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와 현재, 현재와 미래를 잇는 타임캡슐, 바로 기록이다. 최근 과거나 정리나 독도 문제 등 기록의 부재로 인한 분쟁이 속속 나타나면서 기록의 중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교육, 연구, 사회봉사라는 기능에 비춰볼 때 사회적 영향력이 큰 대학 역시 주목할 기록원천이다.

본교 박물관 백년사 전시실의 모습.
대학기록은 대학과 관련된 모든 기록물을 망라한다. △행정기록 △비행정기록 △역사기록 △도서자료 등 이 대학기록의 범주에 포함된다. 이 범주에 속하는 기록정보는 종이문서류를 비롯해 △간행물류 △시청각류 △박물류  △전자기록류 등 매체에 관계없이 대학기록의 한 부분을 차지할 수 있다.


대학기록은 자료 자체가 지니는 사료적 가치는 물론이고 법적 분쟁시 증거로 작동하는 법적가치, 대학 행정의 관례를 보여주는 행정적 가치를 지닌다. 더불어 재학생들의 자부심을 높이고 외부인들에게는 학교의 위상을 보여주는 홍보적 가치도 동반한다. 그렇다면 본교의 기록은 잘 관리되고 있을까?

본교의 대학기록은 박물관(관장=조광, 문과대 한국사학과) 산하 기록자료실에서 관리한다. 기록자료실은 △이관 행정기록의 관리와 보존 △학교사 자료의 수집과 발굴 △역사적 기록물 전시 등을 주 업무로 맡고 있다. 기록자료실의 전신이었던 ‘교사자료실’은 기록관리기구라기 보단 ‘전시공간’의 개념이었다. 이후 통합기록관리의 필요성이 대두됨에 따라 지난 2004년 지금의 기록자료실로 재탄생했다.

대학기록 중 방대한 부분을 차지하는 행정기록의 경우 기록자료실로 이관돼 존폐여부가 정해진다. 교내의 각 행정부서는 보존연한이 끝나면 폐기여부 결정을 위해 모든 문서들을 기록자료실로 이관해야 한다. 기록자료실에선 이관된 기록들에 대해 일정한 심사과정을 거친 뒤 폐기여부를 결정한다. 기록자료실 김상덕 과장은 “얼마나 잘 폐기하느냐가 기록관리의 핵심”이라며 “폐기여부를 잘못 결정하면 역사적으로나 법적으로 큰 과실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기록의 수집은 기증자들에 의해 이뤄지는 경우가 많다. 지난 여름 본교 박물관에서 전시됐던 ‘헌법제정 60주년 기념 현민 유진오 특별전 <법으로 세상을 그리다>’는 유진오 전 총장이 기증한 자료들을 바탕으로 꾸며졌다. ‘고대신문 60주년 기념 특별전 <지축박차 천지흔들>’ 역시 고대신문 측이 제공한 기념자료 외에도 과거 활동했던 기자들의 기증자료가 큰 역할을 했다. 이외에 이문영 교수는 민주화 운동 관련 자료와 일기를, 과거 박물관장을 역임했던 김정학 교수는 소장도서 300여 권을 기록자료실 측에 기증한 바 있다.

이렇게 모아진 기록은 백주년 기념관에 마련된 60평 남짓의 기록자료보존고와 20평 정도의 문서고로 분류·보존된다. 기록자료보존고는 항온·항습시설이 완비된 전문보존고로 사적 가치가 큰 기록들이 주로 보관된다. 한편 보존연한이 지나 각 행정부처로부터 이관돼 온 일반행정문서들은 대부분 문서고에 저장된다.

하지만 지금의 기록자료실은 독립적인 기록담당기관이 아니라는 측면에서 한계를 보이고 있다. 박물관 산하 기관인 기록자료실은 독립적인 기록담당기관이 설치된 연세대, 서울대와 비교했을 때 기록의 수집·관리보다는 여전히 전시에 치중하는 경향을 띈다. 또한 인력 측면에서도 본교 기록자료실은 2명만의 전문인력을 두고 있어 각각 전문인력 7명과 5명으로 운영되는 서울대 기록관·연세대 기록보존소에 비해 취약한 편이다.

소장기록의 전자화 역시 본교가 추진해야 하는 시급한 과제다. 소장기록의 전자화는 기록의 이용과 보존의 편리성을 도모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의의를 지닌다. 연세대 기록보존소는 지난 2003년부터 2006년까지 진행된 ‘학교사 기록물 정리사업’을 바탕으로 올해 4월부터 ‘시청각 기록물 전자화사업’에 돌입했다. 연세대 기록보존소 측은 홈페이지를 통해 ‘인터넷에 의한 정보의 폭증, 새로운 매체와 정보에 대한 이용자의 요구 확대로 인해 전자화사업을 추진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서울대 기록관은 연세대보다 더 앞서나가 이미 지난 2002년 6월부터 ‘대학사료 디지털컨텐츠 사업’에 착수했다. 서울대 기록자료의 재정리 및 전자화 사업은 서울대 중앙도서관에서 실시하는 ‘전자도서관 디지털컨텐츠 구축사업’의 일환으로 시작돼 현재까지도 계속 진행 중에 있다.

본교의 기록 전자화는 전혀 이뤄지지 않은 상태다. 이에 대해 본교 기록자료실 측은 “오는 21일(금)까지 내야 하는 2009년 각 부서별 사업계획안으로 ‘기록 전자화 추진계획’을 제출할 것”이라고 밝혔지만 현재까지 구체적인 계획안이 준비되지 않았다. 박흥식(서울대 대학원 협동과정 기록관리전공)주임교수는 “기록 전자화 사업에 앞서 각각의 기록물에 대해 △경제 △문화 △역사적 보존가치가 충분한지 논의될 필요가 있다”며 “학교의 각 부서들이 연계해 중장기적으로 준비해야 하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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