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은 ‘예의바름’에 대해서만 예의바를 뿐이다” 프리드리히 니체의 말이다. 우리는 어릴 때부터 예의바른 사람이 되기 위한 교육을 받는다. 공동체 안에서 반항하거나 이탈하지 않는 것은 당연한 일로 받아들여진다.

사회는 그런 예의바른 사람을 필요로 한다. 그래서 ‘성실’과 ‘온건’을 최고의 미덕으로 내세우며 그와 같은 인간상을 미화한다. 이에 충실히 따른 사람들은 학교에선 모범생으로, 회사에선 우수한 사원으로 인정받는다. 철저하게 내면화된 예의바름이 실은 자신의 행동을 좁은 범위 내로 한정해왔다는 사실도 깨닫지 못한 채 그들은 오히려 그것에 중독된다. 왜 그래야 하는지도 모른 채로 순순히 체제가 원하는 인간에 자신을 맞춰간다. 마음 속 깊은 곳에선 옳지 않다는 것을 알면서도 찍소리 한번 내지 못한다.

왜냐하면 그들은 예의 없는 사람이 되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굳이 입바른 소리를 해서 손해보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괜한 정의심에 발동해 이 사회의 ‘반항아들’에게 주어지는 그 모든 편견과 차별을 견뎌내기란 참으로 피곤한 일이기 때문이다. 평범하게 살기 위해 그 정도 불편쯤은 감수해야 하는 것이다. 금기를 깨고 자신의 신념에 따라 행동하는 사람들은 그들의 눈에 단지 ‘예의 없는 것들’일 뿐이다.

그러나 무엇이 진짜 예의인가. 이리저리 눈치를 봐 가며 콩고물이라도 더 얻으라는 것이 진정 이 사회가 말하는 예의인가? 살아남기 위해 강요된 예의에 더 이상 인간에 대한 존경이란 없다. 오히려 한 인간이 자신의 존엄성을 지키려 몸부림치는 것, 양심을 외면하지 않고 부당한 현실에 저항함으로써 더 많은 이들의 자유와 권리를 찾으려는 것이 진짜 예의가 아닐까? 인간에 대한 존경이 없다면 그건 결국 ‘예의’가 아닌 ‘굴종’일 뿐이다. 니체가 가장 경계했던 것은 어쩌면 영혼을 좀먹는 이 사회의 껍데기뿐인 예의가 아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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