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 액수도 아니고 조금 기부한 건데 이렇게 인터뷰를 해도 되는 건지 잘 모르겠어요” 이난수(남-57세) 씨는 쑥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많은 사람들이 본교에 기부를 한다. 하지만 교우거나 학부모가 아닌 교직원이 본교에 기부한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이 씨는 지난 6월 9일 본교 대외협력처에 1000만 원을 기부했다.

(사진 = 강승리 기자)
이 씨는 30여 년째 본교 중앙도서관(관장=전성기 교수·문과대 불어불문학과) 특수자료관리부에서 일을 하고 있다. 그가 관리하고 있는 보물과 문화재를 설명할 때 고서에 대한 애착이 느껴졌다. “제가 일하고 있는 곳은 1937년에 세워진 구 중앙도서관이에요. 현재 국보급 보물부터 임진년(1592년) 이전 귀중서까지 총 10만 책 넘게 보유하고 있고, 저는 고서를 보수·보존하고 데이터베이스화하는 일을 맡고 있습니다”

이 씨에게 본교는 학교가 아닌 직장이다. “젊은 시절 전국을 돌아다니다가 서울에 올라와서 민족문화추진회(현 고전번역원) 국역연수부 2년 과정을 수료했어요. 수료를 마치자마자 지인의 추천으로 본교 한적실(현 특수자료관리부)에 취직했어요. 고서를 다루는 것은 일반 사서가 하는 일과 달리 한문을 많이 알아야 해요. 지금은 본교 한문학 전공자들과 함께 일하고 있어요”

그는 학구열이 남다르다. 고등학교를 검정고시로 졸업한 뒤 바로 한문공부를 시작해 지난 2002년 방송통신대 중어중문학과에 입학해, 2006년에 졸업했다. 지난해엔 중국 북경에 직원행정 어학연수를 다녀왔다. 취미는 한문 고서를 읽는 것이다. “어렸을 때부터 서당에서 한문과 공자·맹자를 공부하면서 ‘바르게 살자’는 옛 어른들 말씀을 새겨 들었어요. 한문고서를 읽으면서 느끼고 배운 것을 매일 실천하려고 노력합니다. 우리 학생들에겐 소학(小學) 가언(嘉言)편과 선행(善行)편을 추천하고 싶네요”

이 씨는 ‘직장’에 대한 애정으로 기부를 결심했다. “요즘 오륙도·사오정이란 말도 있는데 정년까지 열심히 일할 수 있는 일터가 있다는 것이 너무 고마워 기부를 결심했어요. 이왕 하는 거 봉사활동도 하고 학교를 위해 힘쓰는 이기수 총장님이 계실 때 기부하고 싶었어요. 기부금이 어디에 쓰일진 몰라도 좋은 곳에 쓰였으면 좋겠네요”

이 씨에게 특수자료관리부 근황을 물어봤다. “한창 정조대왕 신한(宸翰) 탈초·번역작업과 고서 배접사업

(사진 = 강승리 기자)

을 진행 중이에요. 탈초는 초서로 된 서간문을 학생들이 읽고 이해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 고서배접은 낡 고 손상된 자료를 오래 보관할 수 있도록 하는 작업이죠. 장기사업이지만 일단 오는 2월 쯤에 출판물과 번역물이 나올 예정이에요. 사실 이런 사업은 가시적인 결과물이 없어 구성원 전체의 꾸준한 관심을 받기 힘들어요. 현재 고서를 다루는 손꼽히는 전문가가 본교에서 계약직으로 일하고 계신데 이 분이 심하게 손상된 자료를 끝까지 보수할 수 있도록 관심을 가져주길 바라요”

마지막으로 이난수 씨는 학생들에게 ‘자강불식(自强不息)’과 ‘언고행 행고언(言顧行 行顧言)’의 자세를 강조했다. “누구나 스스로 노력하거나 끊임없이 힘쓰지 않으면 발전할 수 없어요.(自强不息) 그리고 말하긴 쉽지만 행동하긴 어렵기 때문에 말은 행동을 돌아보고 행동은 말을 돌아봐야 해요.(言顧行 行顧言) 본교생들은 말만 잘하는 지성인이 아니라 말을 실천하는 지성인이 됐으면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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