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 박지선 기자)
지난달 27일 철학과 ‘형이상학’ 전공수업을 듣고 있는 출교생 서범진(문과대 철학02)씨를 만났다. 2년 전 보건대 투표권문제 관련 ‘교수감금사태’로 출교된 학생들은 법원의 퇴학효력정지가처분판결에 따라 복학, 3월 넷째주부터 수업을 듣고 있다. 졸업을 한 학기 남기고 출교됐던 서범진 씨는 이번 학기에 철학전공 4과목, 총 12학점을 듣고 있다.

“요즘은 출교생들 모두 학교생활에 열심이에요. 천막이 없어졌으니 전처럼 매일같이 보진 못하고 일주일에 한두 번 만나는 정도예요. 형우와 지윤이는 이집트 카이로에서 열린 국제반전회의에 참가했어요. 저는 전공공부도 하고 읽고 싶은 책도 맘껏 보고 있어요. 2년 만에 전공수업을 들으니 따라가기 어려운 점도 있지만 감회가 새로워요. 학생증이 갱신돼 공강시간에 중도에 들어갈 수 있는 게 제일 좋아요”

75분간의 수업이 끝나고 학생들이 나간 강의실에서 이야기를 조금 더 나눴다. 법원판결과 복학에 대한 소감을 물었다.

“퇴학조치로 출교문제가 또다시 장기화될까 절망하던 중 법원에서 우리의 손을 들어주고 학교도 복학을 승인해 정말 기뻤죠. 또다시 법원판결을 뒤집고 복학약속을 번복할지 모른다는 불안도 있었지만 수강신청을 비롯한 행정절차가 진행되자 실감이 났어요. 부모님들도 큰 수심이 사라졌다고 하셨고요. 수업에 들어가기 전날 밤에는 너무 설레어 잠을 뒤척였어요. 마치 입학 전날처럼요. 막상 수업을 들으니 출교로 주목도 많이 받았고 우여곡절 끝에 복학한 만큼 더 열심히해야한다는 생각에 긴장되요”

출교생들에게 ‘잃어버린’ 2년은 어떤 의미일까.

“벌써 졸업하고 취직한 동기들이 많아요. 2년이면 군대도 다녀왔을 시간인데 그만큼의 시간을 매일같이 출교철회집회와 유인물배포, 천막생활 등을 하며 24시간 긴장 속에 있었어요. 인생에서 ‘2년’이 정체된 것에 대한 아쉬움이 너무 커요. 출교되면서 이전에 미리 계획했던 것들을 모두 수정해야했죠. 듣고 싶은 수업도 많고, 하고 싶은 활동도 많았지만 이젠 그보다 졸업을 서둘러야 해서 안타까워요”

한편, 학내 곳곳에서 출교문제가 일단락된 만큼 2년전 '교수감금사태'에 대한 ‘사과와 반성’이 이뤄져야한다는 여론이 형성됐다. 안암총학생회(회장=정수환·공과대 전기전자전파05)의 홈페이지엔 얼마 전 ‘복학을 통해 출교문제가 해결의 조짐을 보이고 있음을 환영하는 바이지만 복학 결정 자체가 면죄부를 부여한 것은 아니며 감금사태 당시 교수님들과 학내갈등으로 혼란을 겪은 학내구성원들에 대한 사과가 필요하다’는 총학 측 입장이 담긴 웹자보가 게시된 바 있다. 이에 대한 서범진 씨의 입장을 들어봤다.

“상식적으로 통용되는 ‘사과’는 개인간에 있어 필수적이고 당연한 예의죠. 하지만 이번 출교문제는 학생과 교수간의 예의범절 측면과는 다른 문제예요. 당시 사건에 대해 왜곡된 측면이 많고 공식적인 ‘반성과 사과’를 할 경우 이 문제가 출교생이 잘못을 ‘인정’하는 측면으로 비춰질 소지가 크거든요. 결국 지금까지 저희가 고수해온 입장과 모순된다고 생각해요. 사과와 반성은 이 문제를 둘러싼 시시비비를 가린 후에 학교와 출교생 양측 모두가 고려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마지막으로 앞으로 남은 소송과 ‘출교’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학교가 얼마전 ‘출교처분무효확인소송’을 취하했어요. ‘퇴학처분무효확인소송’이 남았지만 퇴학처분에 대해선 법원이 가처분판결로 무효화했죠. 향후 이 소송에서도 전망이 밝다고 봅니다. 출교투쟁과 천막생활은 저에게 있어 인생의 전환점이었어요. 출교사건을 통해 사회적 약자들이 존중받도록 학교·사회가 변해야 한다는 생각이 더 굳어졌어요. 앞으로 더 많이 공부해 사람들의 권리를 지키고 사회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안에 대해 고민하고, 또 실천해 나갈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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