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위에서 4년 만에 졸업하는 대학생을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오늘날 대학가엔 휴학이 보편화되고 있다. 본교도 예외는 아니다. 2008년 2학기 현재 휴학 중인 본교생은 모두 5995명(군입대 휴학 제외)으로 전체 재적생의 16.2%에 이른다.

학적·수업지원팀이 제공한 자료에 따르면, 본교의 휴학생 수는 해마다 증가했다. 특히 1학기에 휴학한 4학년 학생의 수는 △2002년 1637명 △2004년 1994명 △2006년 2505명 △2008년 2753명으로 크게 늘었다. 재적생 대비 휴학생 비율 역시 △2002년 14.05% △2004년 14.55% △2006년 15.15% △2008년 15.5%로 꾸준히 증가 추세를 보였다.

그렇다면 실제로 휴학을 계획하고 있는 재학생들은 얼마나 될까. 본지가 지난달 19일부터 20일까지 이틀에 걸쳐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휴학 경험이 없는 230명 중 45.9%가 ‘휴학 계획이 있다’고 답했으며 ‘모르겠다’고 답한 이들도 19.2%에 달했다. 휴학을 계획하는 이유는 △고시 공부(20%) △기업 인턴십(13.3%) △해외 연수(11.3%) △외국어 자격시험(10.7%) 등으로 비교적 고르게 나타났다. 다음 학기 휴학할 계획이라는 남 모(문과대 언어06)씨는 “인턴 활동과 영어 공부 등 취업에 필요한 것들을 본격적으로 준비해나갈 생각”이라며 “주변 동기들도 대부분 취업 준비를 위해 휴학했거나 하려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이러한 현실을 반영하듯 응답자의 64.3%는 ‘사회에 나갈 준비를 하기 위해선 휴학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답했다. 휴학이 필요한 이유로는 ‘학기 중엔 다양한 경험보다는 학점 관리를 위한 공부밖에 할 수 없어서’(53.2%)를 첫째로 꼽았으며 ‘학교를 다니면 과제, 시험 등으로 바빠 원하는 공부를 하지 못해서’(29.2%)라는 응답이 뒤를 이었다. 이민경(교육문제연구소)연구교수는 “취업시장이 대학에서 가르치는 것보다 훨씬 더 많은, 학교 밖의 다양한 활동을 학생들에게 요구한 결과”라며 “학점 관리에 대한 부담도 결국은 좋은 학점과 경력을 모두 요구하는 사회적 기준이 높아진 사실을 반영하는 것”이라 풀이했다. 실제로 한 대기업의 채용 담당자는 “인턴 경험이 있는 사원이 확실히 업무 적응이 빠르고 처리 능력도 뛰어나다”며 “해외 연수 등 기타 경험도 이왕이면 있는 편이 일하는 데 도움이 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기업 입장에선 경험이 풍부한 지원자를 선호하는 것은 당연하다는 얘기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절반에 가까운(47.2%) 학생들은 대학가 전반의 휴학생 증가를 ‘취업난이 반영된 심각한 사회 현상’으로 인식했다. 이에 비해 ‘다양한 경험을 하려는 젊은이들의 자발적 선택’이란 의견은 25.5%에 그쳤다. 휴학생 김 모(생과대 환경생태공학부03)씨는 “취업준비 끝에 여러 곳에 원서를 냈지만 결과가 좋지 않았다”며 “졸업 전에는 취업해야 한다는 생각에 휴학하고 다른 진로를 모색 중이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이관규(사범대 국어교육과)교수는 “진로에 대한 불확실성과 함께 스스로에 대한 자신감 결여도 하나의 원인인 것 같다”며 “공부에도 적절한 시기가 있는 만큼, 보장된 직업 없이 졸업하는 것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 때문에 졸업을 연기한다면 이는 바람직하지 않다”는 의견을 냈다.

일각에선 대학생 휴학을 촉발하는 사회구조적 요인에 주목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고용시장의 수요에 비해 공급이 넘치다 보니 자연히 선발기준이 높아져 경쟁이 심해졌다는 것이다. 김선업(한국사회연구소)연구교수는 “노동시장 불균형은 국가와 기업이 해결해야 할 문제인데 우리 사회가 이를 개인에게만 소위 스펙이라고 하는 엄청난 부담으로 전가하고 있다”며 “학업과 병행할 수 없는 수준의 활동을 기업이 요구하는 건 사회적 책임을 외면하는 것인 데다, 지금처럼 제도화되고 획일화된 인재가 되기 위해 들이는 시간적·경제적 비용이 과연 전사회적인 생산성으로 연결되는지는 생각해봐야 할 문제”라고 말했다.
저작권자 © 고대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