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지는 ‘2008년 올해의 책’을 선정하기 위해 지난달 23일(화)부터 29일(월)까지 본교생 275명을 대상으로 오프라인 설문을, 지난달 23일(화)부터 30일(화)일까지 인터넷 고대신문 쿠키(www.kunews.ac.kr) 접속자 103명을 상대로 온라인 설문을 실시했다.

조사는 △종합 △문학 △인문 △정치·사회 △경제·경영 △자연과학 △자기계발서 등 일곱 부문으로 나눠 이뤄졌으며, 부문별 후보는 △교보문고 △인터파크 도서 △yes24 △알라딘 △반디앤루니스 등 5개 서점에서 발표한 ‘2008년 연간 베스트셀러 순위’와 ‘본교 도서관 대출 순위’ 등을 토대로 구성했다.

2008년 한해 본교생이 주목한 키워드엔 어떤 것이 있을까. 본교생들이 뽑은 ‘2008년 올해의 책’ 순위를 통해 지난 한해 본교생의 독서 성향을 5가지 주제로 정리해봤다.

△‘왜?’ - 신자유주의, 세대의 경제적 불균형…. 과연 정답일까

심각한 경제난으로 지난 한해 국민들의 마음은 1년 내내 겨울이었다. 원자재 가격폭등과 취업난이 계속됐고, 중반기를 넘어서자 주식 시장마저 폭락했다. 대형 서점이 발표한 ‘소설 강세’란 결과를 경기침체와 결부된 치유의 의미로 해석한 시각도 있었다. 본교생의 독서 성향에도 경제침체의 여파가 여지없이 작용했다. 하지만 소설 강세, 경제서 약세라는 일반적인 분석과는 달리 본교생이 뽑은 ‘2008년 올해의 책’에선 경제서적이 높은 위치를 차지했다.

수많은 경제서 중 특히 현 체제와 그 정당성에 의문을 제기한 책들이 높은 관심을 받았다. 개방과 세계화를 강조하는 신자유주의적 경제학의 함정을 신랄하게 비판한 장하준의 <나쁜 사마리아인들>이 종합부문과 경제·경영 부문에서 1위를 차지했고, 20대의 95%가 비정규직이 될 것이란 예측을 전제로 한국사회의 세대 불균형 문제와 그 대안을 제시한 우석훈의 <88만원 세대>도 종합 부문과 정치·사회 부문에서 2위를 기록했다. 기아 문제의 실태와 그 배후로서의 신자유주의·금융자본주의를 비판한 장 지글러의 <왜 세계의 절반은 굶주리는가> 또한 정치·사회 부문 3위를 차지했다.

이들 서적에 본교생이 주목한 이유는 서적들이 담고 있는 문제의식이 우리의 현실과 밀접한 연관을 갖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임윤상(정경대 경제03)씨는 “기존의 경제 논리를 조목조목 비판한 <나쁜 사마리아인들>은 ‘그렇다면 우린 어디로 가야 하는가’에 대한 고민거리를 안겨줬다”고 말했다. 또한 김선업(한국사회연구소) 연구교수는 “한 세대에 경제적인 짐을 과하게 부담시키는 우리나라의 구조적 모순을 비판한 <88만원 세대>에서 학생들이 자신의 자화상을 발견한 것”이라며 “고려대의 경우 타 대학에 비해 졸업생의 정규직 취업률이 높음에도 불구하고 불안감이 크다는 사실을 반증하는 결과”라 분석했다.

△‘부자되기’ - 경기침체, 살길은 재테크고 목표는 부와 성공이다

경제에 대한 위기의식은 곧 취업을 앞둔 본교생들에겐 더욱 절실히 다가왔다. 실제로 본지가 지난해 11월 본교생 374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 응답자의 94.1%가 당시 우리나라 경제 상황을 부정적으로 평가했으며 79.9%가 취업시장이 과거보다 어려워졌다고 답했다. 이러한 불안정서는 부와 성공을 좇는 독서 성향을 더욱 두드러지게 만들어 정철진의 <대한민국 20대 재테크에 미쳐라>와 김민수의 <대한민국 2030 재테크 독하게 하라>가 경제·경영 부문 2, 4위에 나란히 이름을 올렸다.

특정 세대를 공략한 재테크 서적이 높은 순위를 차지한 것에 대해 <대한민국 20대 재테크에 미쳐라>를 펴낸 한스미디어의 모민원 기획팀장은 “20대들도 재테크에 관심을 갖기 시작한 사회적 분위기를 의식해 책을 기획하게 됐다”며 “경제가 어려울수록 탈출구를 자신에게서 찾다 보니 많은 이들이 스스로가 경제력을 갖추는 것에 집중하게 된 결과”라고 설명했다.

한편, 강해진 부에 대한 열망은 <시크릿>이 자기계발서 부문에서 압도적으로 1위를 차지하는 결과를 낳았다. 완곡한 표현을 빌리지 않고 ‘부와 성공의 비밀’을 담고 있음을 강조한 이 책의 마케팅 전략은 경제난에 허덕이는 독자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미국’ -  “한국대선보단 미대선이 재미있었죠”란 말처럼… 

지난해 한미 FTA를 비롯해 미국산 쇠고기 수입에 따른 광우병 논란으로 온 나라가 떠들썩했다. 쇠고기 수입을 막기 위해 시민들은 촛불을 들고 거리로 나섰다. 촛불이 하나 둘 꺼질 때 즈음, 언론엔 서브프라임 모기지론이 등장했고 이어서 최초의 흑인 미국 대통령이 탄생했다. 2008년 방송에서부터 일상의 대화에 이르기까지 쟁점의 중심엔 ‘미국’이 있었다. 대형 서점들이 쏟아낸 베스트셀러 순위에도 이와 관련된 서적이 줄을 이었다.

이런 관심은 본교생 또한 다르지 않았다. 버락 오바마가 자신의 정치 신념을 직접 써내려간 <버락 오바마 담대한 희망>이 정치·사회 부문 1위를 차지했고, 힐러리의 성공 비결을 분석해 소개한 이지성의 <여자라면 힐러리처럼> 또한 자기계발서 부문 온·오프라인 설문결과에서 각각 2위와 4위를 차지했다. 박상훈 도서출판 후마니타스 대표는 “미국의 민주주의 역사상 상원의원 중 흑인이 단 3명뿐이었던 상황에서 오바마의 당선은 변화의 시작을 의미했고,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유럽에서도 신드롬을 일으키는 등 그야말로 세계적인 이슈였다”고 풀이했다.

한편, 수많은 시민들을 광장으로 나오게 했던 인터넷 토론방 ‘아고라’의 글을 모아 펴낸 <대한민국 상식사전 아고라>와 현대인의 식탁에 차려진 음식이 어디로부터 왔는지 추적해 고발함으로써 광우병 논란을 더욱 뜨겁게 달궜던 <죽음의 밥상>은 정치·사회 부문에서 각각 7, 10위에 그쳤다.

△‘편애’ - 넌 소설가 하면 누가 떠오르니?

연예인 못지않은 인기와 세간의 관심을 받는 문학 작가들이 있다. △이외수 △공지영 △황석영 등이 바로 그들이다. TV 프로그램 출연과 인터넷 소설연재, 라디오 진행 등 책을 벗어난 독자와의 만남은 이들의 인기 몰이에 한 몫을 했다.

본교생 역시 이들 작가의 작품에 대한 선호가 뚜렷했다. 이외수의 <하악하악>이 종합 부문 2위와 문학부문 1위를 차지했으며, 작가 자신의 소소한 일상을 딸의 시선으로 들려준 공지영의 <즐거운 나의 집>도 문학부문 3위를 기록했다. 김소은(사범대 지교08)씨는 “민감한 상처를 작품 속에 담아내 사람들을 감화시키려는 면이 와 닿는다”며 평소 공지영의 작품을 즐겨 읽는다고 말했다. 김선욱(문과대 사학07)씨는 “쉽게 지나칠 수 있는 일상생활 속의 진리를 이외수 특유의 익살스럽고 친숙한 어휘들로 표현해 읽는 내내 유쾌했다”며 <하악하악>을 2008년의 책으로 꼽았다.

해외 문학보다 국내 문학을 선호한 것도 본교생의 특징이었다. 문학부문 상위 5권 중 <눈먼 자들의 도시>를 제외하고는 모두 국내 작품이 이름을 올렸으며, 대형 서점들의 집계에서 1위를 차지하기도 했던 기욤 뮈소의 <사랑하기 때문에>는 10위 안에 들지 못했다. 그의 다른 소설 <구해줘>도 7위에 그쳤다.

△‘원작으로 돌아가다’  - 영화와 드라마가 독자를 원작으로 이끌어

활자매체에서 영상매체로 옷을 갈아입은 소설은 미디어의 영향력에 힘입어 2008년 도서 트렌드의 하나가 됐다. 본교생 또한 이들 원작에 대한 높은 관심을 드러냈다. 드라마로 방영된 <달콤한 나의 도시>가 종합부문에서 5위, 문학부문 온라인 설문결과에서 1위를 기록했다. 각각 드라마와 영화로 제작된 <바람의 화원>과 <눈먼 자들의 도시>도 상위권을 차지했다.

미디어가 소설 판매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지만 이는 작품에 이미 내재돼 있던 유행 가능성에 기인한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김봉석 대중문화 평론가는 “원작 자체가 대중에게 어필할 수 있는 요소들을 갖고 있었기에 다양한 컨텐츠에 이용된 것이고, 그 결과물이 대중에게 확산됨에 따라 다시 원작에 관심이 집중되는 구조가 반복된 것”이라고 해석했다.

문학부문 외에도 미디어의 영향력을 실감할 수 있는 분야는 다양했다. 특히 EBS 프로그램 ‘지식채널e’에서 방송된 내용을 책으로 구성한 <지식e> 시리즈가 인문부문 2위를 기록하며 그 영향력을 인정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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