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일 중국의 제10기 1차 전국인민대표대회가 2984명의 대표가 참석한 가운데 시작됐다. 이번 대회는 작년 11월에 개최된 중국공산당 16차 당대회를 통해 이른바 제4세대 정치지도자가 출범한지 4개월만에 당의 정책을 구체화하는 중요한 대회이다. 대회의 최대 관심사는 지난 16차 당대회에서 당지도부가 제4세대 지도부로 물갈이된 이후 이에 조응하는 정부고위직 인사의 단행과 기구개편이다.
 
대회가 끝나는 18일에 인사에 대한 모든 것이 명확해지겠지만, 정부의 주요 고위직이 대폭 물갈이될 전망이다. 우선, 국가주석, 전국인민대표대회 상무위원장, 국무원 총리, 정치협상회의 주석 등 4개의 최고위 요직이 교체될 전망이다. 또한 국무원 부총리, 국무원 각부 부장(장관), 인민은행장, 심계장(감사원장), 최고인민법원장, 최고인민검찰원장, 전국인민대표대회 간부들에 대한 대대적 물갈이도 있을 것이다. 정부기구개혁은 당초 대폭적인 축소가 있을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소규모 축소, 통합과 개편을 통해 현재 29개 부와 위원회가 28개의 부와 위원회로 변화될 전망이다.

이번 인사문제의 최대 관심사는 후진타오(胡錦濤)가 장쩌민(江澤民)으로부터 어느정도 권력기반을 확보할 수 있는가이다. 후진타오가 당총서기직과 아울러서 국가주석직을 차지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완전한 권력장악은 아니고 과도정권의 수반성격이 짙을 것으로 보인다. 그 이유는 장쩌민이 향후 3년간 중앙군사위원회 주석직을 유지하면서 막후에서 영향력을 행사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또한 중국공산당 최고지도부에 속하는 정치국상무위원 9인중 장쩌민의 사람으로 분류되는 우방궈(吳邦國), 자칭린(賈慶林), 쩡칭홍(曾慶紅), 황쥐(黃菊) 등이 각종 당정업무에서 장쩌민의 입장을 대변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후진타오는 당정부문에서 일정한 자신의 기반을 확보하기 전까지 장쩌민의 영향력하에서 당정을 운영하면서 자신의 기반을 확장해가고자 할 것이다. 이는 당정의 운영방향에 있어서 지난 16차 당대회에서 당의 중요사상으로 채택된 장쩌민의 이른바 ‘3개 대표론(당이 중국의 선진생산력의 발전 요구, 선진문화의 전진방향, 가장 폭넓은 인민의 근본이익을 대표)’이 주요 방향으로 자리잡을 것임을 말해준다. 장쩌민은 지난 20여 년간 경제발전과 함께 본격화된 계층분화로 등장한 신흥엘리트인 사영기업주, 지식인 등을 공산당에 받아들여 공산당의 지배를 강화하기 위해, 이른바 ‘3개 대표론’을 제기해 이를 지난 16차 당대회에서 중국공산당의 중요한 지도사상으로 당장에 삽입시키는데 성공했다. 이는 그동안 중국공산당이 노동자, 농민의 혁명당으로 중국사회를 이끌어 왔다면, 이제는 사영기업, 지식인 등 다양한 인민을 대표하는 국민정당으로 변화하고 있음을 말해준다. 후진타오 정권의 초기 당정운영방향 역시 장쩌민시기와 큰 차이없이 신흥엘리트들을 대폭 끌어안기 위한 일련의 움직임이 강화될 것이며, 따라서 지속적인 경제성장을 통하여 점차 양극화되는 사회계층구조 속에서 사회하층으로 전락해가고 있는 노동자, 농민의 사회적 불만해소는 체제안정의 중요한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정부기구개혁은 시장경제체제를 향한 개혁의 가속화와 WTO가입으로 세계경제 속으로 본격적으로 편입되고 있는 추세에 발맞추기 위하여, 정부기구 및 직능의 축소, 통합, 개편을 통해 정부의 경제적 개입을 축소시키는 시장지향적인 기구개혁의 단행이라는 점에서 그 특징을 찾을 수 있다.

이처럼 이번 대회를 통해 당정부문에서 권력의 전면에 부상한 제4세대지도부는 시장화를 향한 개혁의 가속화와 신흥엘리트의 공산당내로의 흡수를 통한 당의 통치기반의 강화를 통해 정치, 사회적인 안정을 꾀하면서 경제발전에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대외정책에 있어서도 장쩌민시기와 마찬가지로 경제발전에 주력할 수 있는 평화적 대외환경의 확보에 최선을 다할 것으로 보이며, 북핵문제도 이같은 맥략에서 파악할 수 있다. 중국의 북한핵문제에 대한 일관된 입장은 ‘한반도의 비핵화,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의 유지, 대화를 통한 평화적인 문제해결’이다. 이는 어떤 경우라도 한반도의 핵화에 찬성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며, 동시에 무력사용이나 강제적 제재와 같은 비평화적인 방법을 통한 문제해결을 원치 않는 다는 것이다. 이같은 이해관계로부터 중국은 현재 북·미간 직접대화를 촉구할 뿐만 아니라 한편으로 북한을 설득하고, 다른 한편으로 미국과의 접촉을 통해 한반도지역에서의 전쟁방지와 긴장완화를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 최근 중·미간에 비밀합의를 통해 북한에 대한 미국의 비선제공격을 조건으로 중국이 이라크전을 사실상 묵인하기로 합의했다는 언론의 보도는 중국이 한반도지역에서의 평화와 안정의 유지를 얼마나 중요시하고 있는가를 보여주는 좋은 사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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