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회선거에 대한 관심은 해마다 줄어들고 있다. 지난 몇 주간 단과대학생회 선거가 한창이었지만 학생들은 무심했다. 이에 본지가 학생회의 위기와 문제, 전망을 분석했다.

올해 단과대 선거 어땠나?

오늘(30일)까지 언론학부를 제외한 모든 단과대학생회 선거가 끝났다. 이번 단과대 학생회선거 평균 투표율은 58.6%였다. 투표율이 유독 높은 의예과(89.6), 의학과(94.1%), 자유전공학부(98.3%)를 제외하면 과반수를 넘지 않는 46.2%였다. 일부 단과대는 적정한 수준의 투표율이 나오지 않았다고 판단될 경우 선거관리위원회 논의를 통해 1차례 연장투표를 실시한다. 올해는 문과대가 연장투표를 실시했다. 선거 입후보자가 단독으로 출마하는 경우도 많다. 올해 선거를 치른 16개 단과대 중 9곳에 단독후보가 출마했다. 작년에 학생회가 없었던 사범대는 올해도 출마후보가 없어 선거가 무산됐다.

임시학생회, ‘비대위 체제’

사범대처럼 선거 입후보자가 아예 없거나, 연장선거에서도 투표율이 낮아 선거가 무산되면 학생회가 선출되지 못하는 상황으로 이어진다. 학생회가 출범하지 않으면 일반적으로 비상대책위원회(이하 비대위) 체제가 발효돼 ‘임시학생회’ 역할을 수행한다. 비대위는 단과대 내 과반 대표의 동의를 얻어 구성되며, 새내기새로배움터나 총엠티 같은 단과대 주요 행사가 있을 때마다 모여 학생회의 역할을 대신한다. 비대위원장은 학생회장을 대신해 총학생회 중앙운영위원회에도 참여한다. 하지만 의결권이 없어 대외적인 발언권도 부족하다.

비대위는 필요할 때만 모이기 때문에 지속적인 학내 자치활동이 불가능하다. 작년 사범대 비대위원장을 지낸 김민철(사범대 국교05) 씨는 “주요 행사는 학생회가 구심점이 돼 오랫동안 준비해야 하는데 비대위 체제에선 체계적인 준비를 하기 힘들다”며 “사범대 정기 축제인 해오름제는 2년째 열리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학생회를 탄생시키기 위한 노력

국제학부와 언론학부는 비대위 체제에 한계를 느낀 구성원들이 학생회를 세우고자 노력했다. 국제학부는 지난 2년간 본 선거에서 출마후보가 없어 이듬해 3월 보궐선거에서야 학생회가 꾸려졌다. 이런 현상이 지속되자 올해 선거에선 학생회를 반드시 선출해 비대위체제가 당연시되는 상황을 막아야 한단 여론이 형성됐다. 논의 끝에 지난해 비대위원으로 활동한 이은샘(국제학부08) 씨가 차기 학생회선거 출마를 결심했고, 당선에 성공했다. 본 선거에서 학생회가 꾸려진 적이 한 번도 없었던 언론학부도 비슷한 논의를 거쳐 전 학생회 집행부원 곽우신(언론학부08) 씨가 후보로 등록했고, 오늘(30일)부터 투표를 시작한다.

회칙을 개정해 선거 입후보 요건을 완화하려는 노력도 있다. 작년에 국제학부와 법과대는 4학기 이상 등록한 학생만 후보로 출마할 수 있는 규정을 각각 3학기와 2학기로 변경했다.

이러한 노력으로 일시적으론 학생회가 출범할 수 있지만, 전체 구성원을 대표하는 학생회로서의 정체성을 가지진 못한다는 한계가 있다. 일부 구성원이 학생회를 꾸리기로 결심하는 경우, 다수 구성원의 관심 속에 탄생하는 학생회가 아니기 때문이다. 출마 요건을 완화해 저학년 학생이 당선에 성공해도 학생회가 저학년 학생 위주로 운영될 수 있다는 문제점이 있다. 이자민 전 언론학부학생회장은 “고학년 학생이 반활동에 참여하길 주저하는 문화가 전반적으로 형성된 상황에서 학생회마저 저학년 학생 위주로 구성되면 고학년 학생을 아우르지 못할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이는 결국 학생회의의 여론 결집력 약화로 이어진다. 하세현(경북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대학사회에서 약자인 학생들이 중요사안에 소리를 낼 수 있는 수단이 학생회”라며 “학생들이 자신의 의견을 대변하는 학생회에서 멀어져선 안 된다”고 말했다.

학생 관심 끌어내려면

학생회가 관심을 회복하기 위해 다양한 해결책이 제시되고 있다. 먼저 유세 방식이 바뀌어야 한다는 지적이 있다. 지금 학생회선거는 합동유세나 공청회, 대자보부착 같은 유세 방식이 주를 이룬다. 박종찬 전 부총학생회장은 “구시대적인 방식을 탈피해 인터넷유세 같이 접근성이 높고 재밌는 방법으로 학생의 관심을 이끌어내야 한다”고 말했다.

후보들이 차별화된 공약을 제시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옥원철(문과대 국제어문09) 씨는 “대학에서 겪는 첫 선거라 기대했는데 후보의 공약이 큰 차이가 없어 누굴 뽑아야 할지 혼란스러웠다”고 말했다. 실제로 이번 문과대 학생회선거에서 출마한 두 후보의 공약은 △영강의무화 폐지 요구 △실효성 있는 어학수업 요구 △대형강의 분반 요구 △학생회실 유리문 교체로 겹치는 부분이 많았다.
일부 학생회가 월례 행사에만 치중하는 구조를 타파할 필요도 있다. 단과대 내에 반 학생회가 없는 △간호대 △국제학부 △언론학부 △의과대 △조형학부 학생회는 일반적으로 반학생회가 담당하는 4?18 구국대장정, 대동제, 고연전 같은 월례 행사만을 진행하기에도 바쁘다. 단과대학생회로서 대외적인 활동이 어려운 것이다. 이자민 전 언론학부학생회장은 “사회 문제에도 적극적으로 관심 가지려 했는데 시간적 여유가 부족해 힘들었다”고 말했다.

궁극적으론 학생회가 학생들에게 신뢰를 얻어야 한다. 전정현(본교 강사·비교정치) 씨는 “지금 학생사회는 역할모범을 잃고 스스로 나아갈 길을 모색해야 하는 과도기적 상황”라며 “새로운 학생회의 패러다임을 제시하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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