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의 중앙역은 단순한 역이 아니다. 근대 건축에서 기차역은 한 나라에 새로운 기능을 불러와 교통수단뿐만 아니라 산업구조 전반에 영향을 끼친 중요한 건축물이었다. 공공적 성격을 지닌 공간으로서 한 도시의 문화적 가치를 담은 귀중한 공간이기도 했다.

(사진=한상우 기자)

1925년 9월에 지어진 구 서울역사는 당시 가장 빠른 교통 기능을 수행하며 서울의 근대화를 가져온 관문 역할을 했다. 일제강점기 수탈의 대표적 전진기지로 일본 제국주의의 상징이 되기도 했지만 서울역사가 불러온 근대 건축양식은 서울을 근대화된 모습으로 변화시키는데 크게 일조했다.

구 서울역사는 서구의 건축양식이 일본을 통해 우리나라에 이입되는 과정을 보여준다. 구 서울역사를 설계한 쓰카모토 야스시는 한국은행 본관을 건축한 다쯔노 깅고의 제자로, 깅고가 설계한 동경역사를 참조해 구 서울역사를 디자인했다. 본교 김현섭(공과대학 건축학과) 교수는 “일각에선 일제에 의해 근대건축양식이 도입된 점을 비판하기도 하지만, 구 서울역사는 1920년대 우리나라 근대 건축물의 중심으로서 기념비적인 가치를 지닌다”고 설명했다.

구 서울역사엔 르네상스 건축양식과 근대적 건축양식이 혼재돼 있다. 전체적인 모습은 르네상스 건축양식 특유의 엄격한 좌우대칭에 따라 중앙 돔을 중심으로 대칭을 이루고 있다. 하지만 궁륭 사이에 돔을 끼워 넣은 느낌의 르네상스 건축양식과 달리 서울역의 돔은 그 위치를 의도적으로 아래의 궁륭(그림참조) 보다 높여 좌우의 첨탑과 높이를 맞췄다. 또한 근대적 재료인 철골철근콘크리트로 구조체를 만드는 등 근대적 건축요소를 적절히 적용했다는 평을 받는다.

이제 구 서울역사가 갖던 기차역으로서의 기능은 지난 2004년 개통된 KTX 신역사로 옮겨갔다. 새로운 KTX 서울역사는 첨단 구조물과 반사유리 및 대형공간을 특징으로 하는 하이테크 양식으로 지어졌다. 그러나 서울을 상징하는 건축물로서 공간적 위상을 가진 구 서울역사와 달리 신 서울역사는 수도의 중심역이란 랜드마크적 특징이 없다. 역 주변에 유사한 종류의 건축물이 많은데다가 같은 양식으로 지어진 △용산역 △광명역 △부산역 등과 별다른 차이가 없다.

(사진=한상우 기자)
건축적인 면 외에 서울역사의 기능적 중요성도 과거와 크게 달라졌다. 구 서울역사는 중요한 건축사적 가치를 지닐 뿐만 아니라 이촌향도와 귀성행렬의 중심지 역할까지 수행했다. 반면, 신 서울역사는 현대사회 교통편의 다변화로 이용 수와 이용객 수 자체가 절대적으로 줄어들어 과거와 같은 위신을 잃었다.

지난 26일(수) 문화체육관광부는 구 서울역사를 복합문화공간으로 조성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이는 2004년 이후 방치됐던 구 서울역사의 원형을 복원하면서 신 역사가 갖추지 못한 문화 공간의 중심 기능을 보완한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이에 대해 김 교수는 “서울역사가 그동안 수많은 역사를 간직해왔는데 이러한 손 때묻은 역사가 지워지지 않고 남아있으면서도 현대사회와 교감할 수 있는 삶의 편의 공간을 조성한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평가한다”며 “광장과 건물의 연계, 내부와 외부 공간과의 연계도 잘 이뤄져 문화의 연결점이 되는 곳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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