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지는 본교 조경의 현황 진단 및 발전방향에 대해 심우경(생과대 환경생태공학부)교수와 전진형(생과대 환경생태공학부)교수에게 자문을 구했다. 심 교수는 본교 원예과학과에서 박사학위를 받았으며, △한국조경학회 부회장 △한국전통조경학회 회장 △한국종합조경공사 설계부 과장 등을 지낸 조경전문가다. 전 교수는 텍사스 주립대학에서 Recreation, Park & Tourism Science 분야의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텍사스 Bryan에서 Main Street Program 등에서 컨설턴트로 참여했으며 현재 본교 시설팀 건설위원회 위원이다. 한편 생명대 환경생태공학부 조경설계연구실에서 작성한 '쾌적한 교육환경을 위한 고려대학교 캠퍼스 조경의 진단 및 발전방안'도 참고 자료로 활용했다.

많은 이들이 조경을 '꽃과 나무를 이용해 주변 환경을 아름답게 가꾸는 것'이라 생각한다. 하지만 조경은 예술경관에만 국한되지 않고 '공간과 환경'이라는 광의적 의미를 지닌다.

캠퍼스는 학교라는 특수한 장소성을 고려해서 △학습 환경 △대학 구성원 간의 교류의 장 △지역사회의 중심 △생물과 무생물 모두의 공존 공간 △역사성, 전통성 존재 등의 조건을 충족시킬 수 있어야 한다. 이렇듯 캠퍼스 조경에는 교육환경이라는 장소성을 고려한 조경이 수반돼야 한다. 그렇다면 본교 조경은 이 특성에 얼마나 부합할까.

△상징성의 약화

철쭉은 크림슨 색과 비슷해 본교 곳곳에 심었지만 과도한 식재는 생물학적 종 다양성에 문제가 된다..
본교의 상징인 화강암 건물. 하지만 최근 추세를 따른 최첨단 건물들은 자칫 상징성의 저해를 가져올 수도 있다.

소나무는 도심에 적합하지 않은 수종이다. 교목인 잣나무를 식재해 상징성을 높이는 것이 바람직하다.
현재 본교에는 교화가 없다. 교화를 지정해 캠퍼스에 식재한다면 본교의 상징성을 보다 더 높일 수 있을 것이다.

본교 건물의 상징적 이미지는 고딕양식의 화강암 건물이다. 하지만 최근 캠퍼스 건물 추세는 최첨단의 퓨처리즘(futurism)으로 본교의 법학도서관과 CJ식품관 등이 대표적 예다. 본교에 이런 양식의 건물이 세워질 경우 개별 건물은 아름다울지 몰라도 통일성 저해가 될 우려가 있다. 심우경(생과대 환경생태공학부)교수는 "북경대는 건물 외관은 중국식으로, 내부 시설은 현대식으로 조성해 편리함과 정체성을 모두 살리고 있다"며 "본교는 그에 비하면 정체성을 많이 잃어가는 편"이라고 평가했다.

또한 본교는 화강암 건물이라는 대표적 이미지와 달리 식생에선 이렇다 할 상징성이 없다. 캠퍼스 내에 교목인 잣나무보다 소나무가 더 많이 식재돼 있으며, 교화는 아예 지정돼있지 않은 상황이다. 심 교수는 "이러한 점이 본교 조경의 상징성을 약화시키는 요인"이라 지적했다.

△교류와 휴식의 역할 미비

미국 하버드대 캠퍼스의 모습. 학교숲을 가꿔 구성원들의 휴식공간으로 활용해야 한다.
그늘이 부족해 낮에 휴식을 즐기는 사람이 거의 없다. 활엽수를 심어 그늘을 제공하는 것도 좋은 방안이다.
캠퍼스 조경의 중요한 요소 중 하나는 대학 구성원 간의 교류 및 휴식에 적합한 환경 조성여부다. 심 교수는 "본교 조경은 캠퍼스 조경이라기보다 보여주기식의 호텔식 조경에 가깝다"며 "학생들이 녹음수 밑에서 대화를 나눌 수 있는 등 생활패턴을 고려한 자연스런 장소 조성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전진형(생과대 환경생태공학부)교수 또한 "본교의 캠퍼스 녹지공간은 체류형이 아닌 통과형"이라며 대표적인 예로 하나스퀘어를 언급했다. 하나스퀘어 잔디광장은 3면이 건물로 둘러싸여 있어서 구성원들의 구심점이 되기 좋은 위치지만 그늘이 없어 정작 이곳에서 휴식을 취하는 사람들은 많지 않다.

중앙광장과 하나스퀘어 녹지공간은 콘크리트 위 얇게 조성된 토양층이기 때문에 뿌리 깊은 나무가 자라기에 적합하지 않다. 하나스퀘어 녹지공간의 토층은 1m가 채 되지 않아 뿌리가 깊은 메타세콰이어들이 죽어가고 있다.

△길어진 캠퍼스 내 동선
인문계 캠퍼스 농구장 옆. 좀 더 엄격한 보차 분리를 통해 캠퍼스 내 안전위협 요소를 줄여야 한다.
본관과 서관 뿐이던 캠퍼스가 자연계, 녹지 캠퍼스까지 확장되면서 동선이 길어지는 문제가 발생했다. 캠퍼스 설계의 기본은 '각 단과대 간의 접근성이 용이하도록 하는 것'이다. 하지만 본교는 캠퍼스의 전체적 구성이 △인문계 △자연계 △녹지 캠퍼스로 분리되면서 일체감을 잃어가고 있다. 특히나 본교는 지형이 구릉지이기 때문에 자전거 등으로 이동하기도 힘든 실정이다. 심 교수는 "중앙광장-안암역-하나스퀘어로 이어지는 지하통로를 개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여의치 않다면 모노레일을 깔거나 셔틀버스를 자주 운영하는 등의 대책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친환경적인, 지속가능한 캠퍼스를 위하여
친수공간은 녹지와 더불어 안정과 여유를 느끼게 한다. 본교에는 아직 호수나 연못이 조성돼있지 않다.
하나스퀘어 녹지는 토층이 얇아 뿌리가 깊은 메타세콰이어가 자라기 힘들다.
지난 5일(월) 열린 본교 'Vision 2030 선포식'에선 친환경에 초점을 맞춘 '지속가능한 캠퍼스를 위한 중장기 발전계획'이 발표됐다. 본교는 이를 통해 친환경적인 캠퍼스 발전을 모토로 8대 과제를 제시했다.

학교측은 세부내용으로 건물에 자발적인 친환경 건축물 인증제도를 도입하고 캠퍼스 내 에너지를 총괄하는 시스템을 개발해, 자원순환형 시스템을 구축하겠다고 밝혔다. 또한 앞으로 신축되는 건물은 넓고 낮게 짓기보단 좁고 높게 지어서 녹지를 더욱 확대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캠퍼스 전반에 그린웨이를 조성하고 나아가선 캠퍼스를 학교숲으로 만들 수 있을 것을 기대하고 있다. 자연형 수로와 친환경적 포장 패턴 등을 조성해 빗물이 토양 내로 쉽게 침투하도록 유도하고 연못과 호수 등 소생활권을 만들어 친수공간을 조성한다는 방안도 포함됐다.

본교는 이 계획의 토대부분인 △친환경 건축물 인증제 △각종 제도 마련 △모범 대학 벤치마킹 △기존 녹지공간 정비 등을 이기수 총장의 임기인 2012년까지 구축한다는 계획이다. 심 교수는 "본교 조경이 경관예술이라는 화려한 면모에 치우쳐있다"며 "장기적인 마스터플랜을 바탕으로 환경교육의 장과 지역의 네트워크 거점지가 되도록 해야 한다"고 평가했다.

자연계 캠퍼스 전경

인문계 캠퍼스 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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