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박지선 기자
“책을 읽은 뒤 변화가 없다면, 책을 읽은 것이 무슨 소용이 있을까요? 인디고 북페어 프로젝트는 ‘변화’를 만들고 싶다는 욕망에서 시작됐습니다”

책 <꿈을살다>는 우리는 꿈을 ‘꾸지’만, 꿈을 ‘살아’가는 창조적 실천가들을 만난 인디고 서원의 젊은 이상가들의 이야기다. 박용준과 인디고 유스 북페어 프로젝트 팀(이하 북페어팀)은 지난 2006년부터 북페어 프로젝트 팀을 구성, 6개 대륙을 돌며 100여 명에 가까운 창조적 실천가를 만났고 이 중 45인과의 만남과 나눈 이야기를 책으로 펴냈다. 또한 지난 8월에는 이들을 부산에 초청해 더 많은 사람과 소통할 수 있는 또 하나의 장을 열었다. ‘인간(human. 人+間)’을 키워드로 ‘인디고 유스 북페어(Indigo Youth Book Fair)’를 연 것이다. 2008년 인디고 북페어 팀의 팀장이자 청소년시절부터 지금까지 인디고에서 활동을 하고 있는 박용준(문과대 철학과03)씨를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다.

북페어 프로젝트는 2006년 크리스마스 파티에서 시작됐다. 팀원들이 이야기를 나누다 ‘책을 읽은 뒤 변화가 없다면 무슨 소용이 있겠냐’며 자신에게 영향과 감명을 준 책의 저자를 만나기로 계획한 것이 바로 북페어 프로젝트다. 단순히 개인의 지적 욕구를 충족시키는 독서가 아니라, 직접 저자를 만나는 한 차원 높은 방식의 소통을 고안해 낸 것이다.

저자를 만나기 위해선 인물에 대한 자료 수집과 해당 국가에 대한 공부가 필수였다. 공부를 한 뒤에는 메일 등 갖은 방법을 동원해 알아낸 연락처를 통해 직접 연락을 시도했다. 그렇게 해서 만날 수 있었던 사람이 스웨덴 웁살라 대학 교수인 브라이언 파머(Brian Palmer)였다. 북페어팀은 파머 교수의 저서 <오늘의 세계적 가치>에서의 ‘세계적 가치’가 서양의 가치에 치중해 있지 전 지구적 가치를 의미하는지 모르겠다고 의문을 던졌다. 파머 교수는 ‘자신도 동의한다며, 자신의 강의 제목이었던 ‘개인의 선택과 전 지구적 변환’을 책 제목으로 쓰고 싶었지만 출판사에 반대에 부딪혔다’고 답변했다. 이메일을 통한 꾸준한 연락 덕에 두 달 후 스웨덴에서 파머 교수를 만날 수 있었다.

‘북페어를 진행하면서 가장 즐거웠을 때가 언제냐’는 질문에 박씨는 “매 순간이 즐거워 고르기 힘들지만 만난 사람이 기대했던 것 보다 훨씬 위대한 사람이라는 것을 느꼈을 때”라고 했다. 박 씨는 기자에게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무료로 공급할 수 있는 과학 교과서를 만드는 마크 호너(Mark Horner)를 만난 이야기를 들려줬다. 남아프리카공화국은 아파르트헤이트가 끝났음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흑과 백이 극명하게 대조를 이루고 있는데 교육의 기회를 누르지 못하는 학생들을 위해 평등한 기회를 주기위해 고민하고 이들을 위해 실제 행동을 통해 실현하는 모습에 박 씨는 감명을 받았다고 했다.

저자들과의 만나면서 북페어 팀 또한 그들과 같은 창조적 실천가가 되기 위해 노력한다. <Today's Youth Asia>의 편집장 산토시 샤흐를 만나기 위해 네팔을 방문했을 때, 북페어 팀은 현지의 열악한 교육 환경을 목격한 뒤 이들은 현지에 도서관을 설립하기로 결심했다. <꿈을 살다>의 모든 수익금과 친환경 음식점인 ‘에코토피아’의 수익금을 네팔의 도서관 건립금으로 기부하고 있다.

박 씨에게 북페어 프로젝트는 어떤 의미일까? 박 씨는 ‘지식인은 눈길을 주는 자’라고 말한 사르트르의 말을 인용하며 “상상력을 통해 타인의 고통을 느끼고 창의력을 통해 타인의 슬픔과 기쁨, 마음을 정확히 이해할 수 있습니다. 북페어는 상상력을 위한 과정이며 타인에게 눈길을 돌리는 법을 배우는 과정이죠”라고 말했다.

사진 제공=인디고 서원
북페어 팀의 활동이 일반 학생들이 시도하기 쉬운 일이 아님은 확실하다. 학교생활에 바쁜 학생들이 정기 적으로 책을 읽고, 모임을 갖고, 저자를 만나기 위해 외국으로 선뜻 떠나겠는가. 실제로 책을 소개하는 교양 프로그램에 출연했을 때 ‘한국 교육의 기반은 마련돼 있지 않는데 너무 앞서가는 것 아닌가’라는 지적을 받기도 했다. 이에 대해 박 씨는 “우리에겐 자연스러운 흐름인데 밖에서 보기엔 그렇게 느낄지도 모르죠. 꿈을 현실로 이루고자 하는 게  괴리일까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소통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라고 말했다.

이들은 ‘가치란 무엇인가?’란 주제로 2010년 인디고 유스 북페어 프로젝트를 준비하고 있다. 또한 북페어 팀 2기는 <가난한 휴머니즘>의 저자 장 베르트랑 아리스티드와 <젊은 교사에게 보내는 편지>의 저자이자, 뉴욕 할렘과 보스턴의 소외지역의 아이들을 가르치는 조너선 코졸과의 만남을 준비하고 있다. 인디고 프로젝트에 참가했던 한지섭(성균관대 경영학과04)씨는 “우리는 책이라는 문화 매개체가 지닌 힘을 믿으며 책으로 연결되는 문화의 장을 이어나가려고 노력한다”고 말했다. 덧붙어 “이러한 소통과 토론의 과정은 자기 극복 능력을 배우는 것”이라 말했다.

박 씨는 북 페어 프로젝트를 통해 가능성을 얻었다고 말했다. “이 책은 희망의 증거입니니다. 희망은 보이지 않기 때문에 믿기 힘들지만 우리가 직접 경험해 꿈에 대한 확신을 가질 수 있었고 사람들에게 변화가 가능하리라는 것을 보여줄 수 있던 기회였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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