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로 프로야구 전 경기 중계방송이 2년째를 맞이했다. 스포츠 전문 채널이 등장하고, 안방에서 야구를 접하고자 하는 팬들의 수요가 늘어나면서 작년부터 한국 프로야구의 모든 경기를 브라운관에서 지켜볼 수 있게 되었다. 현재 중계방송을 하고 있는 방송사는 총 4곳.  다채널 중계시대에 접어들면서 각 방송사 간의 경쟁도 치열해지고 있다. 조금이라도 자사의 시청률을 끌어올리기 위해 갖은 노력을 다한다. 해설위원의 선택도 절로 중요해졌다. 해설위원의 말 한마디에 브라운관을 통해 전해지는 경기의 질이 정해진다. 방송사는 가장 전문적인, 그리고 시청자들에게 접근하기 쉬운 해설자를 원하고 있다.

해설위원의 중요도가 어느 때보다 높은 요즘, SPORTS KU는 우리학교 출신 해설위원의 이야기를 듣는 시간을 마련했다. 첫 번째로 우리학교 법학과 출신 MBC 허구연(법학 72) 해설위원과의 만남이 있었다. 엘리트 야구인의 표본이라 할 수 있는 허구연 해설위원으로부터 해설, 스포츠와 학업의 관계에 관해 이야기를 들었다. 이하의 글은 5월 21일 허구연 해설 위원이 대표로 있는 KSN(Korea Sports Network)의 사무실에서 행한 인터뷰다. 분량상 모든 내용을 실지는 못했음을 양해바란다.

#1.지나왔던 고려대학교

바로 어제 MBC ‘무릎팍 도사’에 출연해 많은 말씀을 해주셨습니다. 저희는 고려대학교를 선택하신 이유에 대해서도 듣고 싶습니다.
고등학교 1학년 때, 경남고등학교가 황금사자기 우승을 했어요. 1학년 때부터 6번 타자를 맡으면서 굉장히 잘 쳤고, 그 때부터 고려대랑 연세대에서 얘기가 있었죠. 그 때 고려대로 생각을 조금 했죠. 그런데 고등학교 졸업할 때 실업야구가 유행이었어요. 그런데 친구 한 명이 갈 때가 없었어요. 실업야구 상업은행에 경남고 출신 장태영 감독님이 계셨는데, 그 분이 친구 한 명을 받아주겠다 해서 상업은행에 갔죠. 상업은행에서 1년 하고, 고려대로 대학을 간거죠. 은행에선 안 놔줄려고 시험을 못 치게 했어요. 그래도 뛰쳐나온거죠. 학교에서도 깜짝 놀랬지요. 공부해서 시험쳐서 법대로 들어갔으니까요. 학교가 뒤집어 졌어요.

학교 생활은 어떠셨나요
그 때 ‘사법고시를 한 번 합격하고, 그래도 내가 좋아하는 야구를 한다.’ 이런 생각을 했는데 좀 힘들었죠. 합숙이 너무 많아가지고. 그래서 운동하고 공부하고 했는데, 연습 마치면 도서관가서 공부를 하니까 일반 학생들이 학을 띄었죠. ‘무릎팍 도사’엔 자랑을 다 못했지만 여학생들한테도 진짜 인기가 많았어요. 이화여대에서만 7개과에서 팬클럽이 있었으니까요. 백마탄 왕자님으로 소문이 났더라고요. 공부는, 내가 ‘무엇에 대해 논하시오’ 하는 문제들에 답안을 다 적어냈으니까, 법대 교수님들이 굉장히 좋아했어요. 졸업을 하고 한일은행에서 실업야구를 하다가, 국가대표를 하고 다쳤죠. 그게 76년인데, 다치니까 할 게 없어서 병원에서 공부하고 책보고 영어공부를 했죠. 이러다가 시험을 한 번 쳐볼까 해서 고려대 법대 대학원에 시험을 친 거에요. 이제 학교가 정말로 뒤집어 진거지요.

그런데 어떻게 해설계로 들어오시게 된 건가요
법대에서 상법을 전공하고, 강의를 한 2년 했죠. 그 때 프로야구가 출범한 거예요. 방송사에서 해설자를 해달라고 해서 망설였죠. 전임이 될 자격이 있었으니까. 그런데 내가 해설하겠다 해서 해설자가 되었고, 지금까지 온거죠.

정기 고연전에 관해 기억나는 것들이 있나요
많죠. 한 장면 한 장면이 다 기억이 남아요. 내가 73, 74년만 고연전을 했어요. 나라 상황이 안 좋아서 두 번 밖에 못했는데 두 번 다 이겼어요. 우리가 전력이 그렇게 강하지 않았는데 다 이겼어요. 준비도 많이 했었고. 그 때 후배들이 지금도 그래요. “아, 행님, 벌써 행님이 전력분석하고 일로 옮겨라 어떻게 하라, 어찌 그런 걸 다 했느냐” 그래요. 타순 나오면 사인 내서 이쪽 가있어라 저쪽 가있어라 그랬죠. 긴장도 안하고 너무 재밌게 했어요.

그 때도 역시 팀에서 가장 잘 치셨나요
그렇죠. 내가 3, 4번 쳤으니까. 내가 그 때 걸음이 굉장히 빨랐어요. 안타쳐서 나가면 도루를 하고 그랬는데. 그래서 연세대 애들이 그랬데요. “허구연이 쟤 다리나 부서져 버리라고.” 우리 친구들이 그러더라고요. 내가 살아나가서 뛰고 그러니까 그랬나봐요. 그래서 내가 “너네가 다리 부러지라고 해서 내가 다리 부러졌잖아. 채플 시간에 매일 기도했냐.” 그랬죠. 연세대 애들 눈에는 내가 가시였죠. 지금도 연세대 출신들은 내가 살아나가서 뛰고 그러니까 너무 싫었다고 얘기해요.

#2.공부하는 운동선수
요즘 들어서 선수들이 공부하면서 운동해야 한다는 말이 나옵니다. 그러나 오히려 좁은 프로 진출 기회 등으로 인해 공부하기기 힘든 상황입니다.

공부를 하려면 초등학교 때부터 해야 하는데, 초중고 안 해놓고 대학가서 하라면 안되죠. 지금 스포츠 쪽 교육시스템이 잘못되어 있는거에요. 특별 활동을 하듯이 운동을 하다가 잘 하면 선수를 해야 하는데, 우리는 어릴 때부터 학업을 전폐하고 운동에 올인을 하고 그러잖아요. 그러면 안되는 거죠. 지금 애들한테 대학서 공부하라고 하면 무리죠. 기초를 알아야 수업을 듣는건데, 초중고 때 수업을 듣지 않았느데 지금 들으라 하면 안되는거죠. 근본적으로는 어릴 때부터 운동하면서 공부하는 시스템을 만들어 줘야죠. 나는 고등학교에 대해서 상당히 고맙게 생각해요. 경남중학교, 경남고등학교가 공부를 다 시켰어요. 그리고 나보다 공부 잘하는 사람이 훨씬 많았어요. 선배들 중에는 야구 잘하면서도 연세대 의대 시험쳐서 들어간 사람도 있고, 서울대 농대 정도는 가볍게 들어갔죠.

축구의 경우 초중고 리그에서 주말에만 경기를 하고 있습니다. 야구도 그렇게 되야 할까요
앞으로 그렇게 가야죠. 야구 종목만이 아니라 교육과학기술부에서 그렇게 지침을 내려야죠. 경기력 향상이나 엘리트 스포츠가 좀 위축될지 모르지만 그래도 교육과학기술부에서 제도를 마련해야 어느 정도 해결이 될거에요. 대학에 와선 공부를 하면서 해야죠. 이상적으로 다 할 순 없지만 되도록 다 해야죠. 뉴욕 양키스의 마이크 무시나나 숀 그린, 이런 선수들은 다 스탠포드 나왔잖아요. 그래도 다 메이저리그에서 뛰고 하거든요.

#3.고려대학교와 대학 야구의 미래
최근에는 대학교가 고등학교 졸업 후 지명을 받지 못해서 입학하는 곳이란 인식이 생기고 있습니다. 이러한 인식에서 벗어나 대학야구가 발전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대학야구는 프로랑 싸울 필요가 없어요. 대학을 나와야겠다면면 대학에 진학하면 되고, 스타 플레이어 되고 싶으면 프로에 진출하면 되는거죠. 대학에 진학하여 공부를 하면서 소양 갖추는 쪽으로 바뀌어야지 대학이 프로화 되니까 어려운거죠. 대학 4년, 군대 2년 총 6년 동안 제대로 활동을 못하니까 대학을 기피하는거겠죠. 혹시나 병역이 의무가 아니게 된다면 다시 대학을 가려는 선수들이 많아지겠죠. 그러나 가장 이상적인건 대학에 진학하여 졸업 하고 프로 선수가 되는 거에요. 대학을 거친 선수들도 잘하고 있어요.

실력과 동시에 공부를 많이 하는 것이 중요하단 말씀이시죠
그렇죠. 수업을 듣고 교육을 시키는 것이 중요해요. 내가 후배들한테 자주하는 말이 있어요. ‘고대정도 나오면 좀 달라야 한다’ ‘다른 대학이랑 달라야 고대다’라는 말이에요. 프라이드를 가지고 공부도 해야죠. 사실 한국 스포츠는 고려대, 연세대가 이끌어왔어요. 그렇기 때문에 이제 앞으로의 방향을 제시하고 롤모델이 되야죠. 그것이 한국 체육을 이끄는 대학교의 모습이라고 할 수 있죠. 사실 해설위원에도 고려대 출신이 많잖아요. 그냥 되는게 아니거든요. 고려대는 확실히 다른 학교에요. 선수들이 소양을 갖출 수 있도록 하고, 내실을 다지면서 공부를 해야 진정한 대학 선수라고 할 수 있죠. 그리고 일반 학생들하고도 어울리면서 사회성도 키울 수 있어야 해요.
 
이번에 SPORTS KU에서 ‘어울림’(5월30일)이란 행사를 기획했습니다. 야구부 선수들이 일반 학생들에게 코칭해주는 행사입니다.
그런 장이 필요해요. 상당히 좋네요. 그런 것을 자꾸 시도해야돼요. 시간이 제법 걸리더라도 해야 되는거에요. 단순히 공부를 잘하고 못하고가 중요한 게 아니라 기본적인 소양을 쌓고, 수업을 들어가야죠. 그리고 수업이 끝나고서 다른 학생들하고 같이 어울리는 게 정말 필요해요. 여름이 되면 캠핑도 가고, 수업 끝나면 술도 한잔 같이 하고 이렇게 되야 되는거지. 사실 경남고등학교, 고려대학교 동문들에게 정말 고마워요. 야구를 잘해서기도 하지만 같이 공부했던 동문들이 정말 좋아해주거든요. 운동만 하는게 아니라 다른 학생들하고 함께 할 수 있다는게 중요해요.

약속시간을 넘겨가면서까지 이루어진 인터뷰는 허구연 위원의 야구 인생, 해설론을 거쳐 어떻게 살아야 할 것인가 하는 철학적 물음에 까지 이어졌다. 고려대생만이 가질 수 있는 자부심, 그 속에서 얻을 수 있는 삶의 가치들을 알 수 있는 시간이었다.

P.S.  시즌 중이라 매우 바쁘신 중에도 시간 내주신 허구연 선배님께 다시 한 번 감사의 말씀드립니다.

저작권자 © 고대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