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연안 해역에서 발생하는 바다 사막화 현상(이하 갯녹음)을 두고 그 원인과 주장이 분분하다. 또한 이 현상에 대한 용어나 술어를 확실한 근거나 개념 정의 없이 일선 어민과 언론 그리고 심지어 이를 연구하는 학자들조차 혼용하고 있다.

갯녹음은 해조류가 번무하던 해안의 암반지대에서 어떤 원인에 의해 해조류가 △탈락 △고사 △유실 △소멸하고 그 공간과 기질을 산호조류가 피복·점유함으로써 암반이 백색, 황백색 또는 분홍색을 나타내는 현상이다. 갯녹음의 발생 요인은 시기 및 발생해역의 환경에 따라 다르고, 그 원인도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경우가 많다.

관련 문헌을 살펴보면 갯녹음의 발생요인은 크게 △물리 △화학 △생물학적 관점으로 나뉜다.

물리적 요인
유빙이 해조류가 착생해 있는 기질(基質)을 문지르는 작용에 의해 해조류의 탈락, 유실을 가져와 발생하는 갯녹음은 일본 훗가이도 인근해역에서 볼 수 있지만 국내에선 거의 나타나지 않는다. 그러나 수심이 얕은 서해안의 경우 간혹 조간대 해조류의 탈락현상이 일어나거나 서해안의 김양식장 시설물이 손상되기도 한다.

부유물질이 기질에 침착하면서 포자의 발아와 생육을 저해해 갯녹음이 발생하기도 한다. 부유물질은 해안과 인접한 지역에서 이뤄지는 대규모의 토목공사 등으로 대량 발생되는 것과 사료 찌꺼기나 어패류의 배설물 등 양식장으로부터 유입되는 것을 들 수 있다. 온도의 상승이 원인으로 생각되지 않는 수역에서의 갯녹음은 오수의 유입이나 산지의 황폐화로 인한 탁한 하천수 유입이 해수의 탁도 증가를 가져와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쿠로시오 난류의 장기정체 및 엘니뇨 발생도 갯녹음과 깊은 관련이 있다. 다만 최근 동해안 일대에서 나타나는 갯녹음은 표면수온의 상승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국립수산과학원의 자료를 비교해 보면 우리나라 표면수온이 과거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은데, 특히 발아와 생장에 영향을 미치는 가을과 겨울의 수온에서 그 특징이 강하게 나타난다.

△다시마 △대황 △감태류 △전복류 △성게류 등 암초생물의 서식장소는 대개 파도가 강하게 와 닿는 얕은 곳이다. 이런 곳에선 생물에 미치는 파도의 영향이 강해 초식동물의 섭식이 억제되거나 부착생물이 기질로부터 떨어져 나가기도 하며, 기질을 반전 또는 충돌시켜 나면(裸面)을 만들기도 한다. 이와 같은 파랑에 의한 교란은 암초생태계에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으며 갯녹음의 한 원인이 되기도 한다.

태풍이나 폭풍의 내습에 의해 발생하는 갯녹음은 우리나라 연안에서도 가끔 볼 수 있다. 매년 8, 9월 동해안에 내습하는 태풍으로 다시마 등 대형갈조류의 줄기가 끊어지거나 덩어리 상태의 섬유상근이 기질로부터 탈락하여 해변에 밀려와 쌓이거나 떠다니는 것이 그 예다.

화학적 요인
갯녹음은 담수의 대량유입에 따라 저염분해수가 얕은 곳에 장시간 머물면서 표층수와 저층수의 밀도차이를 만들어 염분약층이 나타나고 이로 인해 얕은 곳의 해조류가 영향을 받아 일어나거나, 장기간의 가뭄현상으로 조수웅덩이(Tide-pool) 등의 염분농도가 국지적으로 높아짐으로써 나타나기도 한다.

해조류의 광합성에 필요한 영양염류가 부족해져 생리적 약화를 가져와 나타나는 갯녹음도 있다. 이는 엘니뇨 발생으로 표면수의 온도가 과도하게 상승하고 이로 인해 저층수와의 혼합이 이뤄지지 않아 나타나는 현상인 수온약층에 수반되는 영양염약층에 의한 것이다.

연안역의 오염물질이나 해조류의 발아 및 발육에 영향을 미치는 중금속 등 성장저해물질의 유입에 따라 갯녹음이 나타나기도 하며 이는 주로 항만이나 조선소 인근의 방파제 등에서 볼 수 있다.

생물학적 요인
생물학적 요인엔 초식동물에 의한 식해와 산호조에 의한 착생저해를 들 수 있다.

식해의 경우 주로 성게 등 초식동물의 생태를 연구하는 이들에 의해 제기되는 것으로 이와 관련한 연구는 성게에 의한 해조류의 풍도 및 밀도제어를 다룬 연구가 주를 이룬다. 미국 캘리포니아연안에서 거대 갈조류가 연간 약 10만 톤, 금액으로 100만 달러라는 생산량을 나타냈으나 보라성게에 의한 식해(食害)로 매년 격감하여 현재는 완전히 불모의 바다로 변해 사회문제가 됐다는 연구보고도 있다.

성게와 갯녹음과의 관계를 연구한 이들은 △성게가 닭새우나 수달에 의해 포식돼 감소한 경우 △성게의 식성이 규조류나 멍게류로 바뀐 경우 △질병에 의해 대량 폐사한 경우에 파괴된 해조군락의 회복이 나타났다는 점을 들어 성게류의 식해가 갯녹음의 원인이라고 설명했다.

산호조류에 의한 착생저해는 산호조의 표층박리에 의한 것과, 살아 있는 산호조 위에서 다시마 등 다른 해조류의 착생, 발아가 늦어지거나 불가능한 상태가 되는 것으로 산호조류가 어떠한 형태로든 타 해조를 배제하거나 발육을 억제한다고 보는 학설이다.

갯녹음은 한대부터 아열대에 위치하고 있는 많은 나라들에서 보편적으로 발생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노르웨이의 경우 1983년부터 성게가 해조류를 대량 섭식함으로써 나타났던 사막화 현상(sea-urchin barren)이 보고됐으며, 스페인에서도 비슷한 보고가 나왔다. 미국의 경우 캘리포니아주 전역의 1500km에 걸쳐 켈프숲이 쇠퇴했고, 미국 메인주에서 캐나다 센트로렌스만과 뉴펀들랜드에 이르는 2000km의 해안에 발생한 광대한 갯녹음이 바닷가재 어업에 영향을 미치는 등 수산·해양학적으로 큰 문제를 일으켰다. 이외에도 캄차카반도나 아프리카 남단을 비롯해 △북서부 △카리브해 △호주 △뉴질랜드 등 남반구와 북반구의 여러 나라에서 바다의 사막화 현상이 지속적으로 보고되고 있다.

풀이 돋아나지 않는 초원에서 동물이 살아갈 수 없는 것과 마찬가지로 바닷가에 해초가 없다면 그곳을 기반으로 살아가는 어패류 등의 해양생물들은 서식처와 새끼를 양육할 곳을 잃어버리게 된다. 이는 곧 연안자원의 고갈과 함께 수산업 쇠퇴를 초래하며, 결국 바다가 황폐화되는 결과를 가져온다. 갯녹음은 어민들의 삶의 터전 자체가 송두리째 사라질 수 있다는 점에서 적조현상보다 더 심각한 바다의 재앙이 될 수 있음을 기억해야 한다.

| 김남길 경상대 교수 · 해양생명과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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