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탈북자 문제는 남북한 사회 통합에 대한 우려를 현실적으로 느끼게 하는 바로미터(barometer)로 해석되곤 한다. 국내 입국 탈북자는 2008년 8월말 현재, 총 1만 4341명이다. 올해 8월말까지의 입국자만 2093명으로, 전년 동기 대비 31%가 증가했으며 매년 큰 폭의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정부와 민간, 최근에는 기업까지 참여한 다양한 방안이 시행·추진되고 있다. 그러나, 탈북자들은 남한 사회의 구조적 문제, 북한과 탈북 후 제3국에서의 경험이라는 과거와 현재의 ‘부딪침’ 속에서 여러 가지 문제를 복합적으로 안고 있다.

북한인권정보센터의 조사결과에 따르면, 새터민 실업률은 2006년 12월 현재, 16.8%로 일반 국민 실업률 3.3%와 비교할 때 5배에 가까운 것으로 나타났다. 더욱이 취업자 가운데 일용직은 57.3%로 일반국민 9.5%에 비해 6배 가까이 높게 나타나고 있다. 수치상으로 드러나는 취업 문제 뿐 아니라, 가족, 학업, 정신·육체적 건강 문제 등은 탈북자 개인차를 감안하더라도 한동안 이들이 맞부딪쳐야할 버거운 문제가 되고 있다.

독일의 통일 이후 상황은 제도적 통일 이후에 나타날 사회심리적 통일의 의미와 그 대비책 마련의 필요성에 대한 경각심을 더해준다. 통일 후 동독주민이 서독으로 이주한 숫자는 250만, 서독주민이 동독으로 이주한 숫자는 120만 명에 달한다. 동독에서 서독으로 이주한 주민은 주로 청년층, 고학력자로 나타났으며, 남성에 비해 여성이 차지하는 비율이 높았다.

그 결과, 서독지역에 비해 동독지역 인구의 고령화, 감소 현상이 뚜렷해 졌다. 통일이전에는 구동독의 출산율이 서독보다 훨씬 높았으나, 통일 이후 약 25%가 낮아진 것으로 보고된 바 있다. 이러한 동독지역의 인구 감소, 고령화 현상은 동독지역 개발과 산업 발전 이후에도 적합한 인력을 찾기 어려운 인력난으로 이어졌다. 이와 같은 인구의 이동은 양 지역 발전 격차의 배경으로 작용하게 되었고, 동서독 주민이 함께 사는 접촉면이 넓어지면서 사회심리적 갈등 또한 확대되어 갔다.

독일은 통일 이후 다양한 형태의 제도적 통합은 안정화 단계에 접어들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러나, 가치ㆍ문화 등의 비제도적 통합은 통일 이후 20년이 다 되어가지만 아직도 현재 진행형이다. 사회심리적 통합 문제는 통일의 성패를 가름하는 중요 문제로, 통일은 ‘종잇장’이 아닌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 완성된다는 독일 통일의 교훈을 되새길 필요가 있다.

그렇다면, 이제 우리가 남북한 ‘사람’의 통일을 위해 무엇을 준비하고 추진해야할지 몇 가지 방안을 고찰해 보고자 한다.

첫째, 정치구조·체제이념을 넘어 생활세계 영역으로 개념을 확대한 통일·대북정책 추진과 체계화가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현 통일정책의 근간이 되고 있는 ‘민족공동체 통일방안’은 정치적 통일로 그 목표가 달성되는 것으로 되어 있다. 통일정책을 비롯한 지금까지의 통일에 대한 논의는 일상과 분리된 채, 주로 정치구조와 체제이념 차원에 국한되어져 왔다. 정치적 통일을 전후해 나타날 수 있는 사회심리·생활세계에 있어서의 문제들을 찾아내고 해결할 방법을 강구하지 못했던 것이다. 정치적 통일을 전후한 인구 이동문제, 인력활용방안, 직업, 가족·여성, 교육 문제 등 구체적인 생활세계로까지 확장하여 대비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 이전 분단국의 통일 사례들을 각 분야 마다 검토하고 한반도에의 시사점을 도출, 정책화하는 작업이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둘째, 대북 지원에 있어서 단순구호에서 개발지원으로의 전환과 더불어, 경제개발 차원의 개념을 넘어선, 사회개발, 인간개발, 환경친화적 개발과 같은 ‘인간중심’의 개발 지향이 필요하다. 북한체제의 변화 방향에 대한 예측과 더불어 나타날 경제사회적 문제를 파악하고, 장기적 시각에서 북한 주민들의 삶의 질을 개선시킬 수 있는 방향으로 지원 전략이 준비·추진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저발전 국가의 경제발전과정에서 흔히 나타나는 환경문제, 빈부격차 현상은 북한에서도 심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셋째, 지금, 여기에서부터 ‘적극적 평화’를 구현하려는 노력이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북한 핵문제 해결을 위한 3단계 작업이 진행될 것으로 예상되는 내년 초 부터는 평화체제에 대한 논의가 본격화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중요한 것은 평화 ‘체제’ 보다 평화를 지금, 여기서부터 이루려는 우리의 ‘의지’이다. 한반도 평화체제는 정치적 의미 뿐 아니라 남북간과 북한 내부적, 국제적으로 대두되고 있는 인권문제에 대한 해결 과정을 통해 한반도와 한반도를 둘러싼 동북아의 적극적 의미의 평화를 창출해 나가는 계기가 되어야 할 것이다.

우선 남한 내부적으로 불거지고 있는 외국인 노동자, 외국인 배우자, 탈북자 등의 급증으로 다문화 사회에 진입하게 된 현실에서 다양한 문화적 배경을 포괄하고 존중하는 인권 구현 노력이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이러한 문화 정착은 남북한 간 이질화된 제 분야에 대한 ‘어우름’도 가능하게 하는 원동력이 되리라 생각한다. 평화체제라는 제도를 남북한의 적극적 평화를 확산시키는 영향력 있는 제도로서 재규정 짓기 위해서는 개개의 행위자들이 적극적 평화 구축에의 의지를 가지고 행동하는 노력이 요구되는 것이다.

우리 통일정책의 근간이 되고 있는 ‘민족공동체통일방안’의 개념 또한 배타적 민족주의가 아닌 다양한 문화와 정체성을 포괄하는 열린 민족 공동체를 지향해야 할 것이다. 남북한간의 ‘1민족’ 지향 통일정책에서 남한 내 이민자, 해외 동포의 역량을 집결하는 통일정책으로 전환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의 현실은 한 민족이 여러국가에 흩어져 사는 범민족(meta-nation)적 성격을 띠고 있으며, 한국 내 거주 외국인이 100만 명을 넘어서고, 국제결혼 비율이 급속히 늘어나 다민족·다문화 사회로 변화하는 민족융합체(union of nations)가 되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세계 각국에 흩어져 있는 700만이 넘는 코리안 디아스포라는 21세기 대한민국에게 기회와 도전이 될 수 있다. 더불어 우리의 통일은 한반도, 나아가 동북아 발전과 평화에 이바지 할 수 있을 때, 그 의미를 세계와 공유 할 수 있다는 것을 기억해야할 것이다.

글쓴이

박정란
이화여대 북한학 박사
통일연구원(KINU) 연구원 역임
(현) 서울대학교 통일평화연구소 선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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