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한번쯤은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인생을 살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그러나 대부분의 사람들은 일은커녕 하고 싶다는 게 어떤 감정인지조차 찾지 못한다. 베스트셀러 참고서 ‘언어의 기술’의 저자 이해황(보과대 물리치료06) 씨는 ‘대부분의 사람들’과는 조금 다르게 살고 있다.

 

이해황 씨는 고등학교 1학년 가을에 자퇴서를 냈다. 이듬해 검정고시에 합격했지만 가정형편이 어려워 입시공부에 집중할 수 없었다. 출판사 교정 아르바이트를 하는 틈틈이 참고서를 구해서 공부를 하는 게 전부였다. 그는 수능을 4번 본 후에야 본교 물리치료학과에 합격할 수 있었다. “자퇴한 뒤 오랜 기간 방황한 것 같아 가끔 자퇴서를 낸 것을 후회할 때도 있어요. 하지만 수능을 4번이나 보지 못했다면 괜찮은 참고서를 쓸 수도 없었겠죠”

이해황 씨는 수험생 때부터 오르비(www.orbi7.com)나 수만휘(cafe.naver.com/suhui) 같은 입시사이트에 △언어영역 문제풀이 방법 △수험생활에 도움이 되는 글 △무료 동영상 강의 등을 올리며 입시생들의 멘토로 활동하고 있다. 게시물들은 4년 동안 꾸준한 호응을 받았고, 그의 아이디 ‘기술자 군’은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유명해졌다. 올해부터는 인세의 일부를 형편이 어려운 회원 10여 명에게 매달 3만 원씩 지원하고 있다.

2007년 이해황 씨는 사이트에 올렸던 글들을 토대로 ‘가랑비’라는 참고서를 만들었다. 출판사를 찾지 못해 개인적으로 출판했음에도 가랑비는 수험생들 사이에서 큰 반향을 일으켰다. 가랑비는 지난해 12월 ‘언어의 기술 1․2’란 이름으로 정식 출판됐다. 이 씨는 이번에 새 책을 계약하면서 계약금 100만 원을 ‘아름다운 재단’에 기부했다. “새로 책을 계약하면서 계약금을 받았는데 이때가 아니면 기부를 할 수 없을 것 같았어요. 많이 힘들었던 시절 주위 사람들에게 받은 만큼 돌려주기 위해 기부를 하기로 했습니다”

과거 이해황 씨는 남들 앞에서 잘 말하지도 못할 정도로 내성적이었다. 두 달이나 집에서 외출하지 않은 적도 있다. 그는 변해야겠다는 생각에 당시 상상할 수 있던 최고의 목표를 정했다. △첫사랑과 사귀기 △신문에 이름 실리기 △책 출판하기 등이었다. 이 씨는 목표를 모두 이룰 수 있었다. 현재 그는 로스쿨을 새로운 목표로 하고 있다. “점점 한 사람의 몫을 다하는 인간이 돼간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몇 년 전부턴 한 사람 몫보다 조금 더 하고 있다는 생각을 했죠. 사람이 자기 몫 이상을 할 때 그 부분은 사회에 영향을 줍니다. 좋은 영향을 줄려면 사회를 보는 눈이 있어야 하는데 법을 공부하면 그것을 키울 수 있을 것 같아요”

졸업을 눈앞에 두고 있고 준비할 것이 많음에도 이해황 씨는 매일 수능문제를 풀고 있다. 문제를 분석하고 학생들에게 수험생활에 대한 조언을 하는 것이 즐겁기 때문이다. “출판할 책을 검토하고, 모의고사 때마다 분석 글과 동영상을 올려야 해요. 이따금씩 상담도 하고 참고서 피드백도 받다보면 몸이 남아나질 않습니다. 동년배들은 다 사회에 진출했는데 혼자 아직까지 입시에 매달리는 게 가끔씩 의미 없어 보이기도 하죠. 하지만 지금은 이게 내가 하고 싶어 하는 일 같단 생각을 해요. 이 일만큼은 누구보다 잘하고 싶은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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