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년대의 큰 흐름은 집단주의였다. 무슨 일을 해도 같이 하지 않으면 비겁자, 배신자가 될 수 있었기에 각자의 개성은 억압되었고 개인은 숨막히게 살았다. 그런 면에서 방학은 현실로부터 도피하거나 다른 일을 탐색할 수 있는 시간으로, 비교적 자유롭지 않았던 생활의 반면(反面)이었다. 또, 무엇보다 자기 자신을 다시 돌아보고 스스로를 발견하며 성숙해질 수 있는 시간이었다. 하지만 행동할 수 있는 선택의 폭이 그다지 크지 않았고 다시 집단으로 돌아가야 했다. 
 
방학 기간은 학생운동의 소강국면이었지만, ‘여름해방대학’을 열어 모임을 갖고 함께 토론하고 공부하기도 했다. 4,5백 명의 학생들이 모이는 자리에 경찰 4,50중대가 들어와 살벌한 분위기가 연출되기도 했다.

이렇게 치열하게 살았던, 살아야했던 시대, 세상을 바라보는 진지함은 80년대 학번의 장점이자 단점이다. 때론 너무 무거워 장애가 됐지만 이후세대의 가벼움은 경박함으로 흐르지는 않았으면 한다. 경쾌하고 유쾌하면서도 자신의 중심을 찾을 수 있으면 좋을 것이다.

방학은 새로운 것을 할 수 있는 시간이지만, 배터리처럼 가만히 꽂아 둔다고 삶이 재충전되는 것은 아니다. 몸이 원하고 정신이 원하는 일을 해야 한다. 대학생이라면 덤벙대고 세상에 부딪치고 다칠 수도 있다. 방학은 세상과 더 깊이 부딪치는 시간이다. 지금 선배들은 20대를 추억으로 살아가고 있을지도 모르지만, 열심히 한 일만이 추억이 된다. 평소에 하지 못했던 일을 방학 때 착실하게 준비해서 열심히 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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