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 안암총학의 한대련 가입 제안에 대해 두 설문조사가 발표됐다. 안암총학과 고대신문에서 각각 실시한 조사였다. 그런데 이 두 조사는 한 주제를 다뤘는데 그 결과는 상이하게 달랐다. 안암총학 자체에서 한 설문에서 답변자의 85%가 대학생 대표 단체가 필요하다고 했고, 66%가 한대련 가입에 동의했다. 그러나 고대신문이 실시한 설문에서는 77%가 총학의 한대련 가입제안 자체를 몰랐고, 20%는 가입에 반대했다. 오직 3%만이 가입에 찬성했다. 물론 두 조사의 표본,질문 등은 달라 절대적으로 비교할 사항은 아니다. 그러나 하나의 주제로 한 설문에서 이토록 다른 결과가 나왔다는 건 확실히 문제가 있다.

고대신문에 따르면 안암총학은 “(한대련을 모르는 학생에게는) 설문을 할 때 한대련과 관련한 연합 및 연대의 중요성 등을 알리고 설문을 받았다”고 한다. 이 말인 즉, 안암총학은 한대련을 모르는 학생에게 한대련을 설명한 후 그에 대한 의견을 들었다. 여기에 문제가 있다. 한대련에 가입할 것을 제안한 안암총학은 아마 학생들에게 한대련의 긍정적인 면을 주로 설명했을 텐데, 그를 들은 답변자가 바로 한대련에 부정적인 답을 하기는 쉽지 않다. 커뮤니케이션 이론 ‘침묵의 나선이론’에 따르면 사람들은 자신의 의견이 주류가 아니라고 생각하면 침묵해버린다. 그러면 처음 제시된 의견이 완전한 주류의견이 되고 나머지 사람들은 거기에 동조하는 듯 여론이 형성된다. 질문자가 먼저 중립적이지 않은 설명을 한 후에 답변을 요구했을 땐 답변자는 비록 자신은 다르게 생각하더라도 질문자의 의견대로 답할 가능성이 크다. 그러므로 안암총학의 설문은 신뢰할 수 없다.

또한 두 설문조사의 표본을 신뢰할 수 없다. 안암총학은 3월 17일부터 15일간 본교생 1700명을 대상으로 캠퍼스 곳곳에서 진행했다고 밝혔다. 고대신문은 3월 25일부터 3일간 본교생 458명을 대상으로 오프라인 설문조사를 실시했다고 밝혔다. 그런데 둘 다 어떤 장소에서 누구에게 어떤 질문을 했는지는 구체적으로 알 수 없다. 설문조사의 신뢰도도 제시하지 않았다. 하나의 사건에 대해 성별, 나이, 거주지, 전공, 생활수준 등에 따라 입장은 상이하다. 물론 학생들이 하는 설문조사다보니 과학적인 신뢰도를 제시하거나 공정한 표본을 뽑긴 어려웠을 것이다. 그러나 학생회의 큰 결정을 앞둔 설문인 만큼 최소한 이공계와 인문계 학생의 비율, 남녀학생 비율, 학년비율 정도는 맞춰서 설문을 했어야 한다. 하지만 둘 다 이런 사실은 제시해주지 않았다. 솔직히 둘 다 자기 집단과 같은 의견을 가진 학생들에게만 설문을 해 제시했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학생들을 대표하는 학생회의 미래가 달린 중요한 결정이다. 그런 만큼 객관적 자료, 합리적 의견 수렴이 필요하다. 안암총학은 그저 한대련 가입에 급급하여 학생들의 의견을 왜곡하거나 부풀리지 말라. 고대신문은 고대를 대표하는 언론답게 한 줄 기사를 쓸 때도 객관적 자료를 제시하라. 우리 대학생들이 기성 언론, 정치의 잘못을 그대로 따라하고 있는 것 같아 안타깝다.

김유림 문과대 국어국문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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