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은 오후, 정대후문의 한 카페에서 본교 동양사학과 학생이자 '호텔, 마다가스카르'의 저자 Jin을 만났다. 페퍼민트 향이 나는 그녀는, '비탈리 샤콘느'를 신청한 후 이야기를 시작했다. 소설 '로빈슨 크루소'의 무대이자 어린왕자에 등장하는 바오밥 나무가 지구상에서 가장 많이 서식한다는 섬. 마다가스카르. 그녀는 알려진 것 없는 미지의 조그만 섬을 6개월 동안 혼자서 여행했다.


 

많은 여행지 중에서 마다가스카르를 선택하게 된 이유는 무엇인가
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다룬 영화를 보면서 처음으로 ‘마다가스카르’라는 나라를 접하게 됐어요. 어딘지 궁금해 관련된 자료를 찾아보았는데 아프리카에 속해있는 작은 섬이라는 것 외에 별다른 정보를 찾을 수 없었죠. 알려진 것 없는 마다가스카르에 더욱 매력을 느끼게 됐고 그곳에 가기로 결정했다. 한마디로 미지의 것에 대한 환상 때문이었어요.


책에서 ‘팬티 세장과 메리야스 두 장, 양말 두 켤레, 브래지어는 필요 없다. 새로 볼 모든 것들을 편견 없이 받아들일 맨가슴이면 충분하다’라는 구절이 인상적이었다

처음에는 13kg이나 되는 가방이 무거워서 짐을 줄여볼까 하다가 속옷을 몇 개 빼기로 결정했어요. 나도 모르게 나를 둘러싸고 압박하던 속옷을 벗어 버리니 앞으로 닥쳐올 모든 것을 가슴으로 솔직하게 느낄 수 있을 것만 같은 자신감이 생겼어요.


마다가스카르를 여행하면서 가장 기억에 남았던 일은 무엇인가

한 번은 이오시에서 포르트돌팡으로 가기 위해 탄 ‘딱시부르스’에 3일 내내 머물러야 했던 적이 있었어요. 마다가스카르에는 도로가 잘 정비돼 있지 않는데다가 그날따라 가 탄 차의 한쪽 바퀴가 빠지기까지 했어요. 3일 밤 꼬박 버스를 밀면서 10km씩 걸어가야 하는 상황이 지속됐죠. 그 때 지쳐 쓰러질 것 같다가도 가끔 올려다보는 밤하늘의 쏟아질 듯한 별을 보며 힘을 냈어요. 한 번은 버스를 밀고 가던 중 도로가 함몰된 적이 있었어요. 사람들이 이틀내내 돌을 나르고 흙을 덮어 딱시부르스가 지나갈 수 있는 간이 다리를 세웠죠. 당시에는 상황이 끔찍했다고 생각했지만 지금 보니 잊지 못할 추억이네요.


혼자 하는 여행의 묘미는 뭐라고 생각하나

둘이서 여행을 하는 건 함께 탁구를 하는 것처럼 여행 내내 서로 피드백을 해 줄 수 있음을 의미한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혼자서 하는 여행은 마치 혼자 공을 치는 것과 같아서 원한다면 멈출 수도 있고 중간에 다른 사람이 들어와 같이 공을 가지고 놀 수도 있어요. 이 때 중간에 공을 잘 받아치는 사람을 만나게 된다면 오랫동안 게임을 즐길 수도 있는 거죠. 이처럼 다양한 가능성이 존재하는 재미와 설렘이 혼자 가는 여행 속에 있다고 생각해요.


6개월 간의 여행을 끝내고 현실로 돌아오니 기분이 어떤가

낯설어요. 여행을 가면 비일상이 일상이 되고, 돌아오면 일상이 비일상이 되는 것 같아요. 한편으로는 전복의 쾌감이 느껴지고 다른 한편으로는 낯선 일상이 신기하고 재미있어요. 여행을 가기 전에는 ‘학교’라는 공간이 싫었는데 여행에서 돌아온 후에는 학교를 보고 ‘멋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마치 또 다른 여행을 하는 기분으로요.


책 속에서의 당신과 실제로 내 앞의 당신은 다소 다른 것 같다

로빈슨 크루소의 주인공이 빨간 머리 앤이 다니는 학교의 선생님으로 부임한다면 어떨까. 같은 사람이라도 다른 맥락과 상황에 처하면 다른 면모를 보이게 돼 있어요. 현실에서의 나와 책 속의 나는 분명 다른 구석이 많지만 그건 내가 변한 게 아니라 다른 환경에서 내 EH 다른 면을 발견한 것뿐이에요. 두 모습 모두가 나의 모습이죠.


자신이 쓴 책이 이렇게 반향을 일으킬 줄 알았나. 기분이 어떤가

당연히 기쁘기도 하지만 한편으론 무섭기도 하고 부끄럽기도 해요. 때론 독자들을 만족시켜야 한다는 부담감도 엄습하고요. 사실 질책을 받을까 두려워 서평 같은 건 잘 보지 않아요. 요즘엔 담담해지려고 노력하고 있는 중이죠.


여행이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여행’이라는 주어는 무수히 많은 술어를 가질 가능성을 내포한다고 생각해요. 마치 흔히들 ‘삶은 무지개다’ 라든지 ‘삶은 놀이다’라고 하는 것과 마찬가지죠. 그 중에서도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정의는 ‘여행은 (세상과 하는) 연애다’라는 것이에요. 두근거림으로 시작해서 EO로는 실망하거나 감탄하고 정도 드는, 그래서 시간이 지날수록 편해지지만 동시에 지루함으로 인해 이별이라는 국면을 맞고 또 다른 연애를 시작하는 것과 같죠. 앞으로 여행을 통해서 더 만ㅇ히 사랑하고 더 많이 이별하고 싶어요.


마다가스카르로 여행을 다녀온 후 삶에 변화가 생겼나

삶이 변화한다는 것 까지는 아니고요, 즐거운 일이 하나 더 늘어났다는 것 정도에요. 여행을 다녀와서 꼭 삶이나 사고방식이 변해야 하는지 잘 모르겠어요. 그냥 당시에 즐거웠고 즐거운 추억으로 기억할 수 있으면 된 거죠. 그리고 더불어 즐겁게 사는 것이 삶의 목적이라고 생각하게 됐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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