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연전의 계절이 왔다. 고대신문 지면 곳곳은 고연전을 소개하는 기사 일색이다. 이번 호 고대신문의 총 24면 중 17면이 고연전 관련 기사로 도배돼 있다. 고대를 다니는 대다수의 학생들에게 고연전은 학교 생활의 본질적인 부분으로 자리매김 하고 있다. 특히 새내기의 경우 각종 응원 OT와 고연전 본 경기를 포함하면 거의 9월 한 달을 고연전을 위해 보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이런 면에서 이번 호 고대신문이 고연전 특집 기사를 싣고, 2면을 들여 고연전의 기원에 대해서 상세히 설명하고 있다는 것은 바람직해 보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올해의 고연전 기사 역시 해마다 되풀이 되는 고연전 관련 기사의 재탕이라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해마다 반복되는 어떤 선수가 출전하고, 역대 전적은 어떠며, 전적상 누가 우위다 라는 카탈로그 식의 기사는 변함이 없었고, 고연전의 진정한 의미에 대한 비판적 성찰은 찾아보기 힘들었다. 언제 어떤 경기가 있고, 무슨 선수가 출전하는 지에 대한 설명이 있을 뿐이었다. 고연전에 대한 비판 여론은 4면 구석의 「안티 고연전, 고연전에 딴지를 걸다」라는 조그마한 박스 기사로 처리됐다.

고연전에 관련된 기사들을 보면 ‘고연전은 고대생과 연대생의 가장 큰 교류 축제’라는 인식을 바탕으로 하여 모든 기사가 구성돼 있으며, 왜 그런지, 그리고 이런 인식에 어떤 문제가 있는 지에 대한 기사는 작은 안티 고연전 기사를 제외하고는 찾아보기 힘들었다. 예컨대 기차놀이의의 경우 군부 독재 시절 반정부 시위를 하던 선배들을 주변 상인들이 숨겨주던 것에서 출발했음에도 불구하고, 오늘날엔 그저 ‘상점가에서 선배들과 주변 상인들이 한턱 내는 뒤풀이’로 여겨지고 있는데 이에 관한 기사는 고대 신문에서 찾아볼 수 없다. 특집기사가 17면에 달함에도 불구하고 고연전의 의미에 대한 성찰의 결핍과 역사적 계승에 대한 고찰의 부재가 아쉽기만 하다.

언론의 진정한 기능은 단순한 사실 보도에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론(論), 즉 기존의 주류적 가치에서 벗어난 시각을 끌어내고, 담론의 중심으로 배열함은 언론이 지녀야 할 사회적 책무다. 모두가 고연전에 들뜨고 즐기고 있을 때, 독자들에게 정말 고연전이 무엇인지에 대해 생각할 계기를 주는 것이 고대신문의 특집 기사가 해야 할 일이 아닐까.

유태양(법과대 법학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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