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에 나는 여느 때처럼 라이시움을 통해 LG포스코관으로 가기 위해서 엘리베이터 버튼을 눌렀다. 그런데 비어있을 줄 알았던 엘리베이터 안에 휠체어를 탄 사람이 있었다. 문이 열리는 짧은 시간 내에 밖으로 나올 수가 없었던 것이거나, 윗층으로 올라가고자 했지만 아무도 오지 않아서 1층에 머물러 있을 수밖에 없었던 것 같았다. 누군가 와서 버튼을 눌러 문을 열 때까지 기다릴 수 밖에 없던 것이다. 마침 내가 문을 열었고, 그 분은 그제서야 엘리베이터 속에서 밖으로 나왔다.

이 일이 있은지 얼마 되지 않아 본교 장애학생지원이 전국 1위라는 기사가 고대신문에 실렸다. 기사는 한국장애인인권포럼 부설 장애인정책모니터링센터가 실시한 ‘대학장애인학생지원체계평가’에서 본교가 62.9점으로 1위를 차지했다는 내용이었다. 본교는 4개 영역에서 좋은 평가를 받았다. 입학 조건을 완화하고 휴게실이나 지원센터를 활성화 하는 노력은 높게 평가 되어야 마땅하다. 학생 도우미는 처음 들어보는 제도라 생소하지만 어려움을 직접적으로 돕고자하는 좋은 취지가 느껴졌다. 하지만 1위의 기쁨에 도취될 일은 아니다. 100점 만점에 62.9점은 높은 점수라고 말할 수 없다. 축하하기엔 어딘가 석연찮은 1등이다.

무엇보다도 본교가 접근성 측면에서 10점 만점에 2점을 받은 점에 주목해야 한다. 기사의 내용대로 본교엔 고지에 건물이 많다. 경영 본관에서 법대 도서관으로 가는 길, 중앙광장에서 서관으로 가는 길. 생각해보면 가파른 경사를 거치지 않는 이동 행로가 드물다. 이는 쉽게 개선되기가 어렵기 때문에 더 심각한 문제다. 엘리베이터도 있고 비교적 새 건물인 라이시움에서도 내가 경험했던 일이 또 일어날 수 있을텐데 오래된 건물의 사정은 어떨까, 건물 안이 아닌 야외에선 어떤 일이 일어날 수 있을까. 이를 보완하기 위해 새 시설을 설치할 계획이 없다는 것이 가장 안타까웠다. 이미 지어진 건물을 보완하는데 한계가 있다면, 건설 예정이나 건설 중에 있는 건물엔 각별히 신경을 써주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몸이 불편한 학우나 교원은 소수다. 따라서 그들을 위한 시설은 대다수에겐 필요 없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소수를 위한 시설이나 서비스를 확충하고 개발하는 것을 단순히 그들만을 위한 복지 증진으로 봐서는 안 된다. 그러한 노력은 대학이 대다수의 비장애학생 또는 교원에게 같이 살아간다는 게 무엇을 의미하는지 몸소 보여주는 ‘교육’이다. 공동체의 가치를 깨우치게 하는 교육 말이다.

박문영 (경영대 경영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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