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라듸오 데이즈>(2007)의 한 장면. 조선 최초의 라디오 드라마 ‘사랑의 불꽃’의 음향 효과맨 K군(이종혁)이 개구리 울음 소리를 내기 위해 호두알 2개를 굴리고 있다. 배가 떠나는 항구의 장면을 묘사하기 위해 맥주병을 불기도 한다. 영상 없이 소리만으로 내용을 전개해 가는 라디오 드라마 속의 효과음은 어떻게 만들어지는 것일까?

효과음에는 음향 효과맨이 미리 녹음했던 소리와 녹음 현장에서 만드는 ‘생(生)효과’가 있다. 한국 문학 작품을 라디오 드라마로 들려주는 KBS <라디오 독서실>의 이계창 PD는 “현장에서 직접 만드는 소리에는 기침하는 소리, 골목길을 걷는 소리와 같이 현장에서 쉽게 낼 수 있는 것을 효과맨 2명이 번갈아가며 만든다”며 “녹음된 소리는 예전에 효과맨들이 만들었던 소리를 사용하거나 극중에 필요한 소리를 직접 현장에 가 채집해 오기도 한다”고 말했다. 작품에 따라 녹음된 소리와 생 효과음을 사용하는 정도는 다르지만 대개 반반이다.

이에 반해 <인현왕후전>, <한중록>과 같은 고전 소설을 라디오 드라마로 만드는 EBS <고전극장>은 채집한 소리를 90%이상 사용한다. 안준국 PD는 “극중 배경이 조선시대인데 궁궐은 대조전, 왕비의 침실 등에 따라 문소리가 다 다르다”며 “그렇기 때문에 현장에서 만드는 생 효과음은 거의 쓰지 않고 고증을 거쳐 채집된 소리나 미리 만든 소리를 주로 사용한다”고 말했다.

이제는 듣는 사람만 듣는 라디오 드라마. 하지만 제작자들은 여전히 매력적이라고 말한다. 이계창 PD는 “생생한 효과음과 성우들의 연기가 영상이 없이 소리로만 전해져 시청자의 상상력을 자극하는 것이 라디오 드라마의 매력”으로 꼽았다. 안준국 PD도 “소리를 통해 사람의 감정을 자극하고 영혼을 움직일 수도 있는 것”이 흥미롭다며 “앞으로 좋은 소리를 찾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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