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고 싶은 일을 하며 즐겁고, 거기다 돈도 버는데 남도 돕는 일이 있을까? 사회복지, 간병, 가사 지원 등의 일반 사회적 기업을 넘어서 놀이로, 축제로, 공공 디자인으로 이윤을 창출하며 사회적 가치를 전달하는 문화예술분야의 사회적 기업이 있다. 이들은 소외계층의 문화향유권을 확대하고 문화예술계 청년들의 일자리 창출에 기여하고 있다. 지난 15일(화) 시민참여를 통해 새로운 문화환경을 조성하는 문화예술계 사회적 기업 ‘시민문화네트워크 (주)티팟’의 조주연 대표를 만났다.

(사진=한상우 기자)
문화를 디자인하다

‘티팟’은 문화를 핵심에 두고 시민과 문화기획자 간의 네트워크를 통해 문화공간을 활성시키는 공공 문화기업이다. 그 중에서도 ‘지역공동체의 문화를 디자인 하는 일’에 역점을 두고 있다. “문화를 디자인한다는 것은 눈에 보이고 손에 잡히는 구체적인 무언가를 만드는 일이죠. 일반 시민들은 누구나 문화를 소비하는 것을 당연히 여기는 반면 누구나 문화를 창작할 수 있단 건 인식하지 못하고 있어요. 우리는 어떻게 하면 일반 시민들이 일상생활 속에서 만드는 가치들을 모아 발현시킬까에 대해 연구합니다”

티팟은 보다 구체적이고 작은 단위의 지역을 범위로 그런 작업들을 이행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티팟이 말하는 지역은 핵심공간을 벗어난 주변공간이란 개념이 아니라 구체적으로 세세하게 볼 수 있는 범위의 지역을 말해요. 문화사업을 할 때 구체적인 대상을 알고 누구를 위해 무엇을 할 것인지, 적어도 이 지역 사람들이 좋아할 지 여부를 알 수 있을 만큼 소통이 잘 이뤄지는 지역문화공간을요”

그는 지역공간의 변화가 공동체 붕괴로 이뤄진 현대인의 결핍을 채워줄 수 있다고 말한다. “작은 지역일수록 사람들이 서로 알고 있는 것들을 공감하고 확장시키면서 공동체 내의 유대감을 만들기 쉬워요. 따라서 지역사업은 우리 사회가 변화될 수 있는 토대가 될 거예요. 어느 공간에서 어떤 문화 공동체를 만들 수 있을지 고민하고 기획하고 사업을 실행할 때 사회적으로도 큰 변화를 만들어낼 수 있으리라 믿어요”

사회적 가치를 함께할 인력을 양성하다

노동부가 인증한 사회적 기업의 조건 중 하나는 사회적 일자리를 창출하는 것이다. 티팟도 지난 4월 노동부의 사회적일자리창출사업에 참여해 40명의 인턴 직원을 채용했다. 이 중 절반은 소외계층에서 선발했다. “직원이 갑자기 53명이 됐어요. 적은 비용으로 1년이란 기간 동안 인턴 직원을 채용하는 문제도 있고, 인턴 관리로 진행 중인 사업에 부정적 영향을 끼칠 거란 기존 직원들의 우려도 많았죠. 하지만 강행했어요”

티팟이 인턴 직원 채용을 강행한 것은 그들에게 다양한 경험을 제공하자는 취지에서였다. “이 분야에 지원한 청년들 대부분이 인문학이나 예술 분야를 전공했는데 그 방면으론 취업을 할 수 있는 통로가 거의 없어요. 그 또래의 친구들은 프로젝트를 하든 인턴을 하든 문화계의 실제 경험을 가져야 하는데 그런 기회조차 갖지 못한다면 문화계 자원을 발굴할 인력은 생산되지 못하는 거죠. 이런 문제가 생기지 않도록 일자리 제공보단 하나의 인력을 양성한단 취지로 40명의 인턴을 뽑았어요”

지속 가능한 꿈을 꾸다

사회적 기업은 사회적 책임을 추구하는 동시에 이를 위한 수익을 창출하는 기업이다. 하지만 아직까지 이들은 일반 기업과 비교했을 때 기본적인 매출 규모와 경쟁구도를 갖추지 못했다. 이에 노동부는 인증된 사회적 기업에 보험료, 인건비 등의 지원을 해주고 있다. 티팟 또한 인건비의 50%를 지원받고 있다. 이에 대해 조 대표는 지원 자체보다 하고자 하는 일을 지속시킬 새로운 모델을 만들어내는 과정을 통해 사업을 성장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저는 인건비 지원이나 세금, 펀딩 등의 지원제도 자체를 신뢰하지 않습니다. 노동부의 인증은 원래부터 티팟이 추구하던 사회적 역할을 인증해 주는 계기가 됐고 그것으로도 충분한 의의를 줬어요. 지원이 충분한지, 인건비가 부족한지에 대핸 생각할 여유가 없습니다. 이런 인증 제도를 토대로 2,3년 안에 어떤 도약을 해나가는가가 더 중요한 일이죠”

그는 또한 문화예술계 사회적 기업이 대부분 용역기반사업이란 점을 지적하며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해선 자체적인 상품을 만들어야 한다고 했다. “문화예술계 사회적 기업은 용역에 바탕을 둔 기획 대행사업으로 기업 또는 지역자치단체 등의 단체와 큰 금액의 거래를 해요. 단기간의 성장엔 유리하지만 지속가능성이 그만큼 떨어진단 문제가 발생해요. 상품 하나를 만들면 지속적으로 부가 가치를 창출할 수 있지만 용역기반사업은 1대 1의 사업으로 끝나죠.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해선 자체적인 상품을 만들 필요가 있어요”

티팟은 용역구조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소비자를 직접 상대할 수 있는 자체적인 문화 콘텐츠 사업으로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지난 1월 카페 ‘벼레별씨’를 오픈했다. 이는 골목형 문화공간 사업의 일환이며, 앞으로 ‘벼레별씨’를 브랜드화해 서울뿐만 아니라 문화프로그램이 들어오기 어려운 지역에 또 다른 ‘벼레별씨’를 만들 계획이다.

문화예술계 사회적 기업의 전망에 대해 묻자 그는 말로 해봐야 아무 소용이 없다고 일축했다. “자신의 젊음을 쏟아 부을 수 있는 일이면서 사업 자체가 사회적으로 굉장히 중요한 일임은 이미 보여주고 있어요. 이젠 이러한 기업이 기존의 목표를 유지하며 어떤 역량을 갖춘 회사로 성장하는가를 보여줄 차례겠죠”

저작권자 © 고대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