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 학기 실시하는 강의평가에서는 학생이 선호하는 강의가 드러난다. 그렇다면 가르치는 입장에서 좋은 강의는 어떤 강의일까?

지난 20일(금), 27일(금) 교수학습개발원(원장=한두봉·식품자원경제학과)이 개최한 ‘우수강의사례 공유 워크숍’에선 교수가 생각하는 좋은 강의가 무엇인지 엿볼 수 있었다. 워크숍은 지난 학기 석탑강의상을 수상한 김형규(의과대 의예과) 교수, 석영중(문과대 노어노문학과) 교수, 조석주(이과대 지구환경과학과) 교수, 황준호(경영대 경영학과) 교수의 강연과 참석한 교수들의 토론으로 진행됐다.

학생과 소통하는 강의

교수들은 강의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학생과의 소통이라고 입을 모았다. 조석주 교수는 “학생의 의사를 반영해 기존에 없던 실험을 추가하고 답사 횟수를 늘렸더니 수업 만족도가 올라갔다”고 말했다.

소통이 잘 이뤄지지 않으면 강의의 질이 떨어진다. 석영중 교수는 “적극적으로 대답을 하는 학생이 없으면 질문을 할 때마다 강의가 끊긴다”고 말했다. 황준호 교수도 “같은 수업을 여러 번 하다보면 수업 내용에 점점 더 익숙해져 자신도 모르게 쉬운 내용을 자꾸 생략하게 되는데, 이 경우 학생은 일부 사실을 이해하지 못하게 된다”며 소통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교수는 학생과의 소통을 위해 많은 노력을 한다. 개인적인 접촉을 통해 몇몇 학생의 꾸준한 참여를 유도하고, 수업의 깊이를 더할 대답을 얻기 위해 미리 다듬어 둔 질문을 던진다. 3시간이 넘게 진행되는 분량의 시험을 치고 일주일 안에 학생에게 피드백을 해주기도 한다. 원어민을 초대해 시낭송회를 열거나 외국인 교수를 초빙해 흥미를 유도하는 교수도 있다.

강의 트렌드?

최근 강단에선 파워포인트(PPT)나 멀티미디어 영상 활용, 인센티브 제공이 유행이다. 교수들은 무조건 트렌드를 따라가기보단 선별적으로 수용해야 한다고 말한다. 조석주 교수는 “PPT로 강의를 진행하면 수업에 집중하지 않고 나중에 PPT를 보고 공부하려는 학생이 생긴다”며 “중요 줄거리는 쓰지만 자세한 내용은 빼 수업을 들어야 온전히 이해할 수 있도록 한다”고 말했다. 석 교수도 “강의는 교수와 학생이 서로 마주보고 하는 것인데, 멀티미디어를 자주 활용하면 학생의 시선은 영상에만 머물게 된다”며 “또 가산점과 같은 직접적인 인센티브보단 발표를 하거나 질문을 하며 스스로 배우는 것이 진정한 인센티브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학생들의 수준 차이

강의 주제에 관한 학생들의 수준은 천차만별이다. 예컨대 역사 교양 과목의 경우 사학 전공인 학생과 수능 세계사 정도의 지식만 갖춘 학생이 동시에 수강한다. 교수들은 배경지식이 많고 수업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려는 학생에게 애착이 간다고 말한다. 석 교수는 “이미 알고 있는 것이 많은 학생에겐 수업 내용과 별도로 읽을 만한 책이나 읽기자료를 제공한다”며 “플러스 알파의 여지를 제공하는 것도 강의자가 해야 할 일”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배경지식이 많은 학생이 반드시 유리한 것은 아니다. 대부분의 교수가 수업을 통해 학생이 발전한 정도로 성적을 정하기 때문이다. 황 교수는 “기존의 지식보단 강의시간에 새로 배운 지식을 평가한다”고 말했다.

영강은 어떡해야 잘하나

영어강의의 경우 일반 수업보다 정보 전달력이 더 중요하다. 조 교수는 “영어교재가 국내 취업에 도움이 되지 않는단 학생의 불만을 받아들여 한국어로 된 부교재를 활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황 교수는 “한국어로 된 설명은 하지 않지만 수업 시작과 마무리에 이전 수업과 다음 수업과의 연결점을 얘기해주거나, 한 학기 수업의 로드맵을 자주 인식시켜 학생이 수업의 흐름을 놓치지 않게 한다”고 말했다.

팀 티칭

한 강의에서 여러 강사가 각기 다른 주제를 강의하는 ‘팀 티칭(Team-Teaching)’에 대한 논의도 오갔다. 팀 티칭 강의 ‘의학개론’을 진행한 김형규 교수는 “타 대학의 병원장, 일반의, 의학전문기자 등 다양한 강사가 강의했기 때문에 다양한 분야를 깊이 있게 가르칠 수 있었다”며 “하지만 학생과 강사의 피드백이 힘들다는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의과대 교수학습지원센터 정종원(사범대 교육학과) 강사는 “의과대는 다른 단과대보다 팀 티칭 강의가 많다”며 “보다 효율적으로 팀 티칭을 할 수 있는 방법을 연구 중”이라고 말했다.

연구 활동과의 조절

한편 교수는 강의와 연구의 균형도 고민해야 한다. 황 교수는 “연구 활동엔 충분한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에 주말을 효율적으로 이용할 수 있는 ‘월·수’나 ‘수·금’수업을 선호한다”며 “양쪽 다 소홀히 할 수 없어 시간 배분에 특히 신경 쓴다”고 말했다. 반면 조 교수는 “지구환경과학과의 경우 지원하는 학생이 점점 줄어들고 있어 좋은 강의가 절실히 필요하다”며 “강의에 열정을 다하는 것은 학과 활성화를 위해 투자를 하는 일”이라고 말했다.

‘좋은 강의’란?

강의를 개선하기 위한 이러한 교수의 노력들도 매번 효과가 다르다. 수업의 반은 학생의 노력으로 채워지기 때문이다. 진정으로 좋은 강의는 학생과 교수의 진정한 교감이 이뤄진 강의다. 석영중 교수는 “강의는 더 많이 아는 사람이 덜 아는 사람을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둘이 서로 대화하며 교감하는 것”이라며 “수업이 교수만의 것이 아닌 학생과 교수 모두의 것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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