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것이 학생의 손으로 운영되는 도서관이 있다. 지난 26일(목) 안암캠퍼스 학생회관 2층에 자리 잡은 인문사회과학 전문 대안자치도서관인 생활도서관을 찾아갔다.

(사진= 이수지 기자)
관장제가 사라진 지금의 생활도서관은 6명의 운영위원이 수평적 운영체계로 도서관 행정부터 소식지 발간, 세미나 주최 등 다양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운영위원 ‘NeoPool’ 이현석(법과대 법학04) 씨, ‘마요네즈’ 정성윤(문과대 사학06) 씨, ‘솔’ 강솔이(정경대 정경09) 씨는 학번과 나이에 상관없이 말을 놓고 이름 또는 닉네임으로 서로를 부른다. 수평적 관계 속에서 능력과 개성에 따라 일이 분배되기 때문에 새내기인 강솔이 씨도 이번 학기에 들어온 신간 정리 책임을 맡고 있다.

이번 학기에 생활도서관에 들어온 신간은 148권이다. 특별자치기구로서 배당된 지원금과 장학금으로 매학기에 한번씩 150~200만원 정도의 책을 구입하고 있다. 중앙도서관에 배치되지 않은 책과 절판이 쉬운 인문사회계열 도서를 주로 구입하며 최근엔 희망도서신청지를 받아 검토 후 구입 목록에 올리고 있다. 

책과 가까운 그들인 만큼 평소에도 좋아하는 저자와 책을 서로에게 추천해준다. 그러다보면 취향이 비슷해지지 않느냔 질문에 이현석 씨는 좋은 책에 관한 정보는 많은 도움이 되나 각 구성원의 취향이 워낙 다양해 크게 영향받진 않는다고 했다. “개인이 매몰되지 않는 단체는 생활도서관 밖에 없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어요. 각각의 다양성을 지켜주는 공간으로 이곳 사람들은 최상의 관계를 맺고 있습니다”

빼곡히 정리된 서가에서 이현석 씨는 한윤형의 <키보드워리어 전투일지>를 꺼냈다. 작가가 고교생일 때부터 꾸준한 진보활동을 하며 자유로운 주체로 태어나는 과정을 회고하는 책이다. “무한경쟁세대인 지금의 20대에게 주체적인 삶을 살아가는 롤모델이라 할 만한 사람이 없었어요. 있어도 저 사람은 나와 태생부터 다른 사람이란 생각이 들었죠. 그런데 나이차도 별로 안나는 한윤형 씨의 책을 읽고 꿈이 봉인되지 않는 경우도 있다는 것을 알게 됐어요. 삶의 방향 설정에 큰 용기를 준 책이에요”  

이어 정성윤 씨는 헨릭 시엔키에빈스의 <쿠오바디스>를 소개했다. 그는 사람과의 만남 사이에 존재하는 진정성을 책에서도 느낄 수 있단 걸 알게 해준 책이라고 했다. “뭔가를 알기 위해 책을 읽거나 심심풀이로 독서를 하는 경우도 있는데 이 책을 읽을 땐 소설 안에서 저자와 공감하면서 진정성 있는 만남을 경험했어요. ‘쿠오바디스 도미네’란 베드로에게 예수가 나타나 베드로가 놀라며 하는 말이에요. 이 말이 베드로의 삶을 바꿔버리죠. 소설 속에선 한 사람이 한 사람을 만나면서 얼마나 변할 수 있는가를 보여줘요. 종교색을 넘어 감동을 주는 책이죠”

강솔이 씨는 쑹훙빙의 <화폐전쟁>을 추천했다. 금융권에서 일어나는 전쟁에 대한 책으로 세계의 모든 굵직한 사건들이 화폐전쟁에 기인한다는 내용이다. “음모론적인 성격을 갖고 있지만 생각해 볼 수 없었던 새로운 시각을 제공해준다는 점에서 추천하고 싶어요”

인터뷰가 끝난 시각, 세미나 공간대여를 신청한 학생들이 몰려 들어왔다. 30~40명을 수용할 수 있는 생활도서관의 세미나 공간은 본교 내에서 인기가 높다. 강솔이 씨는 “생활도서관이 공공성을 담보하는 장으로서 학우들과의 소통을 꾸준히 늘려갈 생각”이라 말했다.  

한편, 생활도서관은 오는 겨울 생활도서관 소식지 <생도가 그랬어> 2호와 아홉 번째 <희망의 인터뷰>를 발간 예정이다. <생도가 그랬어>는 생활도서관 책의 리뷰와 세미나를 비롯한 활동과 독자의 외부기고 글로 이뤄지며, <희망의 인터뷰>는 인터뷰 녹취록으로 구성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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