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학 때면 특별한 경험을 하고자 국토대장정을 떠나는 대학생들이 많다. 다른 학생들과 달리 걸어서가 아닌, 말을 타고 국토대장정을 했다는 안지영(법과대 법학06)씨. 그녀의 밝은 웃음과 반짝이는 눈빛에서 여유로움과 패기가 느껴졌다. 그녀에게 말과 함께 떠난 국토대장정 이야기를 들어봤다.

(사진=이지영 기자)
▲어떻게 말을 타고 국토대장정을 떠날 생각을 하게 되었나
원래 말에 관심이 많았어요. 하지만 승마라는 게 귀족스포츠 이미지인지라 시승비용이 비싸서 어릴 땐 엄두도 못 냈어요. 대학생이 돼 사촌언니에게 ‘승마를 배우고 싶다’고 말했더니 ‘한국국토대장정기마단’이라는 승마동아리를 알려줬어요. 이참에 말을 타고 국토대장정을 해보자는 생각이 번뜩 들었던 거죠.
▲평소에 기마 연습은 어디서, 어떻게 이루어졌나
지난달 15일부터 21일까지 국토대장정을 다녀왔는데 6개월 전부터 연습한 거였어요. 작년까지는 사설 승마장을 빌렸는데 올해는 회기역 근처에 있는 청량초등학교 운동장을 빌려 주말마다 여섯 시간 정도 말을 탔어요. 국토대장정 대장님이 대구에서 말을 키우시는데, 훈련 때마다 트럭에 싣고 올라오셔서 저희가 연습할 수 있도록 도와주셨죠.
▲국토대장정의 목적이 일본 우익의 독도 영유권 망언에 대한 경각심을 불어넣어주기 위한 것이었다고 들었다
작년엔 천안에서 국토대장정을 시작해 울릉도를 거쳐 독도까지 말을 타고 갔었어요. 일본 우익이 독도 영유권에 대한 터무니없는 주장을 하는 것에 반대 입장을 밝혀야겠다고 생각했던 거죠. 그런데 올해도 여전히 독도 영유권과 관련해 망언을 하는 일본에게 다시 한 번 경각심을 줘야겠다고 생각해 국토대장정을 떠나기로 한 겁니다. 작년 울릉도, 독도까지 갔을 때 너무 힘들었다고 해서 계획을 약간 변경했어요. 올해에는 서울 국립현충원에서 출발해 천안 독립기념관과 공주를 지나, 대전 국립현충원에 도착해 일정을 마쳤어요. 서울 국립현충원과 대전 현충원에서는 독도영유권 문제에 대한 해결과 국토대장정의 안전을 바라는 참배를 올리기도 했고요.
▲말을 타고 가면서 위험했던 적도 있었을 것 같다
인도가 아닌 2차선 이상 되는 국도로 다녔는데 앞뒤에 호위하는 차량이 있어 안전했어요. 저도 이번에 알았는데 도로에서 말이 다녀도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고 하더라고요. 호위 차량은 깜빡이를 켜고 ‘독도는 우리 땅’이라고 쓰인 현수막을 걸고 다녔는데, 다른 차량 운전자들이 대부분 이해해주고 격려해 줬어요. 큰 사고는 없었는데 한번은 수원역 한복판에서 선두 말이 넘어져 말 타던 동기가 낙마했었어요. 많이 다치진 않아서 그나마 다행이었죠.
▲말과 함께 생활하면서 신경써야할 부분이 많았을 것 같다
밤에 말들이 잘 수 있도록 공간을 마련하는 게 가장 큰 숙제였어요. 맑은 날에는 파이프로 임시 마방을 설치해서 말들이 푹 잘 수 있게 했지만, 비가 오면 말차 위를 비닐로 막아 그 안에서 자게 했어요. 공간이 비좁아 말들이 불편하게 잘 수밖에 없었죠. 저희는 그 옆에서 텐트를 치고 잤어요. 말들의 배설물 처리도 중요했어요. 말똥이 생각보다 깨끗한 거 아세요? 근처에 풀숲이 있으면 바로 비료로 주고 대부분은 삽으로 퍼서 자루에 담아 날랐죠.(웃음)
(사진 제공=한국 국토대장정 기마단)
▲그럼 일주일 내내 말을 탄 것인가
말이 세 마리여서 그렇게 못 했어요. 말 타는 게 생각보다 많은 체력을 요해서 한 사람당 말 한 마리씩 가진다 해도 매일 타기 힘들어요. 세 명이 돌아가며 오전, 오후 팀으로 나눠 25km씩 타고 나머지는 호위 차량을 운전하거나 말의 상태를 보고하고 기록하는 일을 했어요. 말을 타지 않고 있는 사람도 만약의 상황을 대비해 항상 말 탈 준비를 하고 있었어요.
▲일반적인 국토대장정과 다른 점이 있다면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일반 국토대장정보다 좀 더 능동적인 자세가 필요해요. 함께 했던 한 언니가 국토대장정을 떠나기 3주 전쯤에 일반 국토대장정을 다녀왔더라고요. 거기에서는 스텝들이 다 따라붙어서 말 그대로 걷기만 하면 되는 거였대요. 그런데 말 타고 국토대장정을 하려면 밥하고 빨래하기, 마방 만들기 등 그 모든 걸 저희가 손수 해야 돼요. 힘들어서 다들 한 번씩 몸살에 걸리고, 말을 오래 타는 바람에 살갗이 쓸리고 짓물러서 압박붕대까지 감고 일주일을 지냈지만 그래도 마냥 즐거웠어요.
▲국토대장정을 마치고 얻은 게 있다면
살이 쪘어요. 그렇게 고생했는데 도대체 왜 살이 쪘는지 모르겠어요.(웃음) 사실 제일 크게 얻은 건 ‘사람’이에요. 일주일동안 동고동락 했는데 어떻게 잊을 수 있겠어요. 그리고 빠뜨릴 수 없는 건 스스로에 대한 자신감을 얻었다는 거예요. 앞으로 어디에서든 잘 살아갈 수 있을 것 같아요.
▲내년 여름에도 말 타고 국토대장정을 할 계획인지
내년에는 선배로서 후배들을 챙겨주고 응원해줘야죠. 또한 말 타고 몽골을 횡단할 계획이에요. 2년 전부터 혼자 준비했던 건데 이번에 국토대장정을 하면서 만난 친구들 중 마음 맞는 사람들끼리 함께 가기로 했어요. 사실 이것 때문에 기마단에 들어온 것이기도 하고요. 지금 몽골어를 배우고 있는데 벌써부터 마음이 설레네요.(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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