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권따라 바뀌는 '5년지계' 교육정책
정권따라 바뀌는 '5년지계' 교육정책
  • 전혜진 기자
  • 승인 2008.11.08 22: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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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녀 교육엔 필연적으로 경험을 통해 형성된 자신의 가치관이 반영되기 마련이다. 그렇다면, 본교생들은 미래에 자녀를 어떻게 교육할까? 본지는 지난 4일(화)부터 7일(금)까지 4일에 걸쳐 본교생 399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조사 결과, 응답자의 30.6%가 ‘여건이 된다면 자녀를 외국에서 낳을 의향이 있다’고 답했다. 이유로는 ‘외국어를 모국어처럼 자유롭게 구사할 수 있게 하기 위해서’라는 답이 36.4%로 가장 많았으며 △외국 시민권을 갖도록 하기 위해서(21.4%) △한국의 육아 환경이 외국보다 좋지 않아서(20.1%) 등이 뒤를 이었다. 이채윤(사범대 교육08)씨는 “매번 바뀌는 교육부 정책에 휘둘리는 우리나라의 암담한 교육 현실을 자녀만큼은 겪게 하고 싶지 않다”며 “어릴 때 외국에 살게 되면 외국어도 자연스럽게 익히는 등 여러모로 이로울 것 같다”고 말했다.

대다수의 학생들(84.1%)은 ‘여건이 된다면 자녀를 외국으로 유학 보내겠다’고 답했다. ‘보내지 않겠다’고 답한 이들은 11.1%에 그쳤다. 유학을 보내겠다고 답한 이들 중 절반에 가까운(49.9%) 학생들이 ‘자녀의 시야가 넓어지고 국제적인 감각이 길러질 것 같아서’를 그 이유로 꼽았으며, ‘외국어를 모국어처럼 자유롭게 구사할 수 있게 하기 위해서’(27.7%)라는 답이 뒤를 이었다. 홍후조(사범대 교육학과)교수는 “많은 학생들이 외국어 구사 능력에 의해 더 나은 미래가 결정된다고 생각하는 것”이라 말했다.

한편 유학 희망 시기는 △초등학교 입학 이전 12% △초등학교 1~6학년 22.9% △중학교 1~3학년 24% △고등학교 1~3학년 5.2% △대입 이후 30%로 비교적 고르게 나타났는데, 특히 현 교육제도상 의무교육기간으로 규정돼 있는 초·중·고 시기에 자녀의 유학을 희망하는 이들이 전체의 52.1%에 달했다. 김선업(문과대 한국사회연구소)교수는 “치열한 입시 경쟁에서 살아남았다고 할 수 있는 본교생들이 국내 공교육의 비효율성을 몸소 체득한 결과”라며 “해외에서의 경험이 대학 진학에 유리하게 작용한 측면도 고려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일반 공교육에 대한 실망은 곧 제도권 내의 소수 상위권 학교에 대한 선호로 이어졌다.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서울시의 국제중학교 설립에 관한 질문에 상당수(39.1%)의 학생들이 ‘자녀를 국제중학교에 보낼 의향이 있다’고 답했으며, ‘자녀를 외국어고, 과학고 등 특수목적고등학교에 보낼 의향이 있다’고 답한 이들은 59.8%에 달했다. 특목고를 선호하는 이유로는 △양질의 교육을 받을 것으로 기대되기 때문에(45.3%) △학습 분위기가 좋을 것 같아서(30.9%) 등을 꼽았다. 이에 대해 김 교수는 “특목고에 다니는 것이 입시에 유리하다는 것을 익히 알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본교생 특목고 출신 비율은 14.45%, 안암캠퍼스의 경우 20.9%다.

‘만약 자녀의 성적이 최상위권이 아니라면 사교육을 시키겠느냐’는 질문엔 응답자의 68.8%가 ‘사교육을 시키겠다’고 답했다. 정 모(문과대 영문07)씨는 “(사교육에) 비판적 생각을 갖고 있긴 하지만 학벌사회인 한국에선 어느 정도 대학을 가야 사회에서 자리매김할 수 있지 않냐”라며 “사교육은 제도권 내에서 도태되지 않기 위해 불가피한 선택”이라는 의견을 냈다.

응답자의 29.1%가 자녀가 명문대에 진학하지 못한다면 ‘재수를 시켜서라도 명문대에 합격하도록 하겠다’고 답했으며, △외국으로 유학을 보내겠다(14.3%) △입학 후 반수 또는 편입을 권하겠다(12.5%) 등이 뒤를 이었다. 한편 ‘대학은 중요하지 않으므로 그다지 신경 쓰지 않는다’는 의견도 25.3%를 차지했는데, 이는 ‘학벌 하나만으로는 더 이상 개인의 경쟁력 및 사회적 지위를 보장받지 못한다’는 자각이 반영된 결과라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자녀의 희망 대학이나 전공, 직업에 대해 학생들은 여전히 기존의 사회적 가치에 의해 설정된 상류층 전형을 추구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주관식 답을 표기한 190명의 학생 중 33%(63명)는 자녀의 의사를 전적으로 존중하겠다고 답했지만, 대체로 △의사(17명) △CEO(14명) △법조인(11명) 등 사회적으로 지위가 높고 경제적 능력도 보장되는 전문직을 선호했다. 특히 많은 이들이 자녀가 자신과 같은 고려대(51명)나 서울대(32명)에 진학하길 희망했다.

이 같은 결과에 대해 김 교수는 “사회적 가치나 이념적 평등을 중시했던 과거의 대학생들과 달리, 비판적 성찰 과정을 생략한 채 현실주의적 가치를 철저히 내면화한 현세대의 특성을 보여주는 결과”라며 “이는 교육 제도에 대한 비판과 자신들에게 주어지는 혜택의 불평등을 인지하고 극복하려는 노력을 할 ‘여유가 없는’ 지금의 현실을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이어 “엘리트로서의 책임의식을 외면하는 이들이 향후 기성세대가 된다면 기존 사회의 모순을 극복하기라 기대하긴 어려울 것”이라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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