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김은미 기자)
자신의 경험을 온전히 후배의 인생설계에 바치고 싶어 하는 교수가 있다. 매주 목요일마다 본교 경력개발센터에서 취업상담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는 이국헌(경상대학 경영학부)교수다.

이국헌 교수는 30분의 상담시간동안 상담자에게 맞는 직업부터 그 꿈을 이루기 위해 해야 할 일들까지 명쾌하게 알려주기로 유명하다. 이 교수는 30여 년간 금융업계에 종사했고 그 중 15년간은 인사부장으로 활동했다. 그 경험을 바탕으로 지난 2002년 교수가 되자마자 학생들과의 취업상담에 나섰다. “학생들이 취업에 대해 너무 힘들어 하는 게 답답했어요. 그래서 내가 갖고 있는 모든 경험을 후배들에게 알려주기로 결심했죠”

지난해부턴 더 많은 학생들에게 전문적으로 도움을 주고 싶은 마음에 취업상담프로그램을 직접 개설했다.
이 교수를 찾는 대다수의 학생들은 ‘원하는 꿈이 뭔지 모르겠다’는 고민을 털어놓는다고 한다. “많은 학생들이 자신의 적성과 무관하게 수능 점수나 부모의 의견에 따라 학과를 선택하고 있어요. 적성에 안 맞아 제1전공을 망치고, 학점이 안 좋아 이중전공 신청에서도 떨어져 원하는 진로에서 멀어지게 되죠”

이 교수는 전공을 선택하기 전 지도교수와 상담할 것을 학생들에게 권하고 있다. “1학년 때 교수님과의 상담을 거쳐 최종 목표 직업을 정하고 그에 따라 제1전공 및 이중전공, 활동 동아리 선택 등 대학생활의 전체적 방향을 설정해야 해요. 방향이 있으면 자신감이 생기고 가능성도 열려요”

적성과 맞지 않는 전공 때문에 고민인 학생들에겐 이미 배운 전공을 묵히지 않으면서 다른 직종을 선택할 수 있도록 방향을 제시한다. “지금 내가 무엇을 전공하고 있느냐가 중요한 게 아녜요. 현재 전공에 불문하고 최종직업에 따라 인접과목을 선택해 수강해야 합니다. 제2전공제도 등을 이용하면 제1전공과 연계시켜 충분히 필요한 공부를 할 수 있어요. 제1전공의 실패로 제2전공신청도 실패하면 일반 수강이나 청강을 하세요. 성적증명서엔 배운 과목이 기입돼있어요. 면접관에게 이를 보여주며 자신이 배웠다는 사실을 충분히 증명할 수 있습니다” 

학생들의 직업선택에 부모가 개입하는 것에 대한 생각을 묻자 이 교수는 단호한 입장을 보였다. “부모의 개입은 직업선택에 도움이 안돼요. 가라고 하는 것과 가야 하는 것은 별개입니다. 부모님 세대는 한 세대 전 사람이기 때문에 현대를 몰라요. 그 세대가 경험했던 것은 지금의 상황에 맞지 않을 가능성이 더 큽니다. 물론 자신이 좋아하는 일에 대해 부모와 상담해야 하지만 선택의 몫은 자기 자신에게 있습니다. 마찰이 생긴다면 ‘최종통보’라도 해서 자신이 하고자 하는 일을 하도록 하세요”

한편, 이 교수는 최근 취업 스펙에 지나치게 열을 올리는 학생들에겐 ‘학부과정에서 갖출 수 있는 기본 스펙만을 갖추라’고 조언했다. “스펙은 평생 동안 키워나가는 겁니다. 학부 4년이란 시간동안 스펙을 완벽하게 갖추는 것엔 한계가 있어요. 또한 너무 무리한 스펙은 오히려 약점이 될 수 있어요. 화려한 스펙의 이면엔 정작 더 중요한 것들이 없을 수 있죠. 이젠 자격증의 시대가 아닌 실력의 시대에요. 스펙이 아닌 실력으로 보여줘야 해요”

이 교수를 찾아오는 학생들에게 주어진 상담시간은 30분이지만, 상담은 그것으로 끝나지 않는다. 이 교수는 상담이 끝날 때 바로 다음 상담을 약속해 지속적인 관계를 유지한다. “학생들이 자신이 원하는 일을 찾아갈 때 큰 보람을 느껴요. 학생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시간을 갖는다는 게 너무나 즐겁습니다. 취업상담 기회는 항상 열려있으니 혼자 고민하지 말고 찾아오세요(웃음)”

인터뷰가 끝난 저녁 8시, 그는 상담을 받으러 왔던 학생들과 저녁 식사를 하러 가야 한다며 가벼운 발걸음을 재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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