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기경민 기자)

외국인들이 한국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을 듣다 보면, 우리 자신에겐 너무 익숙한 부분들을 새로운 관점으로 바라보고 이해하는 그들의 모습에 놀라곤 한다. 또 때로는 그러한 차이가 우리 스스로를 돌아보고 반성하게 하기도 한다. 그렇다면 외국인 교환학생 눈에 비친 본교생들은, 고려대는, 나아가 한국 대학은 어떤 모습일까? 지난 6일(월) 본지는 △네덜란드 △싱가포르 △모로코 △프랑스 △일본 등 5개 나라에서 온 교환학생들을 초청해 좌담회를 진행했다.

한국과 고려대에 대해 어떤 느낌을 갖고 있나

파오우지(Fawzy) : 한국인들은 따뜻한 사람들인 것 같다. 특히 고연전이 인상 깊었다. 모두가 온힘을 다해 자신의 학교를 응원하고, 피곤하고 지쳐도 끝까지 함께 축제를 즐기는 모습이 놀라웠다.

니콜라스(Nicolas) : 한국에 처음 왔을 때 레스토랑이나 선술집, 바 등 곳곳의 간판들이 매우 컬러풀했다. 또한 고려대의 캠퍼스가 굉장히 커서 놀랐다.

나앙초(Na ahang Cho) : 한국인들이 과거의 역사 때문에 일본인을 싫어하지 않을까 걱정했었다. 하지만 와 보니 많은 사람들이 일본인과 일본문화에 관심을 가지고 있었다. 두 나라의 관계가 좋은 방향으로 변화하는 것 같아 기뻤다.

한국의 대학엔 토론식 수업보다 강의식 수업이 많다.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본교의 강의 방식을 자국의 것과 비교한다면
레프 슈나이더(Lev Chneider) : 고려대의 비즈니스 스쿨에선 교수와 학생들이 서로 소통하기 위해 노력한다. 수업 중이라도 언제든 질문하고 토론할 수 있다. 나는 이런 상호작용이 더 많이 이뤄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만약 20분 동안 아무것도 하지 않고 듣기만 한다면 나는 곧 잠들고 말 것이다(웃음). 머리를 계속 움직이게 하려면 소통해야 한다. 책으로 지식을 얻는 것도 중요하지만 배운 것을 실제로 적용해보는 게 더 중요하다.

파오우지 : 나는 세 강의를 듣고 있는데 모든 수업엔 소통이 거의 없다. 이것이 내겐 조금 거북했다. 모로코나 프랑스의 교수들은 강의에 대한 피드백을 받기 원하고 우리가 이해했는지 알고 싶어 한다.
강의 첫 시간이었다. 마침 주제가 관심 있는 국제적 이슈였고 난 그저 참여하고 싶었다. 그런데 그 수업엔 외국인이 나를 포함해 두 명밖에 되지 않았고 주위의 학생들 모두가 이상한 눈으로 쳐다봤다. ‘얘, 뭐하는 거야? 미쳤어? 그냥 교수님이 말씀하도록 내버려 둬’ 하는 식으로. 교수 역시 내가 끼어들어서 화난 것 같았다. 그 이후로는 전혀 참여하지 않고 있다.

니콜라스 : 나도 처음엔 굉장히 놀랐다. 교수가 학생들의 참여를 요구해도 강의실엔 침묵만이 계속된다. 심지어 정말 간단한 질문인데도 말이다.

파오우지 : 내 생각에 참여와 소통의 부족은 문화적인 요소, 즉 수업 운영방식의 차이인 것 같다. 유럽에선 교수가 자료를 주고 학생들이 서로 이야기하도록 시킨다. 그리고 교수는 자신의 생각과 다른 생각을 듣고 싶어 한다. 하지만 연장자를 공경하는 한국에서 스승이 잘못됐다고 말하기란 매우 어려운 일이다. 어떤 방식이 더 좋고 나쁘다고는 말하기 어렵다. 두 가지 모두 좋은 점을 가지고 있으며, 동시에 둘 다 개선될 필요가 있다.

레프 슈나이더 : 하지만 유럽에선 상대방이 나이가 더 많거나 교육 수준이 높다고 해서 토론하기를 포기하지는 않는다. 어른을 존중하는 것도 좋지만 어떤 면에선 좀 잘못된 것 같다. 연장자라도 자신과 생각이 다르다면 왜 그런지 이야기하고 토론을 통해 최고의 해결책을 찾아가는 것이 중요하지 않나. 문화적인 차이를 고려하더라도 나는 그 문제에 대해선 비판적이다. 토론과 대화는 반드시 필요하다.

프리실라(Pricila) : 그건 굉장히 이상적인 얘기다. 왜냐하면 아시아인들은 다른 사람이 자신을 어떻게 생각하는지에 대해 굉장히 두려워하기 때문이다. 아마도 내 생각엔 문화적 특성상 타인을 의식한다는 것이 수업에서 큰 목소리로 말하지 않는 가장 큰 이유일 것이다.

한국의 대학생들은 대학교 밖에서 사교육을 많이 받는다. 이유가 뭐라고 생각하나
레프 슈나이더 : 다른 곳에 나가서 뭔가를 배우는 게 한국 내에선 문제가 되고 있는지 모르지만, 더 잘해서 좋은 성적을 받겠다는 걸 나쁘다 좋다 식으로 말할 수 없지 않나. 바로 그것이 그들이 노력해서 좋은 결과를 얻는 방식이고, 자신을 좀 더 발전시키고 싶다면 그러지 않을 이유가 없다. 오히려 멋진 일이라 생각한다.

파오우지 : 하지만 이건 시스템 상의 문제인 것 같다. 사람들이 학교가 아닌 기타 교육에 의존한다면 그건 대학에서 뭔가 완전히 채워지지 않았다는, 즉 부족하다는 의미가 아닐까? 모로코에서도 물론 통과해야 할 중요한 시험이 있었지만 사교육이 따로 필요하진 않았다. 학교에서 배우는 것만으로 충분했기 때문이다. 이런 문제가 생기는 건 시험이 요구하는 것과 강의에서 실제로 제공받는 것 사이에 균형이 맞지 않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또한 한국의 교육은 그 책이 무엇에 관한 것인지에 대해 묻는다. 그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가 아니다. 그래서 자료를 찾아 읽어야 하고 많은 공부가 필요하다. 하지만 프랑스의 경우, 교수가 바라는 건 오직 학생이 이해한 것과 그에 대한 학생 자신의 생각이다. 특별히 준비를 많이 하거나 같은 책을 다섯 번씩 읽을 필요가 없다. 그저 자신이 말하는 바가 진실이라고 입증하면 된다.

니콜라스 : 가치 부여가 완전히 다른 것 같다. 서양에선 창의적인 생각을 중시하지만, 동양에선 스스로 지식을 습득하는 것이 강조된다. 그들은 모방하고 반복하면서 지식을 얻기 위해 노력한다. 말하자면 공부하는 방식이 전혀 다르다.

프리실라 : 싱가포르에서 시험에 의해 좌우되는 비율은 50%를 넘지 않으며 점수의 반 이상이 △프로젝트 △수업 참여도 △커뮤니케이션 능력 등으로 매겨진다. 하지만 한국에선 시험의 비중이 크기 때문에 학생들이 완벽한 시험 점수를 얻기 위해 많은 시간을 보낸다. 그러다 보면 사람을 상대하거나 프로젝트를 만드는 것 등 다른 중요한 실력을 향상시키기 어렵다. 이것은 교육과정 및 평가방법이 체계적으로 마련돼 있지 않기 때문인 것 같다.

한국의 20대는 정치에 대해 무관심한 편이다. 자국에선 20대의 정치 참여가 활발한가
레프 슈나이더 : 네덜란드에서도 시민들의 투표를 장려하기 위한 여러 캠페인을 벌이며 광고를 낸다. 하지만 유럽인들은 개인주의적 성향이 강하다. 함께 모여서 뭔가를 바꿔보자고 하는 노력을 거의 안 한다. 그래서 투표율은 6~70%가 일반적이고 80%가 되는 일은 절대로 일어나지 않는다. 정부는 선거에 대한 관심을 높이려 이것저것 시도하지만 별로 효과가 없다.

파오우지 : 모로코는 군주제이므로 왕이 있고 정부도 있다. 하지만 지난해엔 30%만이 투표했는데 그 중에서도 절반인 15%는 백지였다. 그만큼 사람들은 정치나 정치인을 믿지 않으며 오히려 왕을 더 믿는 편이다. 사람들은 정치인들이 정직하지 않다고 생각하고, 투명한 정치적 시스템을 갖추지 않는 한 그들에게 투표해도 소용없다고 생각한다.

나앙초 : 일본 정부는 특히 젊은 사람들의 선거 참여를 이끌어내기 위해 노력한다. 심지어는 유명한 아이돌 그룹을 내세워 선거에 참여하라는 노래를 만들어 부르기도 한다.

니콜라스 : 프랑스 사람들은 기본적으로 정치에 굉장히 관심이 많으며 학생들도 정치에 관해 논쟁하기를 좋아한다.

고국으로 돌아간다면 한국을 어떤 나라였다고 말하겠나
레프 슈나이더 : 우선은 돌아가고 싶지 않다(웃음). 그리고 굉장한 나라라고 말하겠다. 나는 서울의 에너지를 좋아한다. 오래된 것과 새로운 것의 공존, 아시아의 경제성장도 놀랍다. 친구와 전화 통화를 하면서 한국은 정말 좋은 곳이라 말했다. 필요한 모든 것, 혹은 그 이상을 얻을 수 있는 멋진 곳이라고.

파오우지 : 모로코 사람들은 한국에 대해 거의 모르는데, 유럽과 아랍의 문화 외에 새로운 다른 것을 발견하고 싶다면 꼭 멀리 떠나보라고 말해주고 싶다. 무엇보다 한국은 전혀 새로운, 어쩌면 그들을 변화시킬 가장 좋은 곳 중의 하나라고 말이다.

 

Lev Chneider/ 네덜란드
Hes Amstermdam-International Business & Administration
“원래는 러시아 출신이지만 네덜란드에서 자랐다. 여기서 한 학기 동안 머물 예정이고 좋은 시간을 보내고 있다. 한국을 선택한 건 일종의 모험이랄까. 한국이 어떤 곳인지 정확히 몰랐던 나에게 한국은 새롭고 흥미로운 무엇이었다. 왠지 나 자신을 발전시킬 수 있는 곳 같았다”

 

 

 

Ng Qiag Hui Pricila/ 싱가포르
Singapore Management University-Accountancy & Finance
“한국을 처음 알게 된 건 사실 드라마 때문이었지만, 고려대에 교환학생으로 다녀온 선배가 이곳에서 좋은 경험을 했다는 것을 알고 오게 되었다. 한 학기 동안 있을 계획이지만 기회가 된다면 꼭 한국에 다시 오고 싶다”

 

 

 

Benseddiq Fawzy/ 모로코
EM Lyon business school (France)-Finance
“모로코에서 왔고 프랑스에서도 공부했다. 한국에 온 건 아주 먼 곳으로 가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내가 알아온 모로코, 프랑스 문화와 더불어 뭔가 다른 새로운 무언가를 발견하고 싶었고 그런 점에서 한국이 최고의 선택이라고 생각했다”

 

 

Na ahang Cho/ 일본(한국인)
Waseda University-Human Science
“일본 도쿄에서 왔고 와세다 대학에 다니고 있다. 학교에선 인문과학을 전공하고 있지만 한국 문화와 언어도 배우려 한다. 사실 난 일본에서 태어나고 자란 한국인이다. 그런데도 한국말을 하는 데 서툰 나 자신이 싫었다. 그래서 한국어를 배우고 한국인으로서의 자긍심을 갖고자 이곳에 왔다”

 

 

 Nicolas Bideaux/ 프랑스
ESC Reims (France)-Finance
“모험을 원했고, 전혀 새로운 무엇을 발견하고 싶어서 이곳에 왔다. 나는 반은 프랑스인, 반은 중국인이다. 그래서 중국의 문화를 배우려 그곳에도 가봤다. 중국과 한국의 문화를 비교해보면 비슷한 점을 많이 찾을 수 있고 동시에 다른 면 또한 느낄 수 있다. 이것이 내겐 정말 멋진 일이고 흥미롭다. 이곳에서 나는 훌륭한 문화와 좋은 경험을 즐기고 있다. 한 학기 동안 있을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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