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말 개국한 ‘OBS 경인TV’의 대표 주철환(국문 74) 사장. 그에겐 중·고등학교 국어선생님에서 ‘일요일 일요일 밤에’ 등으로 실력을 인정받은 MBC예능국 PD로, 또 이화여대 언론홍보영상학부 교수, 그리고 현재 방송사CEO에 이르는 화려한 이력이 따른다. 하지만 화려함을 바탕으로 권위를 내세우지 않는다. 우연히 만난 OBS의 한 직원은 “주 사장님의 미소는 OBS의 희망”이라고 말한다. 그의 리더십은 명랑쾌활함과 자유로운 대화를 통한 친화력이었다. ‘내가 꿈을 이루면 나는 다시 누군가의 꿈이 된다’고 말하는 주철환 사장으로부터 ‘변화를 즐기는’ 인생이야기를 들어보았다.

활발한 대학시절을 보냈을 것 같다

대학시절 재밌는 에피소드가 많았죠. 친한 동기를 따라 1학년 때 과내 탈춤동아리에 들어 양주별산대놀이에 참가했는데, 내가 몸치였어요. 오죽 못했으면 선배들로부터 질책을 많이 받아 그만 뒀는데 그때를 떠올리면 웃음이나요. 2학년땐 고대방송국인 KUBS에 들어갔어요. 그때가 1975년. 그런데 당시 민주화운동을 막는 긴급조치로 휴교령이 났어요. 고향에 내려갔다가 휴교령이 끝나고 학교로 돌아왔더니 다른 친구들은 이미 그 기간에 수습을 거쳐서 나보다 직위가 높아졌더라구요. 뭐 그런 것들 때문에 방송국도 결국 그만뒀지요. 생각해보니 멋지게 해낸 게 없네요. 하지만 아직도 방송국원증을 훈장인냥 간직하고 있어요. (국원증을 보여주며)이땐 잘 생겼지요? (웃음)

본인에게 고려대는 어떤 의미인가
나에게 있어 고려대의 다이나믹함과 에너지는 삶에 활력을 주는 요소예요. 고려대는 ‘개교 103주년’이라는 말을 쓰지만 연세대는 ‘창립 123주년’이라는 말을 써요. 연세대는 병원에서 시작한 거고 고려대는 학교로 시작을 한 거죠. 그래서 난 고려대가 한국 사학의 원조라는 자부심이 있어요. 뿌리 깊은 나무랄까.
조선일보에 15년 전쯤 ‘나를 키운 공간’코너에 글을 쓸 때 난 그 공간으로 ‘고려대’를 썼어요. 그만큼 나에겐 많은 시간을 함께하고 깊은 인연을 간직한 곳이에요. 학사·석사·박사를 모두 고대에서 이수했으니 10여년을 다닌거고, 1983년부터는 7년간이나 교양국어를 가르쳤고 이후에 초빙교수로 강의도 많이 했어요. 아, 손석희 교수의 누님이자 내 부인인 손영민 씨도 고대 교육학과 74학번이에요. 고려대학교 교우 부부죠.

인생 이력이 화려하고 파란만장하다. 변화와 도전을 좋아하는 건가

맞아요. 난 변화를 즐기는 삶을 살고 있어요. 내가 만들어낸 드라마(DRAMA)라는 말이 있어요. ‘D’ream, 사람들은 꿈을 꿉니다. 그것은 ‘R’omance, 사랑과 행복, 평화죠. 하지만 ‘A’ction, 직접행동을 취해야 그것에 다가갈 수 있어요. 그러나 생각을 통해 ‘M’ystery, 미스테리에 빠져보고 호기심 또한 가져야합니다. 그리고 이 단계에 머물지 말고 ‘A’dventure, 도전을 해야 드라마틱한 삶을 살 수 있다고 생각해요. ‘꿈꾸고 사랑하고 행동하고 호기심을 가지고 도전하라’. 이런 마인드를 갖고 변화를 즐기고 또 도전하는 삶을 살고 있어요. 고등학교 국어교사, MBC 예능 PD, 그리고 7년 넘게 이대교수로 있다가 작년에 경인TV 초대사장으로 OBS를 개국했습니다. 이 길 또한 새로운 도전이라고 생각하고 기쁘게 생각해요.

MBC 예능국 PD로 17년간 있으면서 여러 인기 프로그램을 만들었다
PD 일은 정말 즐거웠어요. 사람들에게 즐거움을 줄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좋았어요. 내가 상상한 프로그램을 전문가들과 함께 만들고, 그것은 본 시청자들이 즐겁다고 말해줄 때 정말 행복했죠. 마치 요리사가 자신이 만든 음식을 먹는 사람들의 건강하고 행복한 모습을 보며 보람을 느끼는 것과 같아요. 지금 생각해도 PD라는 직업은 나에게 천직과도 같았고 한 번도 후회해본적 없이 행복했어요.

가장 애착이 가는 프로그램이 있다면
‘일요일 일요일 밤에’나 ‘우정의 무대’ 등 모든 프로가 다 애착이 가지만 개인적으로 대학생들과 함께한 프로에 애정이 깊어요. 6년간 맡았던 대학가요제, 퀴즈아카데미, TV청년내각 등이죠. 대학생들은 젊고 기성세대에 비해 순순하며 도전을 두려워하지 않죠. 이 틈에서 나도 인생에서 놓친 것과 잃어버린 것들을 되찾는 느낌이었어요. 그래서 나는 지금도 젊은이들을 만나는 것을 굉장히 좋아해요. 그들과 함께 소통하면서 나 또한 활력이 넘쳤던 것 같아요.

PD를 비롯해 방송·언론계에 관심이 있는 학생들이 많다. 조언해 줄 이야기가 있다면

먼저 내가 왜 방송과 언론 쪽의 길을 걸으려하는가 부터 깊이 있게 생각해야 해요. 멋있어 보이거나 돈을 많이 버는 것이 아니라 ‘남을 위한 삶’이 즐거운 사람만이 할 수 있는 일이거든요. 시청자로 하여금 즐거움과 행복을 줘야하니까요.
그리고 커뮤니케이션 능력을 잘 갖춰야 합니다. 먼저 인상적인 커뮤니케이션이 중요해요. 진심이 담긴 표정으로 명랑·쾌활·활발해야 하죠. 유머와 센스를 갖추면 더 좋고요. 그리고 언어적 커뮤니케이션도 중요하니 영어와 국어실력을 기본적으로 갖춰야 하죠. 이를 위해 책을 많이 보는 것 뿐 아니라 경험과 대화를 많이 갖는 것이 필요해요. TV를 보며 나름의 독창적인 방법으로 생각하고 연구하는 것도 중요하죠. 사실 방송아카데미를 다니는 것은 실력의 증진보다는 ‘위약효과’에 불과하다고 봐요. 스스로의 내공과 실력이 더 필요하죠.
방송인에게 필요한 요소로 ‘3ㅅ’이 있어요. ‘상상력, 설득력, 순발력’이에요. 새우와 과자를 따로보지 않고 함께 만들면 어떨까라는 상상력에서 새우깡이 탄생됐죠. 건강한 욕망에서 나오는 관심을 토대로 상상하는 게 중요해요. 그리고 이런 상상력을 발현하기엔 혼자로는 역부족이므로 남을 자신의 편으로 만들 수 있는 설득력도 필요해요. 그리고 예기치못한 일이 다분한 방송계에선 위기대처 능력으로 순발력이 필요한거죠.

이화여대 교수로 7년 넘게 재직했다.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을 것 같다
후리지아와 관련된 이야기가 생각나네요. ‘미디어 글읽기와 쓰기’라는 수업에서 텔레비전이나 영화 혹은 무대에서 이미지를 접한 사람들을 직접 만나본 후 그 달라진 느낌을 써보도록 하게 했어요. 어느 날은 연극배우 윤석화 씨를 초빙했고 그녀를 만나본 소감을 한 학생이 ‘후리지아’라는 꽃의 비유를 통해 표현했어요. 내가 문득 “후리지아가 뭐지?”라고 묻자 학생들이 모두 웃음을 터트렸어요. 그때까지 난 한번도 그 꽃을 보지도 못했고 이름조차 들어보지 못했었는데 다들 정말이냐고 웃으며 반문했죠. 뭔가 풀이 죽었는데 연구실을 비우고 돌아온 몇 시간 후 옆방 교수님께서 노란 꽃 한 움큼을 전해줬어요. 어떤 학생이 계속 기다리다 맡기고 갔노라며. 꽃과 함께 ‘선생님, 이 꽃이 바로 후리지아예요, 예쁘죠?’라는 쪽지가 있었어요. 그날 ‘후리지아’ 때문에 학생들로부터 제대로 놀림받는구나 하면서도 신선하고 행복한 일이었지요.

연예인들의 주례를 자주 보는 것으로 안다. 부부가 될 사람들에게 어떤 이야기를 들려주나

개그우먼이자 MC인 박경림씨 결혼식이었어요. 박경림 씨가 불렀던 ‘착각의 늪’에서 나오는 ‘빠져빠져’가사를 인용해 결혼이란 ‘빠질때 빠지는 것이다’라는 주례사를 했어요. ‘빠지다’라는 단어는 두 가지 뜻이 있죠. 무엇인가에 몰두하는 것과 모른척 뒤로 물러선다는 뜻이요. 즉, ‘빠질 때 빠져라’라는 말은 ‘사랑에는 깊이 빠지고, 그 사람의 단점에 있어선 뒤로 물러서라’는 뜻으로 얘기해주었어요.

현재 OBS에서 친숙하고 인기 있는 사장으로 알려져 있다. 어떤 노력과 마인드를 가지고 있나
특별한 노력보다는 사람과 사람사이의 관계를 즐기고 중시하는 내 인생관과 관련된다고 생각해요. 원래 적을 만들지 않고 모두와 원만하고 친하게 지내려 하는 성격이에요. 때문에 회사구성원들, 그 밖의 지인들과도 친숙할 수 있지 않나 싶어요. 회사는 하나의 공동운명체죠. 회사의 대표인 나는 한 척의 배를 이끄는 선장입니다. 때문에 선원들과 승객들에게 ‘믿음과 희망’을 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가까운 곳에서 소통하는 것도 필요하고요.

조직의 ‘리더’가 갖는 어려움은
아마 ‘무한책임’일 것 같네요. 리더는 친구와는 다른 개념이죠. 상호작용한다는 면에서는 비슷하지만 친구는 서로가 잘되길 바라는 반면 조직의 리더는 구성원들이 잘되도록 이끌고 독려해야합니다. 조직원들을 행복하게, 잘되게 해야 한다는 다짐과 실천이 필요하죠.
개국한 지 4개월이 갓 지난 방송사를 어떻게 인식·정착시킬까하는 것이 최근의 어려움이지만 ‘문제집’엔 ‘해답’이 있는 법이죠. 해답을 찾아가는 과정은 어렵지만 그자체로도 의미가 있고 즐거워요.

경인TV는 어떤 방송을 지향하는가. 비전을 들려달라
시청률이 아닌 ‘시청자 지상주의’가 OBS의 비전이예요. 현재 방송은 대부분 영리 추구적이고 시청률 지상주의죠. 경인 TV는 방송 블루벨트를 개척할 것입니다. 선정성과 폭력성으로 오염된 기존 방송이 깨끗하게 정화될 수 있도록 하는 주체가 되고 싶어요. 기성방송에 자극을 주도록 말이죠. 경인 TV의 ‘TV’는 ‘Tomorrow Vision’의 약자이기도 해요. 이렇게 건강한 내일의 비전을 제시하는 방송이 되도록 노력할겁니다.

‘희망과 꿈’을 찾는 후배들에게 한 말씀
요즘 대학생들은 너무 취업에 목표를 둔다는 얘기가 많죠. 내가 보기에도 취업에 얽매여 대학시절에 정말 하고 싶은 것들은 하지 못하는 것처럼 보여요. 후배들에게 ‘변화를 즐겨라’라고 말해주고 싶네요. 관성, 관행적인 삶을 지양하고 가능하다면 많은 경험을 했으면 해요. 많은 곳을 가보고 다양한 사람들과 대화를 하는 것이 중요해요. 그렇다고 멋진 곳을 가고 유명한 사람을 만나야만 하는 것은 아니에요. 섬에 가보고 느끼는 것, 노량진 수산시장에서 일하는 사람들과 대화하는 것도 분명 좋은 경험이 될거예요.
‘북극성을 바라보며 걷는다’는 말이 있어요. 아무리 걸어도 북극성까지는 결코 못 갈지도 모르죠. 그러나 북극성을 바라보며 늘 그 방향으로 걸음을 옮기는 사람은 북극성 가까이에서 행복한 죽음을 맞게 될 가능성이 큽니다. 북극성은 희망과 사랑의 다른 이름이에요. 그걸 바라보며 힘차게 가는 길은 멀어도 분명 행복할겁니다. 여러분이 꿈을 찾는 과정을 단기 승부가 아니라 ‘마라톤’으로 생각해주었으면 해요. 낙오하지 말고 페이스를 조절해가면서 완주하는 거죠. 단, 페어플레이! 꿈을 향해 꾸준히 질주하는 것이 이 시대에 진정한 영웅이라고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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