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맨해튼의 한 골목. 거대한 도시 한가운데서 끔찍한 성범죄가 일어난다. 강간과 연쇄살인, 아동학대까지 일삼는 범인을 끝내 잡아내는 이들은 ‘Law & Order: 성범죄 전담반’.  수사팀은 과학적인 수사로 빠르고 정확하게 증거를 확보하면서 피해자에 대한 인간적인 배려도 잊지 않는다.

대구의 한 초등학교. 집단 성폭행 사건을 수사하기 위해 한 학교에 다니는 피해자와 가해자를 한자리에 모아 놓았다. 경찰은 성폭력 사건에 연루된 것으로 의심되는 학생들 명단을 넘겨받았으나, 대부분의 학생들에 대해 정식 조사도 하지 않은 채 사건을 마무리했다. 수사 초기에는 저학년 학생들을 대상으로 구체적인 성행위를 서술한 설문지를 돌리기까지 했다. 드라마가 현실보다 더 정교하고, 현실이 드라마보다 더 한탄스럽다.

성범죄는 여느 범죄보다 조심스럽게 접근해야한다. 그 대상이 아동인 경우는 더욱 그렇다. 아동은 성인에 비해 사건 정황을 설명하는 능력이 부족하기에 관련 전문가가 수사과정에서 함께 해야 한다. 하지만 대부분의 경찰은 성인을 다루듯 피해 아동을 다그치며 취조한다. 지난 대구 초등학교 집단 성폭력 사건에서도 100여 명의 연루 학생들 가운데 전문가나 교사, 학부모가 동석한 자리에서 조사를 받은 학생은 5명뿐이다.

오는 9월 1일부터 재범 가능성이 있는 아동 성폭행 범에게 전자발찌가 채워진다. 범죄자들의 행적은 일분단위로 기록된다. 과거 미약했던 처벌조항을 생각해볼 때 이러한 강화는 반드시 필요한 일이며 성범죄에 대한 경각심을 불러일으킨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시도다. 하지만 초범을 잡는 수사체계가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상황에서 재범을 막기 위해 처벌만 강화하는 것은 언 발에 오줌 누기일 뿐이다. 범죄자의 발목에 발찌를 채우기 전에 허술한 사법기관의 수사망에 긴장의 끈을 조이며 미드라도 열심히 봐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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