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주의의 ‘최신버전’인 신자유주의. 오래된 이론에 불과했던 신자유주의는 1980년대 영국의 대처 수상과 미국의 레이건 대통령 이후 비로소 현실의 정치경제적 실천으로 구체화됐다. 신자유주의란, 간단히 말하면 애덤 스미스의 자유주의를 오늘날 현실에 맞게 되살린 이념이다. 국부론으로 상징되는 스미스의 자유주의는 봉건 체제를 타파해 자유로운 시장 경쟁을 강조한다는 의미에서 역사적 진보가, 공감(sympathy)에 기초한 상도(商道)가 있는 경제 질서를 강조한다는 의미에서 인간적 풍취가 있었다. 그러나 신자유주의는 대다수의 사회적 탈락자들에게 ‘굶어죽을 자유’를 부여한다는 뜻에서 역사적 퇴보를, 공감이 아닌 일, 돈, 속도, 편리성 등에 중독된 삶을 강화한다는 점에서 인간적 타락을 가져왔다.

저자인 뉴욕시립대학교 인류학과의 데이비드 하비(David Harvey, 1935~) 특훈 교수는 신자유주의 프로젝트가 결코 초역사적 사건이나 자연법칙에서 나온 게 아니라고 말한다. 저자에 의하면 신자유주의는 강대국이 주체가 돼 저효율의 이윤 시스템을 혁신하고 결과적으로 더 많은 돈벌이를 추구코자 세상을 재편하는 프로젝트다. 신자유주의 이론가 및 정치가들은 프로젝트의 4단계, 즉 △개방화 △탈규제화 △민영화 △유연화의 과정을 거치면 ‘레드 오션(치열한 경쟁)’을 넘어 ‘블루 오션(무한한 가능성)’이 펼쳐질 것처럼 선전한다. 또한 초국적 자본과 세계금융시장이 지구촌에 민주주의와 복지, 삶의 질 향상을 갖다 줄 것이라 약속한다.

하지만 이 과정은 모순 덩어리다. 하비에 따르면, 신자유주의 구조조정의 첨병인 미국에서조차 소득 상위층 1%가 국민소득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1980년 8% 정도에서 2000년 15%로 올랐다. 1970년 CEO 한 명의 소득은 노동자 30명분이었으나 2000년엔 노동자 500명분으로 늘었다. 한편, 최부유국과 최빈국의 소득비는 1960년대 30대 1에서 1990년엔 60대 1로, 1997년엔 74대 1로 늘었다.

그렇다면 무엇이 문제이고 어떻게 대처해야 하나? 하비 교수는 기술혁신과 경제성장으로 해결할 수 없으며 신자유주의 또는 자본주의 자체가 갖는 딜레마라고 설명한다. 역사적 맥락을 살펴보면 신자유주의는 상위 계급의 권력회복 전략이라는 것이다. 또한 기존의 ‘착근된 자유주의(케인스주의)’ 때까지만 해도 생산성 및 노동의 재생산을 통한 자본축적이 핵심이었지만, 신자유주의의 경우 불균등 배분, 즉 ‘탈취에 의한 축적’이 핵심이라 한다. 결국 신자유주의 및 계급적 역관계의 변화, 그리고 균등배분을 실현할 새로운 사회구조만이 이 사태를 해결할 수 있다. ‘탈취에 의한 축적’에 저항하는 운동의 전형은 멕시코의 사파티스타 반란이다. 1994년 멕시코농민군은 신자유주의적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에 반대하며 무장 봉기했다. 이들은 전위주의 반대와 정당 거부, 권력 장악 거부 등 참신한 방법으로 권력, 민주주의, 자유, 연대 등과 관련해 운동의 새로운 차원을 보여주었다. 물론, 거시정치적 역동성 문제나 계급투쟁 문제는 여전히 미해결이다. 요컨대, 하비 교수는 인종, 성, 종족, 지역, 계급 등 다양한 차원을 아우르는 계급투쟁과 함께 자기결정권 회복 운동, 그리고 도덕적 반감을 넘어선 문화투쟁이 필요하다고 본다. 이어 민주적 거버넌스(Governance) 구축 및 정치 ․ 경제 ․ 문화적 평등과 정의를 실현할 수 있을 때 비로소 새 세상이 열릴 것이라 말한다.

이 책은 현실을 강타하는 신자유주의 세계화의 본질이 무엇인지 꿰뚫어 보고자 하는 대학인들에게 좋은 참고서가 될 것이다. 그저 학점 잘 받고 졸업장 받아 직장 하나 달랑 구하는 것이 대학생의 임무가 아니라고 생각하는 모든 이들에게 일독을 권한다.

 강수돌(경상대 경영학부) 교수

1. 책 전체 이름: <신자유주의(Brief history of neoliberalism)>
2. 출판사: 한울아카데미
3. 출판연도: 2007년
4. 저자: 데이비드 하비 David Harvey
5. 역자: 최병두(대구대 지리교육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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