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이지영 기자)
대학생 홍씨(중앙대 유아교육과)는 지난 10월, 집주인에게 월세비를 37만원에서 50만원으로 올리겠다는 통보를 받았다. 학교 주변 월세가 ‘흑석 뉴타운’ 개발로 올 초보다 2배가량 올랐기 때문이다. 홍씨는 “매달 13만원씩 더 지불하는 것은 부담이 너무 크다”며 “교통비가 들더라도 집값이 싼 당산동 쪽으로 이주하려고 알아보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대학가와 인접한 곳의 뉴타운 개발여파에 따른 주거비 상승으로 학생들의 부담이 심화되고 있다.
뉴타운 사업은 2002년부터 서울시가 시행하는 지역개발 사업으로, 소규모 지역단위에서 민간이 주도하는 ‘재개발’과 달리 대규모 지역단위에서 다양한 도시개발 방식으로 추진된다. 현재까지 뉴타운으로 지정된 곳 중 대학가와 인접한 곳은 △길음·미아(성신여대, 국민대, 서경대) △이문·휘경(경희대, 한국외대) △왕십리(한양대) △전농·답십리(서울시립대) △아현(이화여대, 추계예대) △흑석(중앙대) 등 총 6곳이다. 
이중 주거비 상승으로 인한 피해가 가장 심각한 곳은 철거가 시작된 흑석뉴타운 지역의 중앙대다. 중대 정문 앞 부동산 공인중개사 정씨는 “뉴타운지역에 속한 쪽문지역이 철거에 들어가면서 학생들이 정문과 중문으로 몰려 주변 월세가 5~10만원 가량 올랐다”며 “경제위기에도 오른 가격이 유지되는 상태”라고 말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서울시와 해당구청이 철거지역 학생에게 거주이전비를 지급하고 있지만 이마저도 조건이 까다롭고 제대로 홍보가 되지 않아 혜택을 받지 못하는 사례가 빈번하다. 이에 지난해 6월 중앙대 50대 비상대책위원회(이하 비대위)와 동작공동대책위원회는 △학생들을 위한 뉴타운 관련정보 설명회 개최 △조합원대표들과 학생 간 협의자리 마련 △학생형 임대아파트 건립 등을 담은 ‘학생세입자 요구사항’을 동작구청에 전달했다. 중앙대 51대 총학생회장 이지열 씨는 “올해 학생들이 집을 못 구하거나 터무니없는 가격을 내는 등의 피해가 없도록 하는 방안을 현재 모색 중”이라 말했다. 정상길 동작공동대책위원장은 “요구사항을 전달한 후 주거이전비 지급 조건이 확대되고, ‘학생복지주택’이 서울시 차원에서 논의되는 등 진전이 있었다”며 “하지만 아직 해결해야 할 일이 많다”고 말했다.

사정은 한국외국어대학(이하 외대)도 마찬가지다. 뉴타운 사업이 아직 조합설립단계임에 머물고 있음에도 지난 여름부터 집값은 이미 오름 추세에 있다. 외대 정문앞 'ㅎ'부동산 공인중개사는 “원룸은 보증금 500만원~1000만원에 월세 40~45만원이 일반적”이라며 “월세는 5~10만원, 전세는 2000만원 가량 올랐다”고 말했다.

뉴타운 인접 대학가에 거주하던 학생들이 상대적으로 저렴한 인근 지역로 옮겨가면서, 뉴타운에 해당되지 않는 대학가 또한 영향을 받고 있다. 숭실대 학생이 많이 거주하는 상도동은 중앙대 학생들이 이주해오면서 전·월세 가격이 오르고 있고, 본교생이 주로 거주하는 안암동과 제기동도 경희대 및 외대 학생들이 옮겨오면서 영향을 받고 있다. 외대 앞 부동산의 한 관계자는 “뉴타운 개발로 인해 외대주변 하숙촌 공급이 부족해져 주거비가 상승하자 상대적으로 집값이 싼 고대 쪽까지 학생들이 이동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편, 뉴타운 개발이 기존 대학가 모습을 침해할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남진(서울시립대 도시공학과) 교수는 “대학가는 수십년의 학교문화가 고스란히 담긴 곳이자 학생들의 문화자생능력이 키워지는 곳”이라며 “이러한 문화의 파괴도 개발로 인해 대학과 학생들이 받는 피해 중 하나”라고 말했다.

‘대학가 주거대란’의 여파가 커지자 서울시는 지난 달, ‘뉴타운 주변 대학가 하숙촌 대책’을 마련해 이를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개발기본계획 수립 과정에 해당대학 학생들이 참여할 수 있도록 하며, 오는 2010년부터 ‘서울형 학생복지주택’(이하 학생복지주택)을 해당지역 학생들에게 제공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학생복지주택은 ‘학교 밖 기숙사’ 형태의 주거공간으로, 개발지역 중 아파트 단지가 들어서는 ‘촉진구역’을 제외한 ‘존치구역’을 활용해 지어질 예정이다. 존치구역이란 뉴타운지정지역에 포함되지만 여건상 촉진구역 지정요건에 해당하지 않아 개발이 보류된 지역을 말한다.

하지만 서울시가 내놓은 ‘학생복지주택’이 실효성이 있을지는 미지수다. 남 교수는 “취지는 좋지만 학생복지주택이 지어진다고해도 현재 하숙촌의 수요를 충족시키진 못할 것으로 보인다”며 “향후 관리비 지원을 누가할 것인지, 서울시 땅값을 따져봤을 때 학생들에게 임대료를 저가로 제공할 수 있을지 등 해결해야할 문제가 많다”고 말했다.

김세용(공과대 건축학과) 교수는 “대학가와 인접한 뉴타운개발은 대학가의 특성을 유지하는 방향으로 추진돼야한다”며 “서울시와 대학 간 협의를 통해 대학가 피해에 대한 실질적인 대책마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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