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강과 함께 발행된 고대신문에서 서창 캠퍼스를 세종 캠퍼스라고 이름을 바꾼다는 기사를 보았다.
‘세종? 우와 되게 좋네. 뭔가 산뜻한 느낌도 들고. 그런데 어디서 많이 들어 본 것 같은데…?’ 아니나 다를까, 그 후 며칠 사이 각 일간지 지면 등을 통해서 세종대학교에서 우리의 캠퍼스 명칭 변경에 대해 반대 결의를 여는 것과 동시에 사용금지 가처분신청을 냈다는 기사를 접하게 됐다. 세종대학교가 격렬한 어조로 신문에 규탄 광고까지 내는 걸 보며, 쓴 웃음을 짓지 않을 수 없었다.


물론 일을 추진하는 데 있어선 어느 정도의 반대에 부딪히거나 또는 이를 무릅써야 하는 것이 사실이다. 어쩌면 ‘세종’이라는 명칭은 우리 국민 모두의 것인데, 세종대학교가 자기네 학교의 이익을 위해서 억지를 부리는 것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우리 고려대학교가 언제부터인가 ‘겸손한 자신감’을 잃고 우월의식에 빠져 조금씩 적을 만들어 나가고 있다는 걱정은 나만의 지나친 기우일까?

전에 기회가 생겨 건국대학교 사람들과 이야기를 한 적이 있었다.  “KU는 원래 건국대학교의 표어였는데, 고려대학교가 빼앗아 갔다.” 라는 말을 듣고 깜짝 놀랐다. 사실 여부를 떠나, 그 사람들이 그렇게 생각한다면 뭔가 우리에게도 문제가 있었던 것은 아닐까. 어떤 일이 일어났을 때, 그 원인의 적어도 절반은 내 자신에게 있는 법이다.

항상 ‘민족고대’란 말을 쓴다고 예전에 네티즌들이 인터넷을 뜨겁게 달군 적이 있었다. 최근에는 대통령을 배출했다고 질시어린 시선을 받고 있다. 근거 없는 악플도 일방적인 비난도 있었지만 우리가 우리도 모르게 다른 사람들을 무시했던 것은 아닐까?   

일본 에도 시대의 한 거상은 다음과 같은 말을 남겼다고 한다. ‘고객을 적으로 돌리지 마라. 한 명의 고객 뒤에는 만 명의 고객이 있다.’ 고객이라는 말을 국민으로 고치고 다시 읽어 보자.

21세기의 화두 중의 하나는 ‘협력’이라고 한다. 대학을 떠나 모두 같은 대한민국의 국민이고, 언제 어디서 만나 같이 일할지도 모르는 일이다. 일을 추진하는 것도 좋지만 동시에 다른 사람을 배려하는 자세도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우리나라의 명문 대학다운, 맏형다운 모습을 보이도록 하자.

이신(보과대 보건과학부 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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