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이정민

전화위복(轉禍爲福)
지난 4년간 농구에서만큼은 ‘연세는 없었다.’ 하지만 2009년. 상황은 좋지 않다. 연세는 우리보다 한발자국 아니 서너 발자국은 앞서 준비했다. 그러나 정기전의 매력은 ‘예외성’에 있다. 준비하지 못한 ‘화’를 ‘복’으로 만드는 것은 다름 아닌 선수들이다.

신은 우리에게 5연승을 허락할 것인가
작년 이맘때, 우리는 농구부의 정기전 4연승을 설마설마하는 심정으로 바라보았다. 지난 40년 정기전 역사 동안 우리학교는 농구에서 3연승 이상을 기록한 적이 없었기에 2008 정기전을 보는 붉은 색의 응원단은 경기종료 버저가 울릴 때까지 응원을 멈출 수 없었다.
그리고 1년이 지났다. 1년 동안 우리학교나 연세대나 많은 변화가 있었다. 먼저 우리학교는 사령탑 교체라는 승부수를 띄웠다. 현재 우리학교는 프로경험이 풍부한 이충희-강병수 체제의 과도기에 놓인 상태.

맞은편 연세대도 기량 상승이라는 결실을 만들어냈다. 에이스 박형철과 이정현(이상 연세대 06, F)이 코트를 휘젓고 김승원, 민성주, 장민국, 김민욱으로 이어지는 장신 센터진이 골밑을 장악하고 있다. 그들은 이미 상반기 두 대회에서 4강(4월 MBC배)과 준우승(6월 1차연맹전)이라는 호성적을 기록했다. '고대의 정기전 5연승‘만은 막겠다는 기세이다.

이제 5연승 달성과 저지를 놓고 벌이는 잠실벌 결투만이 기다리고 있다.

1개 대회 참가 그리고 턱없이 부족한 훈련량
올 8월까지 우리학교는 연세대에 전력을 노출하고 싶어도 노출할 수 없는 처지였다. 복잡한 내부사정으로 인해 단 한 개의 대회밖에 출전하지 못한 것이 그 이유이다. 작년 4월 MBC배에 출전하지 못해 규정상 올해에는 불참하였고, 6월 1차연맹전 또한 복잡한 내부사정으로 인해 참가하지 못했다. 그나마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출전한 것이 제주도에서 열린 7월 전국종별선수권 대회.

하지만 종별선수권에는 연세대가 출전하지 않아 전력상 직접 비교도 불가능한 상황이다. 명확하게 비교할 수 있는 것이라곤 두 팀 간의 현격한 훈련량 차이. 우리학교의 코치진도 이 점을 가장 아쉬워한다. 연세대는 작년부터 꾸준히 이어온 훈련덕분에 4쿼터 내내 풀코트 프레스를 펼쳐도 지치지 않는 체력을 자랑한다. 1차연맹전에서 보여준 압박 수비가 좋은 본보기.

하지만 우리학교는 전임 임정명 감독이 물러나고 이충희 감독대행이 들어오기까지 약 한 달여간 제대로 된 팀훈련을 소화하지 못했다. 게다가 기사마감일인 8월 23일 현재, 전지훈련 일정도 잡혀있지 않다. 이충희 감독대행도 “정기전 전에 전지훈련은 힘들 것 같다”고 귀띔했다. 전술 훈련은 둘째 치더라도 농구에서 가장 중요한 체력훈련을 소화하지 못한 점을 우리학교가 어떻게 극복할 것이냐가 정기전의 최대의 승부처가 될 전망이다.

인사이드에서 승부를 볼 것인가
작년 정기전에서 우리학교의 우세가 예상됐던 이유는 바로 인사이드, 즉 골밑에서 강점이 있었기 때문이다. 지금은 서울 SK 유니폼을 입고 있는 김동민(체교 05, C)과 하재필, 방경수(이상 체교 06, C)가 지키던 골밑은 그야말로 난공불락이었다. 하지만 김동민의 빈자리를 채워줄 빅맨이 없다는 점이 우리학교로서는 아쉬운 점이다.

반면 연세대는 빅맨을 보강, 골밑 장악에 한 발짝 다가섰다. 1, 2, 3학년으로 이루어진 김민욱-김승원-민성주 라인업은 작년 우리학교의 장신 센터진을 연상시킨다. 하지만 우리학교도 유성호와 김태홍(이상 체교 07, F), 노승준(체교 08, F)이 분전해 준다면 골밑 싸움은 쉽게 균형이 무너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결국 승부는 어느 팀이 더 많은 리바운드를 잡아낼 것이냐에 달렸다.

승부는 이미 결정났다? NO!
많은 이들은 벌써부터 연세대의 정기전 승리를 예상하고 있다. 대다수의 전문가들이 직접적으로 언급하고 있진 않지만, 연세대의 10점차 이상의 승리를 공공연히 예상하고 있는 것이 사실.

하지만 공은 둥글다. 연세대는 03학번 트리오 김태술-양희종-이광재 등 환상의 라인업을 갖추고도 05, 06년 정기전에서 내리 패한 경험이 있다. 이처럼 정기전 승부는 눈에 보이는 전력으로만 평가할 수 없다. 특히나 정기전 중에서 가장 많이 분위기를 탄다는 농구이기에 어떤 변수가 터질 지도 모를 일이다. 결국 어느 팀이 재빨리 분위기를 잡고 침착하게 경기를 리드할 것인가가 객관적 전력보다도 더 중요할 수 있다고 볼 수 있다.

지피지기면 백전백승!  연세대 1차연맹전 Review

중앙대가 불참했던 1차연맹전에서 연세대는 무적행진을 이어갔다. 1차연맹전은 ‘김만진표 농구’의 결정체였다. 어느새 4명의 센터들은 주축으로 성장해 4쿼터 내내 상대 골밑을 흔들어 놓았다. 이정현은 슛을 난사하는 경향이 짙었지만, 포스트의 우위가 구멍을 매워주고도 남을 정도였다.
하지만 연세대도 지친 탓이었을까. 대회 막판 건국대와 맞붙어 어렵사리 승을 거두더니 결국 경희대에 무릎을 꿇고 말았다. 두 경기의 공통점은 연세대의 포스트가 ‘궂은 플레이’를 남에게 떠넘기는 모습이 보였다는 점이다. 투지에 불타는 건국대는 신장 차이에도 불구하고 많은 리바운드를 따낼 수 있었다. 심지어 높이에서 밀리는 경희대는 연세대보다 9개나 많은 리바운드를 따내며 승리를 이뤄냈다.

사진 고봉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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