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서애경 기자

게임에 몰두해 다른 사람이 방에 들어오는 것을 자각하지 못하는 것도 일종의 자연최면이다. 최면은 ‘무엇인가에 깊게 빠져서 주변을 자각하지 못하는 경우’를 뜻한다. 최면은 세계보건기구(WHO) 등에 정식 인정받아 의학 분야에서 치료 방법으로 이용되고 있다. 최근 미국엔 ‘최면전문클리닉센터’가 설립되기도 했다.

실제 최면에 걸리면 어떤 기분일까? 본지는 지난 4일(화)부터 나흘 간 본교 홈페이지 자유게시판을 통해 일반 학생들을 모집, 3명의 참가자와 함께 한국최면과학원(원장=임재형)을 찾았다.

임재형 원장은 “최면은 마술이나 마법이 아니다. 어떠한 생각 또는 하나의 대상에 몰입해 자각의 이상, 변동을 일으키는 ‘변화된 의식상태’가 최면이다”라고 말문을 열었다. 참가자들은 최면에 대한 임 원장의 소개를 들은 뒤 본격적으로 최면을 체험했다.

최면을 위해선 피최면자가 최면 유도를 위한 ‘관념운동’을 해야 하는데 이 시간을 단축시키기 위해 집단최면을 시작했다. 참가자 모두 눈을 감고 임 원장의 말에 몸을 맡긴다. 숨을 코로 깊게 들이마시고 입으로 내뱉는 과정을 4회 반복하면서 참가자들은 최면에 깊게 빠지기 위한 준비를 한다. 어깨의 힘을 완전히 뺀 채 온 신경을 오직 두 손끝에만 집중한다.

“손 안에 자력의 힘이 존재해 두 손을 밀어낸다고 생각해보세요. 서서히 손이 벌어집니다. 스스로 벌릴 필요는 없습니다. 손은 자연스럽게 벌어집니다”

곧 참가자 전원의 두 손이 벌어지기 시작했다. 최보람(문과대 독문06)씨(가명)는 “최면을 받는 동안 분명히 의식이 있었고 다른 생각을 할 수 있었다”며 “실제로 잠깐 다른 생각을 하는 동안엔 손이 벌어지지 않는 것을 느꼈다”고 말했다.

“오른손에 정신을 집중하세요. 오른쪽 손목에 수많은 고무풍선이 매달려 있다고 상상합니다. 오른손에 밧줄을 달아 누군가가 잡아당긴다고 생각해보세요. 그리고 멈춥니다. 자, 팔이 딱딱하게 굳습니다. 제가 셋을 세면 팔이 이완되면서 더 깊은 최면 상태가 됩니다. 하나 둘 셋!”

임 원장의 말이 끝나자 참가자들은 눈을 감을 채 오른팔을 들고 있었다. 박은희(생과대 환경생태공학03)씨가 “팔을 내려 보라고 했을 때 팔을 내리고 싶은 생각이 들지 않았다”고 말하자 임 원장은 “팔을 내리라고 했을 때 의지조차 없는 사람과 내리려고 시도했는데 진짜 내려가지 않는 사람이 있다”며 “성향이 다르더라도 나에게 잠재의식의 통제권을 맡겼다면 내 암시대로 내릴 수 없다”고 말했다.

이후 참가자들에게 개인 최면을 시도했다. 가장 먼저 최면을 받은 최보람 씨는 자주 구부정한 자세로 앉아 있는 것을 교정하고 싶어 했다. 최씨는 의자에 앉아 임 원장의 말에 귀를 기울였다. 임 원장은 최씨의 어깨를 가볍게 두드리며 서서히 최면을 걸었다.

“분명 자세가 안 좋아진 데에는 이유가 있을 겁니다. 지금부터 원인이 된 경험을 찾아봅시다. 당신 앞에는 TV가 있습니다. TV와 나는 케이블로 연결돼 있습니다. TV를 켜면 그 원인이 됐던 때로 갑니다. 내가 셋을 세면 TV를 켭니다. 제3자의 시각으로 그 때를 봅니다. 하나 둘 셋! 무엇이 보이나요?”

최씨는 “초등학교 4학년 때인 것 같다. 교실에서 움츠려 앉아 있는 내 모습이 보인다”고 말했다. 이유를 묻는 임 원장의 말에 최씨는 “전학을 왔는데 친구들이 나를 좋아하지 않는다”며 갑자기 울음을 터뜨렸다. 임 원장은 전학을 간 학교에서 성격이 위축됐던 경험을 구부정한 자세의 원인으로 판단하고 최면을 계속했다.

“내가 셋을 세면 TV를 끕니다. 그 경험과의 연결고리를 끊어버리세요. 장면도 사라지고 경험도 사라지며 그 일은 앞으로 최보람 씨에게 영향을 미치지 않습니다. 자, 다시 TV를 켭니다. 다시 전학을 갑니다. 친구들에게 자신을 인식시켜주세요. 먼저 반갑게 인사 건네 보세요. 이제 친구들이 반갑게 맞아 주지요? 마지막으로 셋을 세면 가장 당당했던 때로 돌아갑니다. 하나 둘 셋! 가장 당당했던 그 때의 감정을 충분히 느끼세요. 당당한 감정이 최고조에 올랐을 때 왼손의 주먹을 꽉 쥐세요. 그리고 그 감정을 충분히 느끼세요… 이제 깨어나게 되면 머리가 맑아지고 기분이 상쾌해집니다. 자, 눈을 뜹니다”

최씨는 “최면에 걸렸을 때 몸이 나른하게 늘어지고 정신도 몽롱해 잠들기 직전의 기분 같았다”고 말했다. 이어 최씨는 “정말 신기했던 점은 TV를 켜라고 했을 때 전혀 생각하지 못했던 초등학교 시절 장면이 보인 것이었다”며 “신경 쓰지 않았던 경험이 떠올라 당황했다”고 말했다.

최면 체험 사흘 후인 지난 13일(목) 최씨는 “최면을 받은 이후 전과 달리 허리를 바로 세우고 앉아있는 나를 발견하게 됐다”며 “자세에 신경 쓰는 것으로 보아 어느 정도 최면의 효과가 있는 것 같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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