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Blacks라는 단어를 아시는가? 바로 유니폼이 모두 검은색인 뉴질랜드 국가대표 럭비팀의 애칭이다. 또한 세계최강인 뉴질랜드 럭비의 카리스마를 상징하기도 한다. 우리학교도 All Blacks에 버금가는 전성기를 구가할 때가 있었으니 바로 2000년대 초중반이다. 그 중에서도 가장 강력했던 2006년도에 럭비부를 이끌었던 연권우, 홍준기 선배를 만나보았다.

국군체육부대에서 홍준기(좌), 연권우(우)  <사진 고봉준>

2006년도의 럭비부
2006년도의 우리학교 럭비부의 1년동안의 전적은 전승이였다. 단 1패도 허용하지 않았다. 춘계리그 우승, 대통령기 우승, 정기전 역대 최다 점수차 우승, 전국대회 우승까지 모든 럭비대회를 휩쓸었고, 대학부를 넘어 종종 실업팀 형님들도 잡곤 했다. 그 당시의 4학년은 03학번이였고 그 당시의 주장은 연권우(LOCK)이다. “그때는 일단 멤버가 좋았어요. 좋은 선수는 전부 우리학교에 모여 있었죠. 그 해의 첫 대회였던 춘계리그에서 좋은 성과가 있었고 그 때문인지 자율적으로 운동을 했는데 그게 오히려 더 좋은 효과를 냈습니다.”라고 그 당시를 회상했다. 연권우가 Foward line을 책임졌다면, Backs line을 책임졌던 선수는 홍준기(S.O)다. 정교한 킥으로 공격의 물꼬를 트고, 종종 드롭킥도 성공시켰다.

맞수
그렇게 대학 럭비를 평정했던 선수에게도 맞수는 있었다. 연권우의 맞수는 신용철(연세대 03, LOCK)이다. “용철이는 일단 포지션에 맞게 신체조건(192cm, 105kg)이 좋아요. 어려서부터 유망주인데다가 저랑 포지션도 겹치고, 서로 주장이였거든요. 딱 저의 맞수죠.” 홍준기의 맞수는 윤태일(연세대 02, S.O). “태일이는 일단 저랑 같은 포지션이어서 국가대표팀에서 주전경쟁 상대에요. 장점도 명확해서 저는 킥과 패스, 태일이는 수비가 강해요. 사실 고연전에서는 제가 05년도 빼고 다 이겼는데 그래도 맞수라고 해 주죠 뭐.”

고려대학교의 추억
두 선수 모두 학교에서의 가장 큰 추억으로 송추에서의 포복을 꼽았다. “그게 아마 6년 전일 거에요. 비가 엄청 오는 날이었는데 코치님이 런닝을 시키시는 거에요. 그 때 4학년 선배들이 엄청 대충 뛰고 들어가서 샤워를 했어요. 저희는 그냥 형들 따라서 샤워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형들이 다 나오라는 거에요. 나가보니 코치님이 저희 몫 까지 하신다며 운동장의 진흙 밭에서 낮은 포복으로 기고 계셨어요. 코치님 뒤로 저희는 전부 낮은 포복을 한시간정도 했었어요. 그 때의 그 정신력으로 정기전에서 승리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그 말처럼 그 해 정기전은 마지막 킥 찬스를 놓치지 않고 19-18의 짜릿한 역전승을 일궈냈다.

주목 할 선수
이번 정기전에서 홍준기는 최민석(체교 08, LOCK)를, 연권우는 이용민(체교 06, S.O)을 꼽았다. 홍준기는 “대통령기 대회 때 플레이를 처음 봤는데 일단 체격(192cm, 120kg)이 좋고, 상대를 압도하는 힘이 돋보였다.” 라며 선정 이유를 밝혔고, 연권우는 “준기 형에 버금갈 정도의 킥 능력을 갖고 있다. 내가 한번에 받지 못한 킥은 용민이의 킥이 처음이였다. 긴장하지 말고 연습때의 킥 능력을 보여준다면 충분히 잘 할 수 있다.” 라며 후배를 격려했다.

후배들에게
홍준기 선수는 “라이벌 전이니 만큼 초반분위기가 중요하다. 첫 득점이 그만큼 중요해서 첫 단추만 잘 꿰면 충분히 해 볼만 하다.” 라며 후배들을 격려했다.
연권우 선수는 “경기하는 모습을 보니 너무 트라이 욕심이 많은 것 같다. 그리고 너무 스크럼을 고집하는 것 같다. 상대적으로 우리의 스크럼이 밀리는데 굳이 체력소모가 심한 스크럼을 고집할 필요가 없다. 어느 정도 가능성이 있는 자리에서는 킥을 시도하는 것이 좋다. 욕심부리지 말고 쉽게 쉽게 경기를 풀어가야 한다. 공격보다도 수비가 중요하며 쉽지 않겠지만 마음을 비우고 연습하던대로 한다면 좋은 결과가 있을 것이다.” 라는 날카로운 충고를 했다.
그들이 마지막으로 강조한 것은 믿음. “지금 우리학교를 보면 서로간의 믿음이 예전보다는 약해 보여요. 내가 해결하겠다. 누가 해 주겠지 가 아닌 나는 내 뒷 선수를 믿고 길을 터 주는 역할을 하겠다. 내 뒤에는 내 동료가 있다. 그들이 얼마든지 해낼 수 있다는 생각을 가져야 해요. 같은 팀을 믿지 못하면 좋은 경기가 나올 수 없어요.” 라며 믿음이야말로 최고의 팀워크를 만들어 낸다고 강조했다.
몸은 부대에 있지만 항상 모교를 응원하고 있다는 두 선배는 가능하면 정기전날에는 꼭 외박을 얻어 경기를 볼 생각이라고 했다. 우리학교의 전성기를 이끌었던 주역들이 이제는 대한민국 럭비의 전성기를 열 수 있을지 기대해본다.

홍준기의 정기전 Films
scene#1
2003년도 정기전. 모든 시간은 다 지나가고 주어진 시간은 없는 상황. 남은 것은 상대의 반칙으로 얻은 페널티 킥이다. 성공하면 1점 차 극적인 역전승, 실패하면 그대로 패배가 되는 상황이었다. 1학년이라 너무 부담이돼서 다리까지 풀렸던 홍선수는 선배에게 킥을 양보했고 다행히도 선배가 킥을 성공시켜서 첫 정기전에서 승리의 기쁨을 맛봤다.

scene#2
2004년도 정기전. 역전 찬스에서 홍준기 선수에게 페널티 킥이 주어졌다. 연습 때 자주 성공하던 곳이라 자신이 있었지만 실패. 정기전 패배의 역적으로 몰릴 뻔한 순간이였다. 나 때문에 다 졌다라고 생각 한 경기에서 종료 직전 왠지 여기서 차면 들어갈 것 같다는 느낌이 왔고, 모든 희망을 담아 시도한 드롭킥의 성공으로 16-13 역전승의 주역이 되었다.

scene#3
2005년도 정기전. 사실 고려대 All Blacks의 신화는 2005년부터 시작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스코어는 14-14. 또 드롭킥을 시도할려는 찰나, 자신있다고 말하는 동료의 말에 패스를 했지만 망설였기 때문이였을까? 애매한 속도의 패스가 나갔고 그것을 놓치지 않은 연세대 선수의 가로채기에 이은 단독 질주. 연세대쪽에선 환호와 우리학교쪽에서는 탄식이 나온 순간. 결국 14-21 역전패. 졌지만 허탈함에 헛웃음만 나온 순간이었다.

scene#4
2006년도 정기전. 작년 역전패의 상황을 곱씹으며 마지막은 웃겠다는 생각으로 경기장에 들어선다. 첫 번째 기회인 페널티 킥이 들어갔다. 또다시 찾아온 킥 찬스, 좀 멀다 싶었지만 침착하게 차니 또 성공. 결국 페널티 킥 4개, 드롭 킥 1개, 컨버전 킥 1개를 묶어서 팀의 27득점 중 17득점 성공. 이젠 웃으며 졸업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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