭적인 지원을 약속하는 정부가 낫다. 하지만 때로는 달콤한 회유가 더 무섭다. 언론이 가진 비판의 날이 무뎌지는 것은 못질된 기자실보다 무서운 억압이다.

친하게 지내고 싶다며 내민 이명박 정부의 손. ‘프렌들리’하기위해 내민 것인지, ‘프레스’하기 위해 내민 것인지 그 진정성을 생각해볼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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