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강의(이하 영강) 의무화는 이제 대학 경쟁력을 위한 필요조건이 됐다. 본교는 지난 2004년도부터 영강 의무화를 시작해 5과목 이상(경영대학 10과목 이상)의 영강을 수강한 학생들에게만 졸업자격을 부여한다. 본교뿐만 아니라 △서울대 △한양대 △서강대 등도 영강 의무 수강을 규정하고 있으며, 카이스트는 모든 강의를 영강으로 진행하고 있다. 본교 학적수업팀 직원 김귀숙 씨는 “영강 증설과 의무화 정책은 학교의 국제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방침”이라 말했다.

그런데 최근 안암총학생회(회장=정태호․정경대 행정05, 이하 안암총학)가 영어 의무화 반대 입장을 밝혀 논란이 되고 있다. 안암총학 측은 “영강 수강은 의무화할 것이 아니라 아닌 학생 개개인의 선택에 맡겨야 할 문제”라고 주장했다.

전공과목도 영강으로?
영강 의무화로 대부분의 학과가 외국어강의 의무대상 학과로 지정되면서 전공과목 중 영강의 비율도 점차 높아지는 추세다. 이에 영강으로 진행되는 전공과목의 경우 전공 이해도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유지영 안암총학 교육국장은 “모든 학생들이 학문을 영어로 들을 수준이 갖춰지지 않았는데 전공까지 영강 의무화를 강요한다면 전공 이해도가 낮아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언론학부(학부장=최현철·언론학부)의 경우, 학생회 차원에서 의무 수강해야 하는 영강 수를 3개로 축소하겠다는 공약을 내걸고 현재 이를 추진 중이다. 이자민 언론학부 학생회장은 “영어 강의가 이뤄질 경우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는 과목도 있지만 오히려 이해도가 낮아져 문제가 되는 경우도 많다”며 “영강에 관한 설문을 작성해 교수님과 학우들의 의견을 물어 학생회의 전체 입장을 수렴한 뒤 학부장님과 지속적으로 논의할 계획”이라 말했다.

하지만 학교 측은 언론학부 학생회의 전공 영강 비율 축소 요구에 대해 ‘본교에 개설하는 영강 교과목은 교육의 국제화를 위해 최대한 외국어강의로 개설하도록 노력해야 한다는 강의원칙에 준해 개설하고 있기 때문에 전공과목의 영강 교육을 줄이기는 어렵다’는 입장을 밝힌 상태다.

영강 의무화, 대안은?
영강 의무화에 대한 학생들의 불만을 어떻게 해결할 지에 대해선 아직까지 구체적으로 논의된 적이 없다. 안암총학은 대안 마련을 위해 영강의무화에 대한 본교생의 아이디어를 공모 중이다. 유지영 안암총학 교육국장은 “영강을 듣고 있는 학생들의 의견이야말로 현실적인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이라며 “여러 의견들을 종합해 정책에 반영하겠다”고 말했다.

안암총학은 영강 의무화에 대한 예시 대안으로 전공과목을 한국어강의, 영강 두 가지 모두를 개설하는 안을 내놓았다. 본교에서 영강 비율이 높은 △경영학과(54.8%) △경제학과(34%)는 대부분의 과목을 한국어강의, 영강 두 가지로 개설하고 있다. 경영대학(학장=장하성․경영대 경영학과, 이하 경영대) 학사지원부 관계자는 “경영대는 경영인증에서 요구하는 비율을 맞추기 위해 영강 비율이 높은 편이지만 학생들의 선택권을 확보해주기 위해 대부분의 강의를 영강과 한국어강의 두 가지 종류로 개설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학교 측은 이런 대안이 모든 과에 적용되기는 어렵다는 입장이다. 본교 학적수업지원팀 유신열 과장은 “한 강의를 두 가지 언어 모두로 개설하려면 수업에 대한 수요가 그만큼 충족돼야 한다”며 “그렇지만 학과 인원이 적을 경우 재정상, 운영 방법상 현실적으로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대부분의 대학들은 영강 의무화에 대한 보완책으로 학생들에게 교육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현재 본교는 영강을 처음 듣거나 자신 없는 학생들에게 영강의 스킬과 팁을 안내하는 준비과정을 매 학기 개강 전 진행하고 있다. 또한 영어 강의 튜터링인 EMC skill tutoring제도도 운영 중이다.

하지만 대학이 제공하는 영강 지원책은 학생들에게 실질적으로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한계를 보인다. 안암총학 측은 “튜터링 제도는 영강 수강에 도움은 되겠지만 대다수의 학우가 혜택을 받는 수준은 아니며, 학문을 영어로 수강할 수 있는 근본적 영어 실력이 부족한 학우들은 여전히 어려움이 있을 것”이라며 “임시적인 방법이 아닌 현실적인 방법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영강 의무화 논란과 관련해 본교 신현석(사범대 교육학과)교수는 “영어교육강화는 기본적으로 학생의 실력과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현재의 어려움이 있어도 필요한 것”이라며 “영강의 목적을 생각하고, 학생의 문제제기가 있다면 학교와 함께 보완, 수정해나가는 방향으로 가는 것이 필요할 것”이라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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