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교는 지난 2004년부터 2개 이상의 학문분야를 융합해 학생들에게 폭 넓은 학문경험의 기회를 제공하자는 취지로 연계전공 제도를 도입했다. 이에 본지가 연계전공 제도의 현황과 전망에 대해 살펴봤다.

연계전공은 2개 이상의 단일전공에 속해 있는 전임교수 4명 이상이 최소 전공이수학점 이상의 교과목으로 교육과정을 구성하면 승인을 거쳐 개설된다. 현재 본교엔 17개의 연계전공이 개설돼 있으며, 평균적으로 4개의 전공을 통합해 운영하고 있다.

본교의 연계전공 지원자 수는 점차 늘어나고 있지만 대부분의 연계전공엔 아직까지 지원자 가 부족한 상황이다. 일부 전공은 지원자가 부족해 폐지되기도 했다. 식품생의학안전학과 산업디자인공학은 지난 2008년 2학기에 폐지됐고, 생물 및 의학물리학은 올해 1학기 지원자 수가 3명에 불과해 폐지하기로 했다. 지난 1학기에 지원을 받은 18개 연계전공 중 10개 전공에선 지원자 전원이 합격했다.

그나마 인기 있는 연계전공들은 취업이나 고시에 도움이 되는 것들이다. 지난 학기 지원자 수가 정원을 초과한 연계전공은 △금융공학 △PEL(Politics, Economics and Law) △패션디자인 및 머천다이징으로 각각 △1:1.88 △1:1.53 △1:1.79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현재 PEL을 이수 중인 김지섭(문과대 사회04) 씨는 “PEL 이수 학생 대부분이 로스쿨 진학을 염두에 두고 있다”고 말했다. 본교 학적·수업지원팀 조명원 과장은 “금융공학은 △수학 △경영학 △경제학 △통계학 등이 통합된 전공이라 취업에, 법과 행정은 법학과목과 행정과목이 대부분이라 고시에 유리하다고 판단해 학생들이 지원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독자적인 학문 영역 구축 필요해

연계전공이 이처럼 학생들의 큰 관심을 끌지 못하는 것에 대해 일각에선 본교가 아직 연계전공의 독자적 영역을 구축하지 못한 점을 원인으로 지적한다. 본교 17개 연계전공을 통틀어 2009년에 독립돼 나온 연계전공 과목은 1학기 10개, 2학기 12개다. 반면 16개 연계전공이 설치된 연세대엔 연계전공 독립 과목이 1학기 30개, 2학기 32개로 본교에 비해 2배 이상 많다. 현재 금융공학을 연계전공하고 있는 황인준(이과대 수학과07) 씨는 “연계전공으로서의 색깔이 뚜렷하기보단 경제학과 컴퓨터공학에 어중간하게 걸쳐 있다는 느낌이 든다”고 말했다. 본교 통신수학 연계전공을 담당하고 있는 최봉대(이과대 수학과) 교수는 “학과마다 사정은 다르겠지만 연계전공이 학부에서 본격적으로 시행된 지 얼마 되지 않아 커리큘럼이 부실한 면이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독자적인 영역을 구축하려면 학교 측의 적극적인 지원도 뒷받침돼야 한다. 지난해 연세대에서 인문학과 타 학문의 소통을 위해 구성된 인문학특성사업단에서 단장으로 활동한 이상룡(연세대 노어노문학과) 교수는 “연계전공의 교육과정을 지속적으로 연구, 개발할 수 있는 체계적이고 중추적인 지원시스템이 확보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행정적 측면 개선할 필요 있어

일부 학생들은 연계전공 이수생들의 수업권이 보장될 수 있도록 행정적인 문제를 해결해아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현재 연계전공 이수생들은 본과생보다 수강신청 후순위로 밀려있어 수강해야 하는 과목을 신청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특히 경영학과나 심리학과 등 학생들 사이에서 인기 있는 전공을 융합한 연계전공에서 피해가 심한 편이다. 졸업을 앞두고 있는 연계전공 이수자들은 전공필수과목을 학과수강제한에 걸려 신청하지 못해 뒤늦게 담당교수님에게 따로 부탁하는 경우가 빈번하다. 패션 및 머천다이징을 연계전공하고 있는 김보미(문과대 심리06) 씨는 “매학기 문제가 되고 있는 만큼 학교 측의 근본적인 해결 방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법과행정 연계전공의 경우, 이미 폐강된 과목이 전공선택과목으로 지정돼 학생들의 수업선택권을 침해한다는 문제도 있다. 법과행정 전공선택과목 중에서 정치외교학과 수업인 민주주의론을 비롯해 행정학과 수업 절반 이상이 폐강돼 개설된 법과행정 전공선택과목 50개 중에서 사실상 들을 수 있는 과목은 36개 밖에 없는 실정이다.

홈페이지 운영이 미흡한 점도 지적됐다. 주관 단과대학 홈페이지에 연계전공 홈페이지가 링크돼 있는 곳은 △PEL △금융공학 △패션 및 머천다이징 △공통사회 등 4곳뿐이다. 신입생 송기헌(정경대 정경09) 씨는 “연계전공에 관심이 생겨 찾아보려 했지만 해당 전공 홈페이지가 없어서 불편했다”며 “앞으로 관심있는 학생들을 위해 행정적인 개선이 필요할 것 같다”고 말했다. 현재 △환경디자인학 △의과학 △기후변화 연계전공을 주관하고 있는 생명과학대 학사지원부 측은 이러한 지적에 대해 “빠른 시일 내에 전공 소개, 교과과정 등을 소개하는 연계전공 홈페이지를 개설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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